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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99

[형사 박미옥 / 박미옥] __ 영화보다 긴박하고 뜨거운 현장 누군가의 30년의 현장 분투의 기록을 이렇게 편안히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황송했다. 한 꼭지 한 꼭지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영화보다 더 긴박하고 뜨겁고 힘든 싸움의 기록이다.  하나하나 무겁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만 그 이야기들이 담담하면서도 편안하고 술술 읽히는 이유는 저자가 자신과의 싸움과 세상과의 싸움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헤쳐나갔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언론에 오르내린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여경 최초의 강력계 형사,,,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리나라 경찰 역사를 새롭게 쓴 사람이 바로 저자, 형사 박미옥이다.  평생을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의 현장에서 보내자면 보통 사람 같으면 정신이 온전해지지 못하거나 아니면 세상에 .. 2023. 7. 28.
[슬픔의 방문 / 장일호] __ 삶과 책을 함께 읽어나가는 내공이 빛나는 책 단 한 편도 버릴 게 없는 내용이 꽉찬 에세이집. 저자의 필력에 놀랐다. 짧고 경쾌하고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막힘 없이 주르륵 읽게 만드는, 그 깊고 막막한 슬픔을 폐부까지 느끼게 만들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문장들. 이렇게 글 잘 쓰는 기자가 있구나 했다. 시사인 기자 장일호의 에세이다.  에세이가 마치 소설 같다. 한 번 집어들면 그녀의 문장에서, 그녀의 삶의 이야기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 삶의 이야기들을 그녀가 사랑한 책들과 나란히 병치시키는 솜씨도 놀랍다. 그녀가 책에서 고른 모든 말들은 그저 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삶을 통해 다시금 생생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삶과 책을 함께 읽어나가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2023. 6. 29.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__ 인간이 구분 지은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첫 장면이 강렬하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자신이 수집한 모든 물고기 표본들이 잔해로 돌아가려는 그때, 침착하게 그 잔해들 틈에서 남아있는 것들을 추려서 다시 자기 일을 시작했던 과학자. 이 첫 챕터를 읽었을 때는 한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다루는가 했었다.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의 팀과 함께 전세계 물고기의 5분의 1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주변 세계와 자연의 경이에 매혹되었던 소년이 꿈꾸었던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었고 놀라운 인내심과 열정으로 드넓은 세계를 탐험하며 자신의 업적을 쌓아올려가지만 그가 말년에 몰두했던 것이 '우생학'이라니. 그의 스승 아가시와 마찬가지로 "모든 종 하나하나가 신의 생각이며 그 생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분류학이 창조주의.. 2023. 5. 6.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이은주] __ 우리 삶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분들 저자를 인터뷰 영상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아니 무슨 요양보호사가 저렇게 지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지?? 했는데 저서가 있어서 구매했다. 알고보니 작가/번역가다. 40대 중반까지 번역가로 살다가 생계가 막막해질 무렵 병든 외할머니를 돌본 경험을 계기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6년차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분 필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세상을 보는 시각, 사람을 보는 시각 자체에 감탄하게 된다. 요양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온갖 삶의 거친 전장터를 거쳐 이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기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뮤즈라고 부른다. 저자가 만난 제우스, 뮤즈들의 요양원 일상을 따라가면서 삶의 온갖 희로애락과 마주치게 되지만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인간의 존엄이다.  보통 요양원의 노.. 2023. 3. 1.
