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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종교가 필요한 이유, 2/5 묵상

by 릴라~ 2022. 2. 5.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서른 즈음부터 친하게 지내던 쌤을 만났다. 그때 나는 두 번째 학교로 이동한 첫해였고 그 쌤은 첫학교 발령이었는데 처녀총각이 우리 둘 뿐이었다. 애들이 수업시간에 놀고 싶은 마음에 우리 둘을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이야기를 만들어 장난쳤던 추억이 생각난다. 동학년이고 나머진 다 연세 있는 분들이라 한 학기 동안 서로 힘든 일 이야기하며 의지가 되던 동료였는데, 내가 2학기 때 대학원 간다고 휴직해서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멀어졌다. 자기 아버님이 병환이 생기면서 빨리 결혼해야 한다고 몇 달만에 지인이 소개해준 옆옆옆 학교 선생과 결혼했다(몇 달을 못 참고 장가갔다고 내가 울엄마한테 욕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 학교에서도 신규 때 만난 사람들이 계속 친구가 되지 중간에 만난 사람들은 다 그냥 지나간다. 요새는 각박해져서 절대 새로운 친구 못 만들고.

아무튼 동종업계에 있다보니 일 년에 한 번은 만나서 좋은 정보를 주고받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약 3년만에 만났다. 둘째딸이 약간 부족하다는 얘기를 전에도 들었는데 이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되니 걱정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아니지만 경계에 가깝다고 했다. 내가 아예 마음 편하게 먹고, 그 아이는 억지로 독립시킬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앞으로도 내 월급으로 먹여살린다고 생각하라고, 부부 연금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그래서 더 마음이 무겁다 했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스트레스 받는다고. 왜 부동산을 할 생각을 안 했냐고 자책이 든다고 했다. 집값 오르기 전에 사 놓을 걸,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내가 해줄 말이 생각났다. 천주교든 불교든 다 좋으니까(개신교는 빼고) 종교를 가져보라고. 초등쌤들 말을 들어보면 아이들은 초등 4~5학년쯤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고 한다. 집과 학원, 학교만 아니라 다른 데를 기웃거리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의 힘만으로 절대 다 커버할 수 없다. 아이들이 기웃거리는 그 장소에 좋은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게 초등쌤들 얘기였다. 맞는 말이다. 돈으로 절대 다 해결할 수 없는 게 '좋은 사람'의 힘이다. 부모와 학교가 다 못하며, 좋은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성당이든 절이든 아이들 다니게 하라고, 다음에 꼭 그 말을 해주고 싶다.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종교 공동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머 나랑 안 맞는 분들도 당연히 있었으나 너무 많은 신부님, 수녀님들이 곁에 계셨고 그분들의 정서적 지원을 줄곧 받았다. 특히 20대를 통과할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절대로 부모가 그 자리를 다 채워줄 수 없다. 그런데도 학원 가고 취업준비 한다고 요새 성당엔 애들도 젊은이도 없으니 안타깝다. 옆집도 모르는 시대고 마을공동체는 옜날에 사라졌으니 이제 남은 건 학교와 종교 공동체밖에 없는데.

모든 걸 부모가 책임지려니 이 시대에 부모의 짐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는 부모와 학교 뿐 아니라 그 아이가 다녀가는 곳곳에 좋은 어른과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다음에 만나면 종교를 가져보라고 꼭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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