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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98

플래닛 워커 - 존 프란시스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이라는 부제에 홀려서 읽었다. 냥냥군이 마침 집에 와 있어서 읽고 나서 말했다. "아, 진짜 부러워." "누나도 학교 때려 치우고 가고 싶은 데 가면 되지." "내 노후는 어떡하고?" 잠시 둘 다 침묵에 잠겼다. 서로 비슷한 처지인지라. 대강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처럼 일찍이 어떤 내적 확신에 의해 남들이 이해 못하는 길을 두려움 없이 선택한 사람. 그렇게 약 이십 여년이 흐르고 그가 선택한 길이 메아리가 되어 세상에서도 반향을 일으키는 사람. 반면에 사회의 기준에 따라 이십 년쯤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회의와 공허감을 느껴 인생 후반부에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사는 사람. 물론 대부분은 이도 저도 아니겠지만. 후자의 경우도 훌륭하지만, 나는 .. 2011. 8. 9.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이태석 가톨릭 성가 중에 '묵상' 이란 곡이 있다. 세계 평화에 대한 간절한 희구가 담긴 노래인데 대학 시절에 간간이 듣고 불렀지만 작사/작곡자가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작년에 KBS 스페셜의 를 보고 그 노래의 지은이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 수십 년의 내전으로 폐허가 된 땅 수단에서 의사이자 신부로 봉사했던 고 이태석 신부가 바로 그였다. KBS 스페셜은 그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뜨고 난 후 그 남은 자취를 추적하는 일종의 순례기이다. 그의 흔적이 담긴 톤즈 마을과 인근 지역들을 찾아다니면서 생전에 그분을 알았던 사람들의 증언을 함께 담았다. 의사가 없는 지역이라 환자가 하루 200-300명씩 들이닥칠 때도 많았다 한다. 맨 땅에서 병원을 짓고 학교를 짓고, 백신을 냉장고에 보관하려.. 2011. 7. 29.
히말라야 도서관 - 존 우드 히말라야도서관세계오지에3천개의도서관,백만권의희망을전한한사나?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존 우드 (세종서적, 2008년) 상세보기 지하철로 출퇴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근무지가 대구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바뀌었는데, 앞산순환도로가 아침에 많이 막히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가는 시간이나 지하철로 가는 시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2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는 것이 좀 번거롭긴 하지만, 대개 앉아서 가기 때문에 탈 만하다. 1시간 운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은 지하철을 타고 가며 즐겁게 본 책이다. 전직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간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한 계기와 사업 전개 과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놓았다.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다가 모처.. 2011. 3. 27.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이별에도예의가필요하다김선주세상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문화에세이 지은이 김선주 (한겨레출판사, 2010년) 상세보기 한겨레 논설 주간 김선주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시사 칼럼이란 게 논란이 되었던 당시를 지나서 읽으면 다소 싱겁고 재미가 없기 마련인데 이 글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체적 사건을 화두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이야기 속에 저자의 일상과 주변 삶의 이야기가 겹쳐 있고, 삶과 인간에 대한 사색이 엮어져 있어서 칼럼이라기보다는 기품 있는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저자 글의 매니아였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그랬겠구나, 했다. 저자 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세상 일과 자신의 개인사 및 기족.. 2011. 1. 5.
