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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13

딱 한 번 쓰는 선거 단상 금욜 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니 나 왜 이러지? 이십대 땐 우리 세대끼린 생각이 거진 비슷해서(다들 노무현 대통령 좋아함) 윗세대가 문제려니 했다. 꽉 막힌 기성세대와 어르신들이 문제고 우리가 어른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다. 처음 참여한 15대 대선 이후 20년이 지났고 21:75, 조금도 안 변한 대구를 목격한다. MB는 감옥에 있어도 그의 귀한 자식인 종편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새끼를 칠 것이고.세상은 투표로 바꾸는 게 아니다. 선출된 이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바뀐다. MB는 쓸 수 있는 권력은 모조리 끌어다 썼는데 민주정부는 뭐임? 말로만 떠드는 게 민주주의인가? 권력을 쓸 수 있는 자리에 갔으면, 내가 피투성이.. 2022. 3. 11.
황송한 연포탕 연포탕을 주문했다. 근데 박스를 뜯으니 헉! 이걸 어째, 산낙지 도착ㅠㅠㅠ 부랴부랴 유투브에 산낙지 손질법 찾아봄. 꼬물거리는 귀여운 애들을ㅠㅠ 한 번에 죽이려 하였으나ㅠㅠ 어찌어찌 6마리를 간신히 처리해 냉장고 넣고 한숨 돌림. 오늘 연포탕을 끓였다. 낙지와 함께 온 육수 덕에 맛있는 요리가 되었으나 기분이 좀 달랐다. 늘 남이 손질해주신 걸 먹다보니 다른 생명을 죽여 내 생명을 유지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황송한 연포탕.. 그리고 버드나무 봄잎 돋아나는 자전거길에서 지나가는 휴일. 이제 선거 결과 궁금. 2022. 3. 9.
우정 친구가 학교로 떡을 보냈어요. 새학기 기분 좋게 시작하라고. 스무 살에 대학에서 첨 만나 교직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통과한 친구. 지난 달, 밥 먹으며 친구한테 처음으로 고백했어요. 니가 내 친구라서 고맙고 참 좋다고. (그래서 보냈나봐요. 사랑 고백의 힘 ㅎㅎ) 저랑 모든 면에서 정반대였어요. 대학 때 얘는 과에서 탑인 모범생, 전 4년 안에 졸업이 목표였던 농땡이. 이 친구는 원피스에 구두 신고 명품빽 들고 다니고, 전 티셔츠에 배낭 메고 운동화 신고 다니고. 보통 농땡이들은 사회성 뛰어난데 전 사회성까지 떨어져 학교에 적응 못하고 오락가락. 이 친구가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됐어요. 늘 먼저 연락해주고. 출출할 때라 교무실에 둔 떡은 금방 동이 났지만 마음의 온기는 퇴근길 지나 집까지 따라오네요.. 2022. 3. 3.
고향의 맛 고민 끝에 점심 결론은 라면..ㅎ 저 라면 일 년에 한 번 먹을 만큼 싫어했는데 몇 년 전 아프리카 쬐금 살다온 후로 고향의 맛이 됐어요. 고향의 맛은 스프맛~ 이건 얼마 전 D의 요리~ 2022. 3. 1.
자전거 여행 바구니 자전거 타고 좀 멀리 갔어요. 오후 되니 개학 공포가 스물스물, 얼른 나가자 싶었죠. 금호강 자전거길은 많이 가서 이번엔 달구벌대로 따라 가봤어요. 시지 출발, 라이온즈 파크 지나 만촌 지나 범어네거리까지. 차로 혹은 지하철로 날마다 다닌 길인데 탈 것을 바꾸니 딴 길 같아요. 담티고개 지날 땐 산을 한참 깎아 만든 길인데도 여기가 깔딱고개구나 했어요. 1시간 20분쯤 달려 범어네거리 도착. 예전엔 로터리였고 어릴 땐 차가 별로 안 다녀 좌우를 살핀 뒤 무단횡단 했던 곳인데, 지금은 완전 딴판이지요. 옛날과 넘 달라 운전할 땐 이곳을 딱히 추억하진 않았는데 자전거로 지나니 또 달라요. 계속 페달을 밟고 온 게 기억의 문을 살금살금 열었을까요. 어릴 때 날마다 걸어다닌 동도초 쪽 샛길로 방향을 틀어.. 2022. 3. 1.
와~ 황현필 선생 넘 용감 정치적 견해를 안 밝히는 게 자신에게 이로울 텐데 넘 용감하시다. https://youtu.be/jLH0DB51uUw 2022. 2. 28.
이름 외우기 직장인에겐 평일 낮에 어슬렁거릴 수 있는 것 자체가 세계 평화, 마음의 안식이에요. 개학 전 마지막 평일, 모친께서 이마트 가자고 콜. 같이 장 본 뒤 지인이 알려준 식당(전원숯불 시지점)에서 돌솥밥 사먹고, 그 앞의 중산지 한 바퀴 돌고… 요새 만 원짜리 괜찮은 밥 잘 없는데 바닥이 노릿하게 구워진 돌솥밥에 모친께 칭찬 들었네요 ㅎㅎ 시국이 시국이라 테이블이 뚝뚝 떨어져 있는 것도 장점. 학교 단톡방엔 온갖 업무 관련 톡이 토욜, 일욜 가리지 않고 쏟아지나 그게 진짜 긴급한 내용인지 의문. 그건 닥치면 봐야지 하고 두 가지만 준비 중이에요. 수업자료는 지난 주에 인쇄까지 맡겼고 남은 건 애들 번호/이름 외우는 일. 젊을 땐 몇 번 수업 들어가면 절로 알게 됐는데 이젠 애써 노력해야 그나마 머리에 들어와.. 2022. 2. 28.