[힙피플 나라는 세계 / 김은하 외 8인] __ 현실과 이데아 사이에서 이분 글이 젤 인상적.현실과 이데아의 관계를여느 철학서보다 잘 설명함. 2023. 2. 28.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__ 황혼에 글을 쓴다는 것 황혼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작년에 눈에 띄는 글을 하나 보았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 이혼 후 생활고로 예순 넘은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분의 이야기인데 피와 땀이 깃든 글은 이런 묵직한 감동이 있구나 할 만큼 오랜만에 보는 에세이다운 에세이였다. 이분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했다. 불과 일흔의 나이에. 남편의 폭력으로 재산분할을 포기하고 황혼이혼을 하고, 사이버대학 문창과에 등록한 뒤 늦깍이에 평생 꿈꾸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걸 알고는 너무 짧게 쓰고 가셨구나 몹시 안타까워했었다. 최근 이분의 시와 산문이 휴머니스트에서 유고집으로 엮어 나왔다. 지인이 선물로 보내줘서 알았다. 이분 글을 더 읽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1953년생, 우리 모친보다 세 살 아래. 그 .. 2022. 5. 29.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두 분의 편지를 읽고 알았다. 권정생 선생이 병고로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얼마나 낫고 싶어 하셨는지, 병 때문에 글 쓸 힘을 못 내는 것을 얼마나 안타까워하셨는지... 이오덕 선생이 얼마나 열심으로 권정생 선생의 책 출판을 위해 뛰어다니셨는지... 아동문학이 정당한 문학적 평가를 받도록 얼마나 열렬히 애쓰셨는지... 두 분은 진짜, 아동문학이 순문학에 비해 몇 단계 아래라고 하찮게 여겨지던 시대에 아동문학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이 책은 내가 정말 존경하는 두 분, 그 분들의 순정한 마음과 부지런하고 고된 발걸음 하나하나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권정생 선생은 다시 태어나도 사회가 알아주는 돈 많고 건강하고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벗을 잃게 될 거라고. 각혈을 하며.. 2022. 5. 17.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 류하윤, 최현우] __ 아름다운 커플의 특별한 성장기 D가 오후에 온대서 아침에 또 빵 ㅎㅎ 주말 아침과 함께 한 책은 유투브 채널 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쓴 책.  가볍게 잘 읽히지만, 그들의 삶의 실천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젊은 분들이 어쩜 이렇게 속이 여물고 알찬가 했더니 스무 살부터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했고 그래서 단단한 내공이 자리한 분들이다. 남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할 때 가장 힘든 건 가족과의 갈등이다. 단순한 진심의 하윤 씨도 꼭 같은 갈등을 겪었고 용기 있게 그 시간을 견디고 헤쳐나갔다. 참 아름다운 이들. 오십 다 되어가는 내가 이 젊은이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삶에서 무엇에 진심일까?  나는,,, 아무튼 '위대한 작가'들에 진심이다.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백석을 너무너무 사랑함. ㅎㅎ 도스토옙스키와 빅토르 위고와 주제.. 2022. 5. 14.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이문현] __ 사회부 기자의 버닝썬 취재기 워낙 글을 쉽게 써서 잠깐 누워서 금방 읽었다. 이 책은 사회부 기자의 버닝썬 취재기다.  클럽 직원으로부터 갈비뼈가 세 대나 나갈 만큼 두드려 맞고도 경찰에 오히려 가해자로 몰린 손님. 그가 호소한 억울함에 응답해 기자는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양파 껍질처럼 실체가 밝혀지는 클럽 버닝썬의 실체. 그곳은 약물과 성폭행, 탈세 등등 비리의 집합소였고, 경찰로부터 비호를 받고 있었다.  클럽 버닝썬의 한 달 매출이 24억이란다. 그곳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하룻밤에 수천만 원, 심지어 만수르세트라는 1억의 돈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멀쩡한 사람에게 약물 반응 음성이 나오는 약물을 주입해 성노리개로 만드는 업주가 있었다. 이 시대 가장 추잡한 돈 잔치를 보여주는 곳이 클럽 .. 2022. 5. 5.
