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일주일 국내여행 3일차 - 아산
https://youtu.be/StpWrktcdbU
안동, 천안을 거쳐 수원 올라가는 길에 아산에 들렀다. 아산은 천안에서 30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아산 현충사는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은 잘 없다. 지금은 그때 없던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이 새로 생겨 들른 보람이 있었다. 거북선과 판옥선, 일본 함선들의 모형도 보고, 복제본이지만 난중일기도 보았다(원본은 국립박물관에 있나? 용산국립박물관은 몇 번 갔는데도 계속 놓친 게 나온다.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아야 할 듯).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줄은 몰랐다. 전쟁 중에 최고지휘관이 쓴 기록이 잘 없어서 사료적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더 부연할 필요가 없는 우리 역사 최고의 영웅이다. 임진왜란 중 모든 해전에서 승리한 점도 대단하지만 그가 더 위대한 이유는 부패한 관료, 간신배들의 모략, 선조의 무능, 백의종군 등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그에게 하나도 보탬이 안 되던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리사욕을 일절 추구한 바 없고, 철저히 전쟁을 준비했으며, 엄격하게 군대를 훈련시켰고, 상부의 명령도 아니다 싶으면 따르지 않았으며, 사사건건 방해를 하던 명나라 진린 같은 이도 감화시킬 만큼 통솔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이 혼신을 다해 키운 수군이 원균의 지휘 아래 전멸했을 때도 열두 척 남은 배로 칠천량 전투를 승리로 이끈, 천재 중의 천재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선이란 나라에 진정한 선비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 것 같다. 정말 선비 정신이 있었다면 나라가 그 모양일 리 없다. 조선 중기 이후 정쟁에서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시절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만큼 부패했다. 그런 조선에서 몇 안 되는, 정말 선비다운 선비가 이순신이다. D랑 언젠가 조선의 3대 영웅을 뽑아본 적이 있다. 세종대왕, 이순신, 안중근, 이 세 분을 꼽았다. 어떻게 이런 대장부가 조선에 있었나 싶을 만큼 담대한 포부를 가진 인물들이다. 한 분 더 추가한다면, 나는 동학의 전봉준을 꼽겠다.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을 보며 이번에 느낀 점은, 이순신 장군의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의지이다. 어떻게든 이 전쟁을 자기 손으로 끝내고야 말겠다는 그 의지가 기라성 같은 일본 장군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한다. 임란에 참전한 일본 장수들은 막부끼리 싸우면서 단련된 이들이라 결코 만만치 않은 백전노장들이다. 그런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순신 장군을 당해내지 못했다.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가 조선을 침략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꺾었다고 생각한다. 구한말에는 반대였다. 조선 엘리트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에 나라를 바쳤고 조선을 삼키고자 하는 일본의 의지가 조선인의 의지보다 훨씬 강했기에 결국 식민지의 길을 밟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묘소는 현충사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침 묘역 일대를 새로 단장하는 공사중이라 출입이 제한되었는데, 참배만 하겠다고 하니 관리자분께서 허락해주셨다. 이순신 장군의 무덤 앞에 서니 왠지 그분이 뚫고 갔던 전쟁과 16세기의 역사가 실감이 났다. 위대한 분께 큰절을 올리고 아산을 떠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