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1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아래아래층 쯤에서 세 가족이 탔다. 대여섯 살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와 삼십대로 보이는 부부.
키가 작은 그 꼬맹이가 갑자기 심각한 눈빛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며 또록또록 말을 한다.
"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 돼?"
아이의 엄마, 아빠도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왜?"
아이의 대답. "문제가 너무 어려워."
이어서 너무나 진지하게 당부를 한다. "나 입학 안 하면 안 돼? 학교 안 가면 안 돼?"
대여섯 살이 아니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인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금방 도착했고 가족은 사라졌지만, 내가 본 그 장면이 한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딱 보니 짐작 가는 상황이다. 초등 입학한다고 선행학습을 빡세게 시켰던 듯. 아이 그릇도 생각하지 않고. 학교도 가기 전에 "문제가 너무 어려워"라고 주눅 들고 겁먹는 게 대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그 나이 때 중요한 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공부를 좋아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학교도 가기 전에 아이가 저런 마음이 들어서야 앞으로 긴 시간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려고?
너무 안타까웠다. 애 그릇도 보지 않고 무조건 시키면 되는 줄 아는 어른들. 어른 자격이 없다. 인생을 살았으면 그 나이만큼은 성숙하고 지혜로워야 할 텐데, 욕심이, 욕망이 현실을 압도해버린다.
이 한 장면에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가 다 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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