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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애송시와 음악

가을/ 조재도

by 릴라~ 2018. 10. 20.


가을/ 조재도

 


왜 벌레들은 땅 속으로 기어드는가

왜 마른 나뭇잎은 흙에 닿아 썩는가

왜 햇살은 쇠리쇠리 엷어지는가

새는 날아가 어디에서 죽는가

왜 산포도는 까맣게 익고 단풍나무는 붉게 물드는가

감청빛 갑옷을 입은 풍뎅이는

한여름 말벌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이 사라진 자리엔 무엇이 머무는가

어떻게 나무기둥은 나이테를 늘리는가

왜 별들은 울먹이고 하늘의 수심(水深)은 저리 깊은가

가을강은 돌아 어디로 흐르는가

왜 검불을 태우는 들녘의 연기가 마음 끝을 헤적이는가

마른나무 뿌리 같은 어머니가 보고 싶은가

사루비아는 왜 붉고

들국화는 눈물 젖은 속눈썹으로 피어 있는가

......

......

사람의 말을 앞질러

가을은 스스로의 비밀스런 그물을 짜고

바퀴처럼

삐걱이며 구르는 수레의 바퀴처럼

바퀴의 중심처럼

고요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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