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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99

왜 쓰는가 - 폴 오스터 어느 블로거님의 추천을 보고 읽은 책인데,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벼운 에세이다. 폴 오스터의 책은 뉴욕 3부작(그것도 1부만 봄)이 전부지만, 그의 천재성에 감탄했던 터라 색다른 내용을 기대했었나 보다. 손글씨 같은 활자로 찍혀 있어서 그런지 내겐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마음 깊이 여운을 남기는 두 편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하나는 자신이 작가가 된 어릴 적 계기를 말한 것이었다. 저자는 정말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갖고 있는 펜이 없어서 싸인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후로는 늘 연필을 갖고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뭐라도 쓰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핍박받는 작가들에 대한 그의 연대 정신이었다. 그는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으로.. 2009. 5. 15.
흐르는 강물처럼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가 수필집을 냈다. 예상치 못한 일이다(내 예상에 전혀 권위가 없긴 하지만...^^). 소설책에 실린, 어떤 새와 함께 찍혀 있는 코엘료의 사진, 신비로운 풍모의 아름다운 중년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줄은 몰랐다. 그는 늘 신비에 싸여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 난 소설가들이 쓴 수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가들의 최고 작품은 역시 소설이고, 그들의 수필은 대개 감상적이거나 진부하다. 수필은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전공자, 정치가, 예술가 등 각 방면의 프로가 쓴 게 내용도 훨씬 풍부하고 남는 게 있다. 예외적 인물은 딱 한 명, 이외수.이외수의 수필은, 자신의 삶 전부와 맞닥뜨리며 겪은 .. 2009. 1. 26.
제주걷기여행 - 서명숙 제주걷기여행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서명숙 (북하우스, 2008년) 상세보기 제주에 만들어진 200km 도보여행길 23년간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걸은 여자, 오랜 직장 생활과 도시 생활 끝에 만신창이가 된 몸은 걸으면서 걷기가 가져다주는 느림과 평화로움,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에 의해 치유된다. 돌아와서 그녀는 제주에 도보여행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제주는 그녀가 오래 전에 떠나왔던 고향. 산티아고길을 걷는 내내 그녀는 고향 제주의 풍광을 마음속에 떠올렸다고 한다. 1구간부터 만들기 시작한 길은 이제 11구간 200km에 이르는 길이 되었다. (저자와 동료들의 꿈은 제주를 관통하는 800km의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7구간까지 설명되어 있다. 제주가 여전히 간직.. 2008. 12. 30.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 - 김홍성, 정명경 히말라야 40일 간의 낮과 밤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김홍성 (세상의아침, 2006년) 상세보기 저승 문지방을 밟는 여행 히말라야, 아무 것도 살지 않는, 바위를 덮은 만년설 밖에 없는 하얀 고봉들이 그처럼 인간을 매혹시키는 까닭이 무엇일까. 네팔에 다녀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건만, 설산 사진만 보면 가슴이 뛰고 다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해발 5000미터 가까이서 며칠 지낼 때 드는 느낌을 저자들은 '저승 문지방을 밟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곳에 갔다 돌아오면 세속의 모든 것이 좀 더 아름답고 생생하게 느껴지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그 느낌에 중독되면 히말라야를 자꾸 찾게 된다고. 내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갔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산속으로 .. 2008. 12. 14.
건투를 빈다 - 김어준 건투를 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어준 (푸른숲, 2008년) 상세보기 속시원한 김어준표 인생 장악법 올 11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 예스24 메인에 떴길래 지체없이 구매했다. 딴지 총수 '김어준'의 상담집인데, 인터넷에서 몇 편을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책으로 묶여 나와서 반가웠다. 사실 나는 상담집을 참을성 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김형경의 도 몇 쪽 이상 넘기기가 어려웠다. 가족, 친구, 연애, 취업, 직장 등의 고민거리들을 읽기에는 나 자신 그러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웠던 시기를 이미 지났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 '건투를 빈다'는 너무 재미있었고 배울 점이 있었고 또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시원했다. 김어준표 문체, 짧고 명쾌하고 시니컬한 말투 속에 담긴 .. 2008. 12. 12.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 - 성수선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 간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성수선 (부키, 2008년) 상세보기 재미있었다. 받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비즈니스' 근처에도 갈 일이 없는 내가 전혀 다른 업종의 이 책을 읽은 까닭은 '해외영업 12년차'라는 저자의 프로필 때문이다. 처음 내가 일을 시작할 때는, 한 십년 일하면 도사가 될 줄 알았다. 누구에게나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이 길러질 줄 알았다. 그러나 올 해, 직장생활 만 10년째를 맞이하면서 많은 회의가 찾아왔다.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 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나만의 컨텐츠를 확보하고 있는가. 내가 가진 것은 보잘 것 없는 몇몇 노하우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경력 역시 그리 많지도, 그렇다고 .. 2008. 12. 11.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 앨리스 워커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앨리스 워커 (이프, 2004년) 상세보기 흑인 여성 작가들, 앨리스 워커나 토니 모리슨 같은 이의 글에는 깊은 어둠 속에서 건져올린 것 같은...깊고 풍부한 울림이 있다. 마치 흑인 가수들의 성량이 풍부한 저음처럼... 긴 시간 아프리카의 평원을 거쳐온 것 같기도 하고, 광대한 바다 같기도 한... 오랜 고통을 견뎌 온... 한을 담고 있되 먼 미래를 쳐다보며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같은, 그런 음색... 쉽게 희망을 말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절망해서 주저앉지도 않는... 인류의 어머니 루시... 검은 피부, 검은 눈빛의 원시적 울림이 남아 있는... 대지의 심장 소리와 가까운.... 백인 작가들의 문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런 '오래된 영혼의 느낌.. 2008. 11. 17.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08년) 상세보기 공지영의 소설은 괜찮지만, 그녀의 수필은 내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다. 아마 소설 속에 이 작가의 개성이, 하고 싶은 말이, 삶이, 충분히, 쉽게 드러나 있어서 따로 수필을 챙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또 그냥 몇 페이지를 쓱쓱 넘겨봤을 때 마주친, 약간 자의식이 과잉된 듯한 문장도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엔 내게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일까, 도서실 책 정리를 하면서 마주치곤 하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갑자기 눈에 쏘~옥 들어왔다. 집에 들고 가서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작가로부터 들려오는 위로의 말에 잠시 눈과 마음을 적시게 .. 2008. 10. 23.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3 - 김용옥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용옥 (통나무, 2002년) 상세보기 일단은 재미있었다. 불교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의 큰 장점은 수행승들의 언어가 아니라 학자의 래디컬한 언어로, 그것도 쉽게 쓰인 점이다. 논리가 명쾌했고, 그간 희미했던 부분들이 많이 맑아졌다. 1권은 대승불교 이전의 원시 불교, 그 중에서도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의 생애를 추적하고 있는데, 고행이나 선정 수행 모두 당시 인도 문화권에서는 보편적인 수행 방식이었다는 점,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미 그러한 방식의 수행을 체험하고 넘어서 있었으며, 그에게 문제가 된 것은 그러한 수행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간의 현실적 고통이었고, 그가 궁극적으로 강조한 것은 열반/해탈이 아니라 (열반/해탈.. 2008. 9. 7.
