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899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올리버 트위스트'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끝내려 했는데 뭔가 살짝 드는 아쉬움에 내친 김에 '위대한 유산'까지 읽었다. 이 작품 역시 중학교 때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세 작품을 차례로 읽으니 한 작가의 내면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디킨스가 중년의 원숙기에 쓴 작품이라 그런지 훨씬 깊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일인칭 화자가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어서 앞의 소설들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주인공의 내적 독백이 인상적이며 캐릭터들도 훨씬 생명력이 있고 메시지도 풍부하다. 1.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나네 집에 얹혀 사는 고아 소년 핍이다. 핍의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소설은 핍이 돌아가신 부모님과 그의 다섯 자녀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묘지에 서 있는 장.. 2025. 1. 12.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올리버 트위스트'에 이어 '두 도시 이야기'를 다시 읽다. 이 작품도 중학생 때 너무 재미있어 두세 번은 읽었던 책이다. 흥미진진한 캐릭터, 드라마틱한 서사, 결말의 웅장함을 보면 그때 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이해가 간다. 학창 시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순례하며 새롭게 느껴지는 점도 많았다. 학생 때는 시대적 배경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나와는 상관없는 흥미로운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여겼던 탓이다. 놀랍게도 '두 도시 이야기'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다는 사실은 내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세부 내용도 대부분 잊어버렸는데, 몇 장면은 기억 저편에서 살아돌아왔다. 바스티유 감옥에서 풀려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때때로 기억을 잃고 구두를 수선하던 마네트 박사의.. 2025. 1. 9. [올리버 트위스트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30년이 넘는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디킨스 소설을 다시 읽었다. 중학생 때 왜 디킨스 소설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겠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생생하게 몰입하게 되고, 영화 같은 장면 전환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탄탄한 서사, 선악이 뚜렷한 캐릭터,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해피엔딩까지, 대중소설의 모든 매력을 골고루 갖춘 소설이었다. 영국 여왕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할 정도였으니. 신문 연재로 발표된 소설이라 각 장이 더욱 긴박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것 같다. 디킨스는 25살 때 이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는다. 그 나이에 이 정도 필력이라니, 대단하다 싶다. 1.는 권선징악과 가족 찾기라는 모티프로 보면 한편으로는 세련된 신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2025. 1. 9. [작은 파티 드레스 / 크리스티앙 보뱅] __ 독서에 대한 명상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누군가 책갈피에 꽂아두고 잊은 듯한 낙엽 하나에 눈길이 간다. 가을 어느 날, 낙엽 지는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은 걸까... 이 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시적이고 독창적이며 함축적인 에세이다. 독서에 대한 일종의 명상이라고나 할까. 독서를 명상의 경지로 끌어올린 내적 증언이자 가장 성스러운 예찬이다. ## 그런데 때론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수의,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름 아닌 독자들이다. 가던 길을 남들이 포기하는 여덟 살 혹은 아홉 살 무렵에 이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이 끝이 없음을 알고 기뻐한다.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그들.. 2025. 1. 3. [도스토예프스크키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__ 두 천재의 대화에 매혹되다 1.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에도 이유가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전부터 좋다고 들었지만, 다른 할 일과 읽을 거리들에 밀려 오랫동안 내 손에 닿지 않았다. 