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편도 버릴 게 없는 내용이 꽉찬 에세이집.
저자의 필력에 놀랐다.
짧고 경쾌하고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막힘 없이 주르륵 읽게 만드는,
그 깊고 막막한 슬픔을
그 폐부까지 느끼게 만들면서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문장들.
이렇게 글 잘 쓰는 기자가 있구나 했다.
시사인 기자 장일호의 에세이다.
소설처럼 한 번 집어들면 그녀의 문장에서
그녀의 삶의 이야기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 삶의 이야기들을 그녀가 사랑한 책들과
나란히 병치시키는 솜씨도 놀랍다.
그녀가 책에서 고른 모든 말들은
그저 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삶을 통해 다시금 생생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삶과 책을 함께 읽어나가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싶다.
물론 저자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그의 삶에 방문한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슬픔의 방문을 자기 삶의 자원으로 삼았기에
그 슬픔을 이해하고 해석하려 했기에
저자는 슬픔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일어남'이 아니라 '방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방문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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