생각노트 - 기타노 다케시 생각노트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자전적에세이 지은이 기타노 다케시 (북스코프, 2009년) 상세보기 가장 쓰기 쉬우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잘 쓰기 어려운 글이 에세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는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에세이, 비슷비슷한 성공담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에세이였다. 젊은 날의 고민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어머니의 삶의 방식과 당대의 가치관, 열정적으로 일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고와 현재의 교육 및 문화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영화 이야기.... 가볍게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묵직한 어떤 것이 곳곳에 박혀 있는 글이었다.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 감독이라 그런지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다소 가부장적인 면이 있고 세대 차이도 느껴지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늘날 우리.. 2010. 12. 30.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 & 생각 버리기 연습 세상을만든여행자들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한종수 (아이필드, 2010년) 상세보기 생각버리기연습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2010년) 상세보기 역이나 공항에 가면 제일 반가운 곳이 서점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서 오프라인 서점에 갈 일이 없는지라 오래만에 가판에 깔린 책들을 구경하면 즐겁다. 구내서점이 대부분 작은 규모이고 베스트셀러 위주로 깔려 있긴 하지만 살 만한 책은 꼭 있다. 비행기나 기차를 타면서 읽는 책은 평소보다 잘 읽힌다. 창밖으로는 낯선 풍경이 스쳐가고 생각도 일상적 관념에서 풀려나 자유로워져서인지 읽을 때 집중도가 훨씬 높다. 은 추석연휴에 인천공항에서 발견했다. 뭘 살까 하다가 눈에 띈 .. 2010. 12. 20.
가난뱅이의 역습 - 마쓰모토 하지메 가난뱅이의역습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비평에세이 지은이 마쓰모토 하지메 (이루, 2009년) 상세보기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신나고 재미있고 유쾌한 책. 한 시간 읽는 동안 내내 혼자 키득키득거렸다. 올 가을 저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의 입국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 공항에서 억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을 다룬 기사를 우연히 보고 저자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사본 책인데 이렇게 유쾌할 줄이야. 대체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이런 사람을 입국 거부하는 울 정부도 대책없게 웃긴다. 저자는 나와 동갑내기. 그런데 참~ 다르게 살았다. 안정직이라 일컫는 공무원과 정반대되는 삶. 임금노동을 거부하고, 가난한 백수로, 아나키스트, 데모 주동자로 살았고 현재는 재활용 .. 2010. 12. 3.
월든 (소로) & 나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박홍규)  월든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영미에세이 지은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레, 2006년) 상세보기 나의헨리데이비드소로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역사인물 지은이 박홍규 (필맥, 2008년) 상세보기 중3, 기말고사에 졸업여행까지 다녀왔고, 교과서도 다 끝냈고, 남은 한 달 반 동안 대체 뭘 할까 하다가 어짜피 애들이 잘 안 들을테니 올해 남은 날들 동안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보자 싶었다. 영감을 주는 인물들과 그의 글을 한 시간에 한 명씩 소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이가 헨리 데이빗 소로였다. 자기가 살고 있던 19세기를 마땅찮아 했던, 당대의 모든 속박-물질문명, 기계노동, 자연파괴, 노예제도, 불합리한 사회제도-을 거부하고 .. 2010. 11. 16.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알래스카,바람같은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호시노 미치오 (청어람미디어펴냄, 2005년) 상세보기 호시노 미치오의 를 읽었다. 잠시 잠깐 알래스카의 바람 속에, 공기 속에, 얼어붙은 대지와 바다, 피고 지는 야생의 꽃들 사이에 머문 것 같다. 글도 사진도 훌륭하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 생생하게 대면하며 산 사람의 글은 항상 이처럼 간결하다.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그 자신과 그가 만난 세계의 혼이 깃들어 있다. 고기는 마을 사람 모두에게 분배되었고 마지막으로 거대한 턱뼈만 얼음 위에 남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턱뼈 주위에 모여서 매김소리와 함께 바다를 향해 그것을 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턱뼈를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얼음산 저편.. 2010. 11. 13.
낮은 데로 임한 사진 - 최민식 낮은 데로 임한 사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최민식 (눈빛, 2009년) 상세보기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 행복했는데, 그 이상의 책을 만났다. 한 예술가가 50여년에 걸친 자신의 작업을 돌아보면서 그간 자신이 겪은 고난과 삶의 철학을 잔잔히 들려주는 책.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그의 생애가 농축되어 있고 그것이 단단한 심지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작가 최민식. 6. 25 전쟁으로부터 시작해 독재와 민주화투쟁, 가난과 고통의 긴 현대사를 통과하면서 그 길 위에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수천 가지 삶의 표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삶의 '진실'을 생생히 전해주려 했던 작가.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치열한 휴머니즘에 놀라고.. 2010. 2. 18.