[쓰는 사람, 이은정 / 이은정] __ 이 책 넘 따스한데 내가 잘 읽지 않는 장르가 시인, 소설가들의 에세이다. 그들의 일상 이야기는 그들의 시나 소설보다 재미가 없어서. 사진작가나 예술가, 법조인, 의사, 정치인들, 과학자, 철학자들의 에세이는 다르다. 그 직업 세계의 애환을 엿봄은 물론, 그 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롭고 드넓은 시야가 있어 영감을 준다. 이 책은 예외다. 평범한 일상에 그만의 따스하고도 너른 통찰을 얹어서 맛있게 요리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넘 좋다. 과연 쓰는 사람이구나. 쓰기 위해 잘 나가던 학원강사를 때려치고 가난하게, 글만 고집해온 작가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 친구들에게 기꺼이 선물하고픈 책. 2022. 2. 23.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__ 최승자 시인과의 재회 최승자. 내가 대학 시절 참 좋아한 시인이다. "가장 큰 하늘은 그대 등 뒤에 있다"그 시구를 외우며 다녔다.  최승자 시인은 진짜 시적 감수성이 넘넘 탁월한 분인데, 이 시인이 너무 힘겹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언론에서 본 적이 있었다. 예술가는 가난하다고들 하지만 한국 문학사에 한 족적을 그은 시인이 그토록 생계가 어렵다니... ㅠㅠ이분의 에세이집이 베스트셀러에 떠서 읽어봤다. 최근 글은 몇 편이고 전에 출판된 것을 재발매한 책. 그래도 반가웠다.시인은 정신분열증을 오래 앓았다고 했다. 첫 글이 가장 강렬했다. 제목은 '다시 젊음이라는 차를' 시인이 1976년에 쓴 글이다. 글이 정말 젊다. 이게 젊음이다. 시대가 주는 고통으로부터 떠날 수 없는 그분의 탁월하게 예리한 감수성이 병으로 사장된 것.. 2022. 2. 18.
[걷는 독서 / 박노해] __ 선물하기 좋은 책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https://youtu.be/Qaadiuj5yAg 2021. 10. 19.
[앞으로 올 사랑 / 정혜윤] __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흑사병이 전유럽을 휩쓸던 14세기,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쓴다. 유쾌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2021년,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덮은 이때, 정혜윤 작가는 보카치오처럼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쓰는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이 자연과 세계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우리의 변신을 촉구하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한다면 우리는 변해야 한다고, 많은 소설속 인물들과 현실속 인물들의 사랑을 예로 들며 인간의 변신을 이야기하는 책. 그래서 '앞으로 올 사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재미나게 읽었지만 특히 인상 깊은 인물은 '레이첼 카슨'과 러시아의 식물학자 '바빌로프'다.   ##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의 사.. 2021. 4. 26.
[사생활의 천재들 / 정혜윤] __ '다시' 세상을 사랑하고 싶을 때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분 좀 천재 같은 느낌이다,, 라는 작가는 처음이다. 그만큼 생각이나 문장이 톡톡 튀면서도 표현력이 풍부하고 그만의 시각을 잘 녹여내었다. 다만, 몇몇 책은 감정이 과잉되거나 현란한 수사가 많아서 내용을 좀 건너뛰면서 덤벙덤벙 읽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담백한 문장을 좋아하는 편인 듯.  이 책은 덤벙덤벙 읽지 않았고 잘 읽힌 편이다. 제목이 "사생활의 천재들"이지만 실은 우리 시대 작가와 예술가, 영화감독, 학자 중에서 저자를 감동시킨 '천재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읽으면서 '천재적인' 작업 결과물을 내는 이들은 그 분야에 '천재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생활의 천재들'일 게다. 모든 꼭지를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특히 윤태호 .. 2021. 4. 14.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이연주] ㅡ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 고산도서관 신간 코너에 파란색 표지에 책 제목이 눈에 띄어 집어든 책. 380쪽의 두꺼운 책이지만 단숨에 읽었다. 일단 저자가 글을 정말 쉽게 잘 쓴다. 법률 용어가 더러 등장함에도 마치 뉴스나 드라마를 보듯이 각각의 사례를 빠져들어 읽게 된다. 뉴스에서 실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검사들도 꽤 등장한다.  책의 모든 내용은 사시 출신의 저자가 검사로 재직하며 겪은 이야기다. 한 편 한 편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해서 여기 줄거리 요약을 못하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런 양아치 집단이 없다. 검찰이 썩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들은 치외법권의 세계에서 함부로 법을 무시하며 제멋대로 권력을 사유화할 뿐 아니라 그 조직의 생리에 반하는 이들에겐 끝까지 복수한.. 2021.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