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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

'영원'을 사신 분 -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by 릴라~ 2009. 8. 19.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 자연에 순응하는 삶은 아름답다. 자연 속에서 한 포기 풀처럼 들꽃처럼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에만 속해 있지 않다. 인간은 역사적 존재다. 자연 속에서 숨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라는 대기 속에서 숨쉬며 살아간다. 자연이라는 토대 위의 진보, 그것이 역사다. 역사는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역사는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이자 미래이다.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변하는 것이 세상사지만,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지만, 그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는 것,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일깨워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품은 ‘뜻’이다. 진리, 선, 아름다움, 존엄, 자유, 평화, 화해, 나눔, 일치, 창조, 투쟁, 저항, 변혁... 그 뜻이 모여 역사를 만들어가고 역사에, 인간 삶에 새로운 영감을 부여한다.


큰 뜻을 품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끌어내는 사람. 시대를 움직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람. 김대중 대통령님의 전 생애가 그러했다. 오랜 세월 군부 독재와 맞서 싸웠고, 그 시절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었고, 최초로 수평적 권력 교체를 이루었고, 국가 부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고, 모두가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보았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고, 그렇게 남북 화해의 새 시대를 열었고, 인권은 물론이고 과학과 문화 부분에서도 놀랄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짧은 5년의 재임 기간 동안 참 많은 씨앗을 뿌렸던 대통령.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조국의 상황을 근심하며 참여를 촉구했던 대통령.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조국의 발전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도드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던 대통령. 고 문익환 목사가 돌아가셨을 때, 1년만 더 살아가셨더라면 통일의 희망을 보셨을 거라고 울부짖으셨던 분.


김대중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없는 한국의 현대사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비전 있는 지도자였고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평생에 걸친 헌신으로 세계인들을 감동케 했으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지혜와 전략을 겸비한 대통령이었습니다. 평화를 향한 굳건한 뜻을 실천에 옮겼고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의 삶이 참으로 복됩니다. 평생에 걸쳐 변함없이 실천한 뜻,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열망.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는 것은 그것입니다. 그 뜻은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성서에서 말하는 '영원'을 사셨습니다. 복되고 복된 삶입니다.


당신의 삶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분단된 한반도 땅에 살고 있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역사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우리가 내리는 정치적 선택, 크고 작은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세계를 향한 우리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역사입니다. 값있게 살겠습니다. 값있게 산다는 건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는 것임을 당신께서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은 통일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후세대는 그 열매를 맛볼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 모두가 당신을 기억하겠지요. 이제 남은 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편히 가십시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은 당신이 이겼습니다 / 권영길      http://v.daum.net/link/3968903
100년을 준비한 대통령 김대중 / 마케터      http://grands.egloos.com/2420486

[전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25일 오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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