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작품이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힘은
개성 있는 시공간, 캐릭터의 매력, 튼튼한 서사,
그리고 주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평생을 생물학 연구로 보낸 저자가
70세에 쓴 이 소설은 놀랍게도 이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꽉 채워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뉴올리안스의 광활한 습지를 배경으로
버림받아 홀로 살아야하는 여주인공 카야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정신적 성장 과정은 물론
가정폭력, 인종차별, 여성 인권, 사회적 편견, 자연보호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짜올린 작품.
특히 묘사의 힘이 대단하다.
작가는 습지의 생태계와 소녀의 내면의 고독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듯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 속에는 선과 악이 없지만
인간의 삶에서는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결말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 소설에 흐르는 강렬한 긴장은 범인 찾기의 과정 때문만은 아니다.
고독과 사랑, 자연과 인간, 습지 생태계의 너른 품과 인간 사회의 편견,
가여운 소녀를 향한 점핑 아저씨의 연민과 위선적인 마을 사람들의 태도,
두 남자 테이트와 체이스의 차이 등
상반되는 많은 것들이 부딪히고 교차하면서 소설은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런 상반되는 속성을 내면에 갖고
그러한 갈등과 긴장 속에 살아가기에
이 소설은 단지 습지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덧붙임)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고독'이 덜 느껴져서 좀 아쉽다.
책 이야기/시와 소설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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