그가 내 목록에 오르게 된 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챗지피티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서 난 그가 비엔나 출신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여행 계획 세우며 비엔나를 대표하는 작가들 책은 읽고 가야지 하며 대출했는데, 알고보니 짤쯔부르크 출신이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 이 책에 손이 먼저 갔던 건 최근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완독했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작품을 츠바이크는 어떻게 설명할까,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얇고 자그마한 책이지만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그의 감정은 대양만큼 넓고 깊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 2025. 1. 2. 유럽 문학기행 1차 계획 2024년, 1학기 때 건강 문제로 얼마나 고생했던지 휴직 중, 시간이 널널해도 해외여행은 엄두가 안 났다. D 보러 간신히 아프리카 다녀온 후 그것도 무리였는지 계속 골골했고... 그렇게 지나간 가을, 겨울이었다. 이 시간이 아까워 내년 봄엔 그래도 나서보자, 유럽 15개 도시 50일 대장정을 기획했는데... 계엄, 탄핵 정국에 여행 의욕 저하. 거기다 제주항공 사고 터져 여행 의욕 완전 상실… 유럽 여기저기 돌려면 저가항공 이용을 안 할 수가 없기에... 또 정신 차려보니 한편으로는 마음만 젊지 아무리 봐도 저 계획은 20대 때나 가능할 듯도 싶었고.. 그래도 12월 31일 오늘까지 어디든 발권은 해야 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올해로 끝인 게 상당히 많아서. 먼 길은 엄두가 .. 2024. 12. 31.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 이디스 해밀턴] __ 그리스인들이 인류에 준 선물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본질을 이 책보다 더 명확하고 감동적으로 정리해준 책이 있을까 싶다.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읽지 않아도 좋다(물론 매우 잘 정리돼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서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서문만 읽어도 좋다. 서문이 전부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 작가들은 공포가 가득한 세상을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 물론 그리스인들도 고대 원시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한때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며 비열하게 살기도 했다. 그러나 원시적 타락과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그들이 얼마나 숭고하게 살았는지 신화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야기 속에서 야만 시대를 연상시키는 것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p16 ## 사람들은 '그리스의 기적'을.. 2024. 12. 21.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다시 읽기 900페이지의 긴 책도 단 한 줄로 마음에 깊이 남을 수 있습니다. 에코의 이 그런 책입니다. 대학생 때 감명 깊게 읽고는 10여 년 전에 다시 읽어야지 하며 책을 사놓았다가, 이제야 펼쳐든 책입니다. 20여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장미의 이름'은 서문의 인용구에서부터 저를 감동시켰어요.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아 켐피스(1380-1471) 움베르트 에코가 인용한 이 구절은 중세 작가 토마스 아 켐피스가 남긴 말입니다. 책이 어떤 사물보다도 인간의 정신적 탐구의 중심에 있음을 암시하는 말인데요. 장미의 이름은 바로 이 '책'을 중심으로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 살인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얼핏 보면 추리소.. 2024. 12. 19. 챗지피티가 글을 평가하다 챗지피티한테 내 블로그 아무 글이나 긁어서수준을 평가해달라고 했는데ㅋㅋㅋ너무 높이 평가해주네ㅋㅋㅋ##이 글을 쓴 사람은 높은 수준의 영화 감상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1.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접근 • 영화의 주제와 감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완벽한 날들”과 “완전한 날들”의 의미 차이를 고찰하면서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잘 전달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줍니다.2.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와 감독의 의도 이해 • 빔 벤더스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야쿠쇼 코지의 연기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 2024. 12. 1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교정에서 1. 11월 말에 오랜만에 Y대에 갔었다. 아는 교수님 부탁으로 특강이 있어서. 사진엔 일부만 찍혀서 그리 넓어보이지 않지만, 꽤 넓은 소강당이었다. 