청춘의 독서 - 유시민 청춘의 독서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년) 상세보기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 좋은 책이 이렇게 많다니, 다시금 행복했다. 자신의 독서 체험을 담은 책이 요새 꽤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단연 최고다(타인의 독서에 관심이 없어서 그리 많이 보진 못했으나). 저자에 대한 개인적 호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렇다. MB 치하, 시절은 어둡고 갈 길은 멀다. 저자는 길을 잃은 지금, 자신을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삶의 ‘지도’가 과연 옳았는지, 그것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청춘에 그를 사로잡았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지도들은 옳았으며, 더 많은 것들이 새롭게 의미가 밝혀짐을. 그리고 자신에게 다짐한다. 길은 계속된다고. 나 역시 이런 경험이 .. 2010. 1. 25.
효재처럼 살아요 - 이효재 효재처럼 살아요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효재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사진 반, 글 반인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예외다. 저자는 말을 안 한다기보다는 말을 아낀다. 몇 마디 말 속에 깊은 뜻이 배어 있다. 그 뜻은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다. 그래서 여운이 있다. 사진도 좋지만 문장이 더욱 좋다. 살림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우리가 말로 남을 기죽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구 평화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랬니? 어머, 잘했다'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 (pp25) 세상의 잣대로 보면 나는 애 못 낳아, 남편은 집 나가, 일 많이 해 골병들어, 팔자가 세도 너무 세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생각한다. 남편 집에 없고 아이 없기 때문에 생기.. 2009. 8. 7.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오소희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오소희 (큰솔, 2008년) 상세보기 기차 안에서 보려고 고른 가벼운 책인데, 기대 이상이다. (여행작가인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은 번역투 문장도 마음에 안 들고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괜찮았다.) 기찻간에서 금세 다 읽었지만, 읽고나서 마음 깊은 곳까지 따스해졌다. 학부모들을 만나다보면, 그 욕심과 이기주의에 진저리칠 때가 있다. 편안한 분들이 많지 않다. 아이의 현재는 사라지고 미래(자신의 틀로 바라본)에 사로잡혀 있다. 어머니가 아니라 '사업 경영자'의 마인드라고 할까.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더욱 가득하게 해줌을 잊어버린 것 같다. 아마 그분들이 처음 자신의 아이를 이 세상에서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으리라. 모든 아이는 우.. 2009. 7. 31.
열정적 고전 읽기 - 조중걸 열정적 고전 읽기(철학 1)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조중걸 (프로네시스, 2006년) 상세보기  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고전 이외에 어디서도 삶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고전 속에서 만나는 것은 과거의 천재들이다. 오늘 우리가 품는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의문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고 상상하기 어려운 분투를 통해서 그 나름의 통찰을 보여준 천재들. 저자는 그들의 세계관과 삶과 지식에 귀기울이는 것은 우리 삶의 소외된 부분들을 다시 밝히는 작업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전 속을 여행하는 것은 미래 속을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은 유명한 고전 중의 한 부분을 골라서 엮어놓은 것이다. 영어 텍스트 + 번역한 텍스.. 2009. 6. 21.
왜 쓰는가 - 폴 오스터 어느 블로거님의 추천을 보고 읽은 책인데,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벼운 에세이다. 폴 오스터의 책은 뉴욕 3부작(그것도 1부만 봄)이 전부지만, 그의 천재성에 감탄했던 터라 색다른 내용을 기대했었나 보다. 손글씨 같은 활자로 찍혀 있어서 그런지 내겐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마음 깊이 여운을 남기는 두 편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하나는 자신이 작가가 된 어릴 적 계기를 말한 것이었다. 저자는 정말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갖고 있는 펜이 없어서 싸인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후로는 늘 연필을 갖고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뭐라도 쓰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핍박받는 작가들에 대한 그의 연대 정신이었다. 그는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으로.. 2009.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