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에 절이 별처럼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
말만 들어도 신비의 고대 도시 같다.
바로 경주이다.
내게 그 서라벌을 상상하게 한 곳이 황룡사지였다.
맨날 그 옆을 차로 지나가면서도 가볼 생각을 별로 안 했다.
절터에 뭐 별 게 있을까 싶어서.
아니었다.
남산 다음으로 경주에서 인상적인 곳이 황룡사지다.
백제한테 두들겨맞아 40여 개 성을 빼앗기고
여왕이라고 당나라한테 무시당하고
안팎으로 흔들리던 신라의 절실했던 선택.
황룡사 9층 목탑 건설.
80미터, 아파트 30층 높이의 동양 최대 목탑.
9층의 매층마다 신라를 둘러싼 외적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그들을 정복하리라고.
신기하게도 9층 목탑을 세운 지 23년 뒤
신라는 삼국통일을 이룩한다.
물론 이를 통일이라 부르긴 어렵다.
고구려 땅에 발해가 들어섰으니
벡제 병합이 맞다.
다만 늘 외침으로 흔들리던 신라가
주변국을 정복하여 안정을 얻고자 했던
그 열망만은 높이 살 만하다.
제 힘으로 안 되니 당을 끌어들여서라도
자체 생존을 모색했을 것이다.
물론 고구려 땅이 감당 안 되면 애초에
시도하지 말지 싶기도 하지만
지는 지대로 살 길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 신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된 곳.
황룡사지 9층 목탑.
당시에 그 정도 높이면 충분히
신라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만큼
강력한 상징이었을 것이다.
https://youtu.be/ohI37Ezwm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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