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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 김현수

by 릴라~ 2023. 7. 10.

정신과 의사 선생님 중에 이분만큼 학교와 교실 상황을 잘 이해하는 분도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아이들과 선생님 대상으로 많은 책을 썼으며 대안학교 '별'을 직접 운영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김현수 선생님의 최신작??(2021 출판)으로 교사 소진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삼은 책이다. 
 
개념은 현상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안경 역할을 한다. 
'감정 노동'이란 말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서비스직 관련 노동자들이 왜 힘든지
상황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들의 노동 중 많은 부분이 '감정 노동'임도 알게 되었고.
이 책에는 감정 노동, 우울증 등 흔히 알려진 개념 말고도 여러 개념이 등장한다. 
소진
만성 피로
행동화
공감 피로
대리 외상
적응 장애
외상 후 울분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력자 증후군
도덕 손상
괴물 부모
 
교사의 소진(번아웃)은 많은 부분, 너무 종류가 많은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의미의 학교는 오늘날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의 노동은 해마다 가짓수가 늘어나는데 평소에 수업, 상담, 행정, 돌봄, 지원, 봉사,
더 나아가 기본적인 대인관계의 에티켓과 여러 사회 기술까지 가르쳐야 한다.
미세 먼지 많은 날과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엔 건강 관리 업무도 추가되고
학생간 다툼이나 학폭 등이 터지만 뭐 말할 것도 없다.
이 수많은 일을 빨리 처리하려면 멀티태스킹이 되어야 하는데, 멀티태스킹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과부하에 걸리면
챙기고 준비하는 건 많은데 일의 능률은 점점 떨어진다.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과 무가치한 일을 한다는 도덕 손상에 빠지게 된다.
 
노동의 정서적 강도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돌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돌봄을 체계적으로 제공받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공감 피로'와 우리가 흔히 화병이라 부르는 '울분 장애'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문제가 생기면 학교간 부모건 교육청이건 무조건 담당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풍토도
교사들의 내면을 점점 위축되고 쪼그라들게 만든다. 
 
저자는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동료들과 치유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 교직에서는 이 '치유'가 좀 더 적극적인 화두가 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쓰잘데기 없는 각종 연수 좀 그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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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 증후군의 치유는 자신에게 명령하는 마음속의 혹독한 초자아가 사라져야 가능합니다. 자신이 잘하고 있고,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또한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차원에서 자아와 초자아의 수정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단지 머리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면 더 쉽기는 합니다. 주변에 좋은 가족들이 있으면 더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지집다고 진실로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요. 무엇을 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것이니까요. 이 단순한 진리로 인하여 치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p215
 
##
 
학생이 교사에게 보내는 청원서 (프레네클럽 교육 연수 자료집 '첫 번째 시도하는 모색' 중에서)
 
우리에게 열정을 가르쳐주세요.
우리에게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알려 주세요.
당신들의 대답만 가져다주지는 마세요.
우리의 의문을 깨워 주세요.
특히 우리의 질문을 환영해 주세요.
우리에게 삶을 존중하라고 말해 주세요.
우리에게 교류하는 법, 나누는 법,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우리에게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알려 주세요.
당신들의 지식만 가져다주지는 마세요.
우리의 모순과 모색을 환영해 주세요.
우리에게 삶을 향상시키라고 말해 주세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세요.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법, 탐색하는 법, 만지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당신들의 방법만 가져다주지는 마세요.
우리 안에 있는 약속에 대한 의욕을 깨워 주세요.
우리의 창조성을 환영해 주세요.
우리에게 삶을 풍성하게 하라고 말해 주세요.
우리에게 세상과의 만남을 가르쳐 주세요.
우리에게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 주세요.
지식의 조각과 결합만을 가져다주지는 마세요.
우리 안에 있는 감각에 대한 탐구욕을 깨워 주세요.
우리의 방황과 서투름을 환영해 주세요.
우리에게 더 열정적인 삶으로 들어가라고 간청해 주세요.
 
매우 긴급합니다.
지금 바로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으시겠어요?
 
##
 
(하임 기너트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교사 여러분!
나는 강제 수용소의 감독입니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어서는 안 될 것들이
내 눈에 보였습니다.
교육받은 엔지니어가 세운 가스실,
교양 있는 의사에게 독살된 아이들,
훈련받은 간호원에게 살해당한 유아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친 사람들의 총에 맞고
불에 타 죽은 여인들과 아기들.
그래서 나는 교육을 의심합니다.
부탁합니다.
당신의 학생들이 인간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의 노력으로 박식한 괴물이, 숙련된 정신병자가,
교양 있는 아이히만이 태어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읽기와 쓰기, 수학은 우리 아이들을
좀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한에서만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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