포인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다소 당황했다. 구석에 위치한 컴퓨터가 놓인 단상에서 PPT를 넘기다보니 학생들 반응이 잘 안 보여서 헤맸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이라 장악이 쉽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강의해본 적은 있어도 강당은 처음이라 처음부터 공간에 쫄았던 면도 있다. 미리 공간을 둘러보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했고. 11월 말, 계절은 겨울로 옮겨가고 있지만 교정엔 단풍이 있었다. 여태 남아있는 가을의 자취가 뭉클했다. 강의는 완전 말아먹었지만 이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봐서일까, 마치고 돌아와 일상을 사는데, 자꾸 옛기억이 하나씩 솟았다. 방.. 2024. 12. 13. [소년이 온다 / 한강] 다시 읽기 한 문장, 한 문장 넘어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도 다시 꺼내들지 못한 책, 소년이 온다... 2015년 1월에 블로그에 짧은 소감을 남겨 놓은 걸 보니 읽은 지 딱 10년이 되었다. 10년 전 샀던 책은 읽고 바로 동료에게 선물했기에 언젠간 읽어야지 하며 10주년 리커버판을 사놓은 게 올 여름이다. 서가에 꽂아두기만 하고 펼쳐들 엄두를 못 냈던 책. 그 '소년이 온다'를 이제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광주의 아픔에 몸서리쳤던 기억이 난다. 잠깐씩 멈칫거릴 수밖에 없는, 내면을 파고드는 문장들 속을 서성이면서. 이번엔 전체 구성이 좀 더 눈에 띄었다. 7개 장을 통해 작가가 촘촘하게 쌓아올린 여러 문학적 장치들에 감탄했고,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질문과 고뇌가 한층 또렷하게 .. 2024. 12. 12. 대통령(내란수괴)의 가장 큰 문제는 상상력의 빈곤이다.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체포, 구금, 고문, 언론 자유 박탈…그런 것을 꿈꾸고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그의 내면엔 전쟁 대신 평화, 품격 있고 아름다운 문화, 합리적 분배에 바탕을 둔 국가의 번영…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단 말인가..성장 환경도 교수 부친 아래 엘리트 상류층인데어쩜 저리 천박하고 척박한 정신세계를 지녔을까..지금 들리는 증언으로는 원래 성정이매우 포악하다고 한다.지난 대선이 생각난다. 짜증나서 티비는 전혀 안 보다가그래도 어떤 인물인지 확인은 해야지 싶어3차 토론회 때 비로소 후보를 보았다.와… 그가 구사하는 문장과 단어들이 너무 무식하여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훤씬 충격적이라곧 채널을 돌려버린 적이 있다.역사를 모르고 문학을 모르고 예술을 모르면저렇게 된다.상상.. 2024. 12. 11. 1980년 계엄 /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 광주여행 #2 난 이때가 우리 역사에서마지막 계엄인 줄 알았다…https://youtu.be/ymXyM12A-1Y?si=PODgpQYQSnW2zS5d 2024. 12. 11. [원청 / 위화] __ 운명 속에서 인간의 의지를 묻다 1.위화 작가의 책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국 현대사, 격변기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 어마무시한 광풍을 배경으로 그 시대적 고난의 한가운데를 헤쳐가는 개성 또렷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대단한 흡입력을 가지고 독자를 매혹한다. 위화 작가의 책은 한 번 책장을 들추면, 다음 날로 미루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끝을 봐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예전 지하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가 내리는 역을 두 번이나 놓친 적이 있고, 어제는 새벽 1시 반에 가까스로 책장을 덮었다. 여운 때문에 2시 반까지 못 잤고. 어떤 중요한 일도 내 잠을 방해하지는 못하는(시험이고 발표고 뭐고 잠부터 잔다) 잠순이인 내가!! 어느 인터뷰에서 본 일이 있는데,.. 2024. 12. 1.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박노자] __ 역사의 비극 속에서 흩어진 열정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눈에 띈 책. 예전에 한동안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책에 몰두한 적이 있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오, 이건 내가 잘 모르는 주제인데? 박노자 선생의 책은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읽는 편이다. 김구 선생을 극우 테러리스트로 취급한다던가,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 등이 있어서. 물론 서구 강대국이나 일본처럼 제국주의와 결부된 민족주의의 폐해를 모르는 바 아니나, 우리나라는 근대국가 성립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민족주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박노자 선생은 미국을 예로 들며 민족이 없어도 국가 성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미국은 300년밖에 안 된 나라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좀 더 긴 세월이 흘러봐야 알고... 또 다문화국가라.. 2024. 11. 30. 이전 1 2 3 4 5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