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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몰입)’보다 황농문 교수의 이 책이 더 재미 있고 의미도 있었다.
'플로우(flow)'란 외적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의식이 내적 질서를 이루어 어떤 일에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집착이나 감정을 쏟아붓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상태, 목표 지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사고와 의식의 '최적 상태'를 가리킨다. 그리고 편안함이나 이완에서 비롯되는 행복감보다 훨씬 큰 행복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칙센트미하이의 책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플로우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이 7년간 과제에 몰두하면서 얻게 된 플로우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플로우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자 한다면 칙센트미하이의 책이 낫겠지만 플로우의 질적 깊이를 이해한다거나 플로우를 직접 시도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두 권을 다 읽는다면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넓이와 깊이의 균형이 맞을 것 같다.
저자는 공학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깊은 몰입을 체험했고 몰입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여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 과정에서 깊은 행복감은 물론 자신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까지 체험했다. 몰입 체험은 경험의 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삶의 의미를 증폭시켜주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림으로써 최고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며, 그 결과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자신이 몰입한 일에 대해 평소의 얕은 경험으로는 느낄 수 없는 숭고한 가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은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무엇을 경험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나 자신의 경우를 돌아보아도 여행이건 등산이건 공부건 대화건 연애건 그 무엇이건간에 몰입 체험을 했을 때만 충만한 내적 만족감을 느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족감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론적 행복이다. 그 어떤 외부의 권력, 부귀, 명예도 그 생생한 내면적 체험 앞에서는 그다지 가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플로우가 사라질 때 우리 삶은 의미를 잃고 내적 방황이 시작된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삶이 허무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갈 의미를 잃었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그 어떤 것에서도 플로우를 느낄 수 없는 상태, 진이 빠져서 플로우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상실한 상태일 때가 많다. 현대 사회가 그렇다. 지나치게 바쁘면서도 산만하여 어떤 것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활동 위주의 몰입이 사고 위주의 몰입보다 진입하는 것은 훨씬 쉽지만, 사고 위주의 몰입이 더 중독성이 강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몰입에 이르는 단계, 천천히 생각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두뇌활동을 극대화하는 단계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이것을 통해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끌어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라는 것.
요즘 일상을 사는 행복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에서 플로우를 체험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져서인 것 같다. 삶을 깊게 사는 것, 그것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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