박노자의 만감일기 - 박노자 박노자의 만감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박노자 (인물과사상사, 2008년) 상세보기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 박노자, 진중권, 우석훈.... 이들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2002년 붉은 악마를 보고 파시즘을 말한다거나, 참여정부가 처한 정치적 악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원론적인 비판만 가한다거나 하는... 그리고 대중과 함께 큰 길을 가기보다는 소수 엘리트적인 면모가 보인다거나...하는... 이 책에서도 박노자 선생이 김구 선생의 독립 운동 방식을 비판하는 부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 일제의 그 잔학한 폭압 앞에서 비폭력 투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즐겁다. 내용도 풍부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 2008. 7. 31.
호모 코레아니쿠스 -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상세보기 한국인의 아비투스를 파헤친 책 책을 들자마자 빠져들어서 마지막까지 금세 읽었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인'을 다각적으로 관찰한 보고서다.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아비투스)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근대화의 과정에 대한 추적에서부터, 오늘날 우리 문화를 좌지우지하는 인터넷 디지털 문화에 이르기까지 수백 개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울려 오늘날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작은 퍼즐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형성하듯이 읽고 나면 이 시대를 사는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구체적으로 만난 느낌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2008. 7. 13.
느긋하게 걸어라 - 조이스 럽 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 가는 길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조이스 럽 (복있는사람, 2008년) 상세보기 이 책은 한 미국 수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이다. 저자가 수녀님이어서 뭔가 대단한 영적 체험담을 기대했다면, 아마 실망하게 되리라.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다른 데에 있다. 조이스 럽은 삼십여일간 까미노를 걸으면서 자신이 겪고 느낀 바를 그야말로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대피소에서 느낀 실망감과 지저분한 화장실이 주는 고통에 이르기까지 그 구체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정말 내가 그녀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까미노에 대한 조금의 미화도 없이, 그러나 그 길에서 저자가 만난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좋다. 오히려 그녀의 순례는 그녀가 순례에 대해 .. 2008. 7. 13.
8000미터를 오른 세 사람에 대한 책 공부하느라 골치 아픈 머리를 식힐 겸, 세 명의 등반가에 대한 책을 빌렸다. 내용은 대충 건너뛰었지만, 그들의 거친 체험과 히말라야의 광활한 사진에 압도되었다. "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 루이 뒤보, 난다 데비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 라인홀트 메쓰너 지음 / 평화출판사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른 라인홀트 메쓰너의 등반 기록이 담긴 화보집. 그는 무산소 등정과 단독 등반을 감행함으로써 등반을 매우 특별한 놀이로 만들었다. 그에게 산들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의 모든 능력, 힘, 본능 등을 표현하는 자연의 무대였던 것이다. "위대한 산에서 맛보는, 이 허무 속에 있는 심경은 어떤 다른 경험보다도 큰 것이었으며,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몇 번이고 생각하게끔 했다. .. 2006. 10. 20.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파커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파커 파머 (한문화, 2001년) 상세보기 가끔 우리는 느낀다. 내가 원하는 것과 삶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우리는 그 격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다. 삶은 결국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펼쳐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사는 나의 좁은 자아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나의 삶이, 나의 참자아가 가고자 하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그러므로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혼란과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아니 삶은 자신의 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까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얇은 책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걸어온, 가장 자신답게 사는 길을 찾아온 저자의 영적 여정에 대.. 2006. 9. 27.
book+ing 책과 만나다 - 수유+너머 책과 만나다 book+ing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그린비, 2002년) 상세보기 서문이 매우 멋졌다. “푸코의 은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넘어 프랑스 사회 전체를 발칵 뒤집은 책이다.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가방마다 하나씩 둥지를 튼 책. 모두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읽은 책. 계급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빵처럼 팔린 책’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책. 한 지식인의 몸부림이 그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지적 자극을 주는 일이, 우리에게는 가능할까.” 그러나 정작 본문은 잘 읽히지 않았다. ‘수유+너머’에서 나온 책들을 더러 봐왔는데도 이들의 글쓰기는 여전히 낯설었나 보다. 책을 이리저리 들추어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부분부터.. 2006.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