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유행하는 긍정의 힘 같은 책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결여하고 환상을 좇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꿈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꿈, 부/성공만을 위한 긍정을 설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헛된 꿈은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고, 거기에 삶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현재를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개중에서 내 삶에 참고할 만한 괜찮은 내용이 아주 없다는 건 아니다. 각론에서는 내가 배울 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시류가 싫다는 것이다. 부/성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만이 최선의 답이라는, 가장 좋은 삶이라는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목표지향적인' 긍정 말고, 우리 삶의 순간들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우리의 하루를 위해서, 긍정적인 어휘들을 좀 더 살려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영어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 good, very good, nice, great, wonderful, fantastic, lovely....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이 밖에도 아주 많다. 물론 너무 형식적으로 쓰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우리의 언어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 좋아, 아주 좋아, 멋지구나, 잘했어, 괜찮은 생각인데, 환상적이야... 이런 말을 몇 번이나 할까? '잘 지내?'라고 물으면 '그저 그래', '별로야', '죽겠어' 이런 말을 많이 듣고 나도 또 하는 것 같다. 미국식 문화가(안 살아봐서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면, 매사에 좋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면, 우리는 그 반대인 것 같다. 좋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동양적 겸양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삶의 좋은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라는 것이 입 밖으로 뱉어진 순간부터 힘이 있어서, 그 관념이 또한 우리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비판도 필요하고 부정적인 것들을 통찰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래서 그것을 더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좋은 말을 많이 쓰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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