엄마밥의 위력 제가 하면 왜 절대 이 맛이 안 날까요. 엄마밥 먹으면 영혼이 진정돼요. 음식에다 신경안정제를 살살 뿌려놓은 듯. 삼계탕 한 솥 얻어와서 먹는 주말~ 2022. 2. 26.
짐머만 대구 콘서트 힘들 때마다 들었던 짐머만의 베토벤 황제. 이상하게도 이곡이 젤 위로가 됐고 외울 만큼 많이 들었다. 짐머만 대구 공연 전석 매진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취소표 득템. 콘서트 관람. 코로나 이후 2년만에 보는 대구콘서트하우스도 반갑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예술가. 관록이 묻어나는 여유로우면서도 힘찬 연주. 피르티타 칠 때는 여기가 천국이구나 했다. 브람스 곡은 잘 몰라 잠깐 졸았지만. 앵콜도 세 곡이나. 좀 더 대중적인 걸 했으면 싶었지만 그래도 무한 감사. 세 번째 앵콜곡 끝나자 다들 기립박수. 저 여유와 미소를 배워야지 했다. 2022. 2. 26.
어르신 맛집이 진짜 맛집 장어 못 먹는데 모친께서 팔공산까지 가서 장어 드시겠다고ㅠㅠ 별 수 없이 따라갔다가 첨으로 다 먹다. 역시 어르신 맛집이 진짜 맛집. 구이 전혀 안 비릿하고 국도 안 짜고 깊은 맛. 식사 후 거기서 10분 더 가서 동명지수변공원 한 바퀴 돌았다. 나무에 물 오르는 시기라 바람이 쌩쌩. 여기는 연말에 걸을 때 거쳐갔던 곳인데 한티 가는 길은 봄에 다시 걷고 싶은 길. 5구간 총 45.6km인데 경치는 3, 4구간이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2022. 2. 25.
이루마가 좋은 이유 한 쪽 연습하면 나머지 네 쪽 걍 반복. 왕초보에겐 최고의 악보, 최고의 음악가. 꼭 시험 기간에 책 읽고 싶고 방학 내내 거들떠도 안 보다가 개학 앞두고 피아노 치고 싶고… 이 청개구리! https://youtu.be/9ZiETkFUIdU 2022. 2. 23.
이해하지 말자 시가랑 우리집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달라 이해 안 가는 점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는 심리 전공 여교수님께 안부전화 했다가 그간의 사건들을 말하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문화 차이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오만이라고.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의 차이는 사자와 토끼의 차이보다 클 거라고. 이해할 수 없다,,, 그 말이 진리다 싶었다. 그래, 중국인과 인도인이 서로 어찌 이해가 되겠는가. 문화 차이는 그런 것이고 교수님 말마따나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일지도. 우리는 서로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관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족이라도 이래라저래라.. 2022. 2. 22.
하늘나라의 열쇠, 2/22 묵상 2022. 2. 22. 화 무슨 고민거리를 말만 하면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하는 지인이 있다. "그래, 마음을 비워야지, 우야겠노." "비우는 거 밖에 없다." 그 말이 사실 그렇게 와닿진 않았다. 비워야 되는 줄 알지만 안 비워지니까 문제지. 어제 내가 존경까지는 아니고, 걍 그의 저서를 꽤 알고 읽은 저자가 정치인 누구랑 사진 찍고 그 편에 줄 선 것을 봤다. 그가 내 이익이 그쪽에 있어서 가노라 했으면 뭐,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자기 선택을 정당화하는 말들이 궤변도 그런 궤변이 없었다. 그리고 알았다. 세상을 똑바로 보는데 필요한 것은 높은 아이큐도 학식도 아니고, 사리사욕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세상을 정확히 제대로 보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이해타산 없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을. 또.. 2022. 2. 22.
펌) 바흐가 그저 그런 음악가란 평을 들었다니 (기사 중에서 펌) 바흐는 1703년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취직을 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그 당시 디트리히 북스테후데라는 대단한 오르간 연주자가 있었는데, 바흐는 그의 연주를 들으러 한달 휴가를 허락받고 아른슈타트에서 뤼베크까지 약 500㎞나 되는 거리를 직접 걸어갔다가 온 일이 있었다. 바흐는 그 정도로 북스테후데의 광팬이었다. 바흐는 3개월 동안 무단결근을 하면서 뤼베크에서 4개월을 보냈다! 교회의 추기경단은 그런 바흐에게 경고를 내렸다. 추기경단은 이어 아른슈타트로 돌아온 바흐가 오르간을 연주할 때마다 이상한 화음을 사용하고 신기한 변주를 해서 청중을 혼란에 빠트린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처럼 바흐는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었지.. 2022. 2. 22.
청춘 졸업한 학생들한테서 소식이 오는 시기가 있어요. 주로 대학 입학했을 때, 군대 갈 때, 취직했을 때. 간혹은 결혼할 때도 있고. 취업했을 무렵이 학창시절 선생님을 기억하는 마지막 시기인 듯해요. 그래서 학생들과의 인연은 그들이 이십대 후반쯤 되었을 때 대개 종료되지요. 중고등 쌤들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효가 보통 그 정도인 듯. 어제 만난 H군과는 인연이 좀 더 깊어요. 중학교 졸업 후 한두 번이 아니라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꾸준히 연락이 오갔으니까요. 고교 때도, 대학 가서도, 군대 휴가 나와서도, 로스쿨 다닐 때도, 거의 매년 본 듯해요. 그 사이 중2 소년은 이십대의 끝자락에 와있고 서른 몇 살 선생은 사십대 말미를 지나게 됐고. 사실 제 기억에 확실한 흔적을 남긴 애들은 죄다 말.. 2022.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