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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99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 이현주 노자이야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일순 (삼인, 2003년) 상세보기 맑고,, 시원하다. 노자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장일순 선생과 이현주 목사의 대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들. 그 사이에서 번져나는 평화로운 기운. 노자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 나처럼 노자를 전혀 모르는 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쉬운 말들 속에서도 무한한 깊이와 넓이가 느껴지는데 장일순 선생의 삶에서 우러나온 향기인 듯 싶다.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58장부터는 이현주 목사 홀로 선생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작성했다 한다. 공부하다 머리 아플 때 펼쳐 들면 머릿속이 다 깨끗해진다. 노자를 매개로 그리스도교와 불교, 일상의 온갖 영역을 넘나들며 오가는 자유로운 대화, 학문의 언어가 아닌, 삶의 언어가 주.. 2006. 5. 11.
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 - 정해경 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해경 (휴머니스트, 2003년) 상세보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 문화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언어 문화를 페미니즘의 렌즈로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성차별적으로 오염되어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 밝혀진다. 저자는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 다이알로그와 모놀로그. 여성의 말은 대화이고 그것은 쌍방향적이다. 여성은 끊임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지만 '진실이 하나여야 할 이유가 없다. 너의 진실과 나의 진실, 수백 수천 개의 진실이' 대화 속에서 교차해 나간다. '남성의 방식으로 쓰여진 말은 .. 2006. 4. 10.
빛은 사방에 있다 - 김정란 빛은 사방에 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정란 (한얼미디어, 2005년) 상세보기 김정란의 에세이 모음집. 여성 작가들 중 보기 드물게 좋은 글을 써내는 이다. 몇몇 꼭지는 매우 탁월했다. 대부분의 글을 공감하며 읽었으나 지나치게 심리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선뜻 이해가지 않는 것도 몇 개 있었던 것 같다. 시적인 감수성을 죽 펼쳐놓은 글들에서 세상을 향한 그녀의 눈짓, 손짓, 발짓, 그녀만의 몸부림이 느껴졌다. 남성 작가들이 결코 포착해내지 못하는 세계, 우리 삶의 작고 미세한 떨림을 담아내고 있기에 여성 작가들이 쓴 글을 읽는 건 신선한 체험이다. 여성 작가의 글에는 '일상성'이 살아 있다. 문제는 좋은 작가가 드물다는 것. 안을 깊이 사유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의 감옥'에서 헤어나지 못하.. 2006. 3. 27.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미치 앨봄 (세종서적, 2002년) 상세보기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좋은 책은 사서 서가에 꽂아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때, 우리는 그 책에서 예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길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의 간격을 체험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과 새롭게 만난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이 책을 읽은 지 칠팔 년은 되었지 싶다. 우연찮게 펼쳐들었는데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전에도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것 같다. 군데 군데 줄이 그어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때는 어렸고, 모리 교수의 삶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그의 메세지가 다소 평범하게 .. 2006. 2. 6.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 스티브 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상세보기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게 된 책이다. 사막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아주 오래 전, 친구가 여행 중에 사막 캠핑에 참가한 남아공 사람을 만났는데, 사막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기 존재만이 느껴지더라고, 낮에는 방향을 찾기 어려워 밤에 별을 보며 이동했노라고,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더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사막은 내 가슴속 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태초의 시간 속에 젖어들고 싶었다. 지평선 위로 뜨는 별도 보고 싶었다. 물론 사막은 그런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 실제로는 온갖 위험으로 가득차 있지만. 모로코.. 2005. 11. 19.
오늘, 유성처럼 살아도 - 도로시 데이 오늘 유성처럼 살아도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도로시 데이 (성바오로딸수도회, 1995년) 상세보기 도로시 데이... 문득 그녀가 그리워졌다. 학생 때 그녀의 글과 그녀의 삶에 반해서 진짜 인생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사회주의자로 출발해서 '가톨릭 노동자'를 창간한 저널리스트이자 '환대의 집'을 운영하며 평생을 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인물. 옛날에 읽던 책은 선물하고 없는 지라 새로 책을 샀다. 그녀는 평생 수많은 글을 써왔는데 이 책은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선집으로 194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도로시 데이가 처했던 시대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왔는지 잘 드러난다. 그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초자연적인 신의 사랑에 깊이 이끌렸으며 전쟁과 .. 2005. 9. 18.
일상도를 살아가는 인간 - 송봉모 일상도를 살아가는 인간(성서와인간 10)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송봉모 (성바오로딸수도회, 2001년) 상세보기 예수회 송봉모 신부의 '성서와 인간' 시리즈 열번 째 . 얇작해서 좋다. 쉽고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어 이 시리즈 열 권이 다 마음에 든다. 그리스어로 '때'를 가리키는 말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로 영원을 향한 시간, 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주는 구원의 시간을 가리킨다. 또 하나는 로 흘러가는 시간, 그저 소모되고 마는 시간을 가리킨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처럼 우리 삶도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일상적 시간인 크로노스, 언젠가는 쓸쓸히 사라지는 삶. 허망한 삶. 다른 하나는 구원의 시간인 카이로스. 사랑하고, 의미를 추구하며, 나날이 새로워지는 영원한 삶. 내 삶이 얼마나 카이로스적인지 깊이 .. 2005. 8. 16.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영갑 (휴먼앤북스, 2004년) 상세보기 읽고 나서 한참 울었다. 사진에 순교한 작가, 김영갑. 제주에 미쳐 혼신의 힘을 다해 제주를 찍다가 훌훌 이어도로 떠난 사람... 욕망으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이토록 투명하고 눈부신 영혼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가난과 궁핍을 감내하며 오직 필름에만 미쳐 보낸 마흔 여덟의 생애. 루게릭병과 싸운 마지막 6년의 몸부림. 그리고 보는이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는 그의 사진. 제주의 오름과 바다와 하늘과 들판을 찍은 그의 사진에는 그 전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래서 마침내 그 모든 것과 닮아간, 아름답고, 눈부시고, 고독하고, 광활한 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특별한 사진 마다마다에.. 2005. 6. 12.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 노혜경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노혜경 (아웃사이더, 2003년) 상세보기 역사의 소환을 거절하지 않은 시인 오랜만에 문학하는 사람의 알맹이 있는 좋은 글을 읽었다. (난 시인, 소설가들의 말장난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혜경 시인. 그의 페미니즘,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 시와 문학 및 친일 문학인에 대한 견해, 그의 정치 참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역사가 그를 어떻게 소환했으며 그 질곡 속에서 시인이 어떻게 역사와 호흡했는지, 역사의 소환을 거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왔는지를 찬찬히 읽을 수 있다. 문학인으로써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자 한 그에게서 참 지식인의 모습을 본다. 노혜경은 서정주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삶은 비판하지만 그의 문학적 성과는 인정해야.. 2004.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