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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 주간 김선주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시사 칼럼이란 게 논란이 되었던 당시를 지나서 읽으면 다소 싱겁고 재미가 없기 마련인데 이 글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체적 사건을 화두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이야기 속에 저자의 일상과 주변 삶의 이야기가 겹쳐 있고, 삶과 인간에 대한 사색이 엮어져 있어서 칼럼이라기보다는 기품 있는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저자 글의 매니아였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그랬겠구나, 했다.
저자 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세상 일과 자신의 개인사 및 기족사를 통합해서 바라보는 안목이다. 사회의 흐름과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한데 엮어지면서 개성 있는 통찰을 뿜어내고 있다. 저자는 젊은 날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으며 돌아보니 그것에 많이 빚졌다고 했는데, 저자의 글은 페미니즘적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적 글쓰기,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다.'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통전성은 저자가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면서 삶과 글을 일치시키고자 분투한 데서 나오는 힘일 것이다.
미혼 시절, 월급 받아 혼자 다 써도 넉넉치 않았는데 한 선배 기자가 하루 용돈 200원이라고 하더란다. 저자는 200원으로 어떻게 사냐고 하니 그 선배가 200원이면 대한민국 평균보다 높다고 가만히 웃으며 이야기하더란다. 그때 큰 충격을 받은 저자는 소비의 면에서 대한민국 평균을 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다. 자녀들이 뭘 사달라고 졸라도 늘 대한민국 평균을 강조하며 그 이상은 거절했다고. 저자는 1974년 동아일보 해직 기자 중 한 명이다. 그 때 해직된 170명 중 유일하게 같은 직종에 종사하며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다고, 그래서 참 행복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머리말에 써놓았다.
꼭지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자신을 키운 것의 8할은 '사람'이라는 대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지금껏 나를 키워온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을까, 자연스레 돌아보게 했다. 내 경우 사람보다는 자연을, 특히 원시림과 같은 대자연을 좋아했다.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히면서 빚어내는 수많은 감정의 무늬, 다채로운 관계의 무늬.... 그런 것들과는 언제나 일정 부분 거리를 두어왔고 그 속에 깊이 발 담그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런 종류의 삶의 무늬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끈끈한 관계, 그 속에서 비롯되는 삶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서 울고 웃고 화해하며 쌓아가는 정감의 세계, 내가 다소 얄팍하다고 여겼던 그 세계 속에 굉장한 폭과 깊이가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저자와 나의 그 '다름'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꼭지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자신을 키운 것의 8할은 '사람'이라는 대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지금껏 나를 키워온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을까, 자연스레 돌아보게 했다. 내 경우 사람보다는 자연을, 특히 원시림과 같은 대자연을 좋아했다.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히면서 빚어내는 수많은 감정의 무늬, 다채로운 관계의 무늬.... 그런 것들과는 언제나 일정 부분 거리를 두어왔고 그 속에 깊이 발 담그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런 종류의 삶의 무늬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끈끈한 관계, 그 속에서 비롯되는 삶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서 울고 웃고 화해하며 쌓아가는 정감의 세계, 내가 다소 얄팍하다고 여겼던 그 세계 속에 굉장한 폭과 깊이가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저자와 나의 그 '다름'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조선희와 나는 어쨌든 의기투합했다. 백년해로도 예술의 경지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평생 한 사람과 살아가면서 상대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바닥을 쳤는가 하면 더 깊은 바닥이 기다리고 있고, 어느새 상종가를 쳤는가 하면 더 높이 솟구쳐서 감동하게 하는 그런 폭과 깊이, 그것도 장난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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