신영복3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 신영복 신영복 선생의 서울대 초청강연집. 이분의 문장에 깃든, 체화된 언어에서 나온 품격과 깊이는 이 책에서도 변함 없었다. 얇은 책이지만 삶과 세상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넉넉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에밀레종처럼 멀리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소리랄까. 선생은 감옥 생활 20년이 자신에게 진정한 의미의 큰 배움터 '대학'이었다고 말한다. 주체와 대상을 딱 갈라서 주체가 대상을 분석하는 근대적 문맥을 존재론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고. 선생에게 그곳은 주체가 자신의 사유의 테두리 안에서 대상을 해석하는 데서 벗어나 타자의 삶의 자리 속으로 침투해들어가 그와 공감하는, 그래서 자신의 삶까지 스르르 변화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선생이 감옥에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심금을 울리는 내.. 2011. 4. 20. 당대에는 스승이 없다 - 신영복 저보고 스승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스승이라는 것은 당대에는 없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표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억지로 나를 스승이라고 하는데, 어느 시대에나 당대에는 스승이 없다. 지지난주에 전남 강진 다산초당에 다녀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면 그 시대의 다산이라는 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어쩌보면 우리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당대에는 다산이 전혀 스승이 아니었다. 유배와서 있는 사람이었다.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역할을 스승이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주류에 의해 늘 배재된다. 그래서 스승이 될 수 없다. 스승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당대에는 스승이 없다. 길도 마찬가지다. 이미 나 있는 길은 누가 못가겠나. 길은 만들어가는 .. 2011. 3. 6. 신영복 선생의 글귀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 합니다. 사상이 애정으로 성숙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현장이며, 숲입니다. -신영복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픔과 기쁨으로 뜨개질한 의복을 입고 저마다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환희와 비탄, 빛과 그림자, 이 둘을 동시에 승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용기이고 지혜입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 2009. 10.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