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글을 참 좋아한다.
그나저나 모짜르트에 대한 폰 니센의 사랑을 보니
사랑이란 말을 함부로 쓸 수 없을 것 같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9838#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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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35세의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에게 엄청난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 그의 낭비벽은 유명했는데 그보다 아내의 낭비벽이 더 심했다. 이들은 돈을 벌어 쓸 줄만 알았지 관리할 줄은 몰랐다. 자신들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상류사회는 노동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계층이지만 모차르트는 음악 노동자였다. 콘스탄체에겐 부양해야 할 두 아들이 있었고 생계는 막막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저녁에 사교 살롱에 나가 남자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늙고 가난한 그녀는 인기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덴마크의 외교관 ‘게오르그 니콜라우스 폰 니센’이 다가왔다. 그는 귀족이었고 품위와 교양이 있는 신사였다.
콘스탄체와 동거를 시작한 니센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모차르트의 내팽개쳐진 악보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전기를 쓰기 시작했다. 낭비벽이 있는 콘스탄체의 허영심을 충족시켜주었고, 모차르트의 악보집을 출판해서 수익을 모두 그녀에게 넘겼다. 가장 극적인 일은 결혼했음에도 그녀에게 전 남편의 성을 쓰도록 한 것이었다. 콘스탄체는 재혼했으므로 귀족인 남편의 성을 따라 ‘콘스탄체 폰 니센’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콘스탄체 모차르트’를 쓰도록 했다. 그의 꿈은 자기가 죽으면 나란히 모차르트의 무덤 옆에 묻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의 묘비명도 ‘모차르트 미망인의 남편’이었다. 그는 모차르트를 사랑해서 모차르트가 사랑한 사람마저 사랑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차이의 간극이 하늘과 땅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식물학자를 꿈꾸었던 허태임과 모차르트에게 생애를 바친 폰 니센의 삶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좌담회에서 대담자가 ‘책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란 말을 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정말 사랑인가. 그래도 평생을 함께 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책에 대한 나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별명은 읽고 쓰는 사람, 활자중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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