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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발리 1. 발리에 가신다면

by 릴라~ 2003. 11. 1.

 

여행을 하면서 갔던 곳을 다시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팍팍한 도시 속에서 열대의 자연은 그리움으로 남았나 봅니다. 발리엔 두 번의 발걸음이 미쳤습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원하는 이라면 발리에서 실망을 안고 떠날지도 모른답니다. 특급 호텔이 백 팔십여 개나 될 만큼 발리는 개발된 섬이니까요.

또한 바다만이 목적이라면 발리보다 더 좋은 곳이 많을 거예요. 발리의 바다는 평범하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는 여전히 매력적인 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바 섬에서 출발해 칼리만탄을 거쳐 술라웨시의 내륙 또라자 마을로 이어지는 지친 여정 끝에 만난 곳이 발리. 그래서 그런지 발리의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발리의 분위기에 서서히 동화되어갔고 그래서 열흘을 내리 쉬게 되었지요. 그리고 다음 해인 2003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 섬을 다시 찾았답니다.

오래 머물수록 여행자의 마음을 매혹하는 무언가가 있는 섬. 발리에는 발리만의 휴식이 있습니다. 호화로운 리조트 여행을 하는 사람이건, 값싼 배낭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건, 그 누구에게나 호소력 있는 어떤 것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 바로 발리입니다.


1. 힌두교 신들이 살고 있는 섬




 

발리의 가장 큰 매력은 힌두교 문화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꽃과 향을 제단에, 혹은 바다에 바친답니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색색의 꽃들을 손에 들고 신께 기원하며 하루를 여는 모습은 우리의 오감을 환상적으로 자극합니다.

인도의 힌두교가 생의 무거움을 절절이 느끼게 했다면, 발리의 힌두교는 훨씬 밝고 활기찬 인상을 줍니다. 발리는 인도와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힌두교의 전통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지요.

공항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가면 발리 문화의 중심지 우붓이 있습니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선선한 고산 지대로 해변과는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붓은 발리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사원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인데요. 일 년에 두 번 있는 대축제 기간에 맞춰 우붓에 온다면, 금상첨화. 거리 곳곳에서 여러분은 화려한 축제 행렬과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제단.

 


그러나 아쉽게도 우붓 역시 나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50미터이던 상가 거리가 이듬해에는 100미터가 되는 식이랍니다. 우붓 미술관도 들러볼 가치가 있는데, 화려한 색감의 발리 회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붓에서 두 시간 이상 가야 나오는 긴따마니 화산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긴따마니는 평범한 화산입니다.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가 예쁘다면 예쁘겠지만, 그 멀리까지 가서 볼 만큼의 가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지 분들은 오히려 브두굴을 적극 추천했답니다. 발리의 채소와 과일이 대부분 브두굴에서 생산됩니다. 선선한 고산 지대라 날씨가 무척 좋고, 아름다운 호수와 사원이 자리잡은 곳으로 현지인들이 주말을 보내려고 많이 찾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서 발걸음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2. 발리의 해변


가장 유명한 곳은, 1970년대에 히피들이 많이 모여들었던 꾸따(Kuta) 비치입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테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죠. 일몰을 볼 수 있는 서쪽 해안으로 서핑의 메카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블랙 샌드 비치가 일품이며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수영을 할 수는 없지만 걷는 것으로도 운치가 있는 곳이랍니다.

꾸따에는 친구들과 우루루 몰려가야 합니다. 꾸따의 밤은 흥겹고 시끄럽습니다. 친구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밤새 이야기하기에 제격인 곳, 그러나 혼자서는 너무 심심한 곳이 꾸따입니다.^^;

시끌벅적한 꾸따보다 좀더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누르(Sanur)로 가세요. 일출을 볼 수 있는 동쪽 해안으로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이 많습니다. 꾸따 남쪽으로 내려가면 짐바란(Jimbaran) 비치가 있는데, 역시 일몰을 볼 수 있는 서쪽 해안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누사두아(Nusadua)로 향합니다. 누사두아는 공항에서 30-40분 정도 거리에 있으며, 일출을 볼 수 있는 동쪽 해안입니다. 90년대에 조성된 곳으로 가장 고급스런 호텔이 모여 있고, 대부분 호텔이 자체 해변을 갖고 있어서 조용하고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누사두아의 바다가 발리에서 가장 예쁘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고급 호텔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누사두아 스타일의 여행은 제겐 몹시 지루한 것이었어요. 현지 문화와의 만남이 없이 오로지 호텔 안에서 누리는 휴식이었기 때문이지요. 누사두아와 바로 인접한 딴중 브누아(Tanjung Benua)의 파이브 스타 호텔에서 이틀을 쉬었는데, 지겨워서 곧 사누르로 되돌갔답니다. 그러나 제트 스키, 수상 스키 등의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면 누사두아로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리 섬 북단, 배낭족들이 많이 찾는 로비나(Lobina) 비치.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 역시 그곳까지는 발길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 속에서 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위의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어촌 마을, 아메드(Amed)랍니다. 칼리만탄을 여행할 때, 발리가 고향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가 추천해준 곳이 바로 아메드였지요.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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