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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결코 잊지 않겠다

by 릴라~ 2009. 5. 24.

이틀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도 주룩주룩 쏟아졌다. 그토록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언론, 현직에 계실 때 거의 죽여놓고선 시골 농부로 사시는 분을 15개월만에 끌어내 갖은 모욕 끝에 죽인 참 대단한 언론/검찰/쥐박. 이웃집 개가 죽었나. 일개 탤런트도 '타계, 별세'라 칭하는 마당에 토욜 10시 55분까지 '사망'이라고 보도하다가 갑자기 '서거'로 바꾸더니...어제와 오늘 방송 태도도 또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뒤집혀서 '진작에 탄원서라도 제출할 것이지 이제 와서... ' 하니까 아빠가 하는 말. '가당치도 않은 기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들한테 무슨....' 그 말씀이 맞았다.


얼마 전에 엄마가 '저러다가 노무현 죽을 것 같다'며 걱정하셨다. 그래도 내심 '강한 분이니까...' 했
는데...TV에서 내내 옛날 사진이 나오는데, 소환 때 모습을 이제 다시 보면서 그 서늘한 눈빛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울면서 생각했다. 이 눈물이 노공이산님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유시민 전 장관은 '그분과 함께 한 시대를 건너서 행복하다'고 예전에 어디선가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일개 민초에 불과하지만 나 역시 그분과 함께 한 시대를 보내서 행복했다. 지금까지 세 번 대통령 선거를 했는데, 처음이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그 다음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 분들이 당선되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세 번째는 똥차보다는 쓰레기차를 택하라는 동생의 조언이 있었지만 기권). 대구백화점 앞에서 그 분을 처음 뵙고 환호했고, 탄핵 때는 일인시위도 했었는데... 이십대를 그분들과 함께 보내서 행복했다. 지금 비록 명박이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봉하 마을에 노공이산님이 있어서, 이런 멋있는 분과 같이 늙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개인적 욕심이지만 그 분의 80세 모습을 뵙지 못해서 너무 슬프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슬프다. 자신들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이 슬프다. 이런 미친 세상에 살고 있음이 슬프다.

인간의 크기는 꿈의 크기가 결정하는 것일까. 그 분이 지녔던 커다란 꿈, 못 다 이룬 꿈 때문에 슬프다. 얼마나 할 일이 많으신 분이었는데... 민주주의 2.0은 물론이고.... 명예로운 퇴임 대통령, 세상에 봉사하는 아름다운 보통 사람으로 돌아간 최초의 퇴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우리 나라가 캄보디아도 아니고 독재 국가도 아니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도록 만든 한국 사회의 척박함 때문에 슬프다.

좋은 세상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꿈을 지닌 사람들이 제 명대로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제발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이 권력의 희생물이 되지 않고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펼칠 수 있는 사회, 그런 세상이 정말이지 그립다.

뉴스보다가는 스트레스로 말라 죽을 것 같아서 올해 들어서 텔레비전 쳐다도 안 보고, 인터넷 뉴스도 클릭하지 않으며 소시민적으로 살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며 뼈저리게 반성했다. 타협은 없다는 것을. 쟤들은 짐승이라는 것을. 조중동, 뉴라이트 떨거지들이 확실히 죽을 때까지 이 싸움이 계속된다는 것을.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겠다.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짐승들이 사라질 때까지. 착한 사람들이 홧병 나서 죽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더 당당하게, 더 아름답게 살아야겠다. 좋은 세상은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서 꼭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겠다.

노공이산님, 밀짚 모자 쓰고 자전거 타시는 모습을 더 이상 뵐 수 없음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것을 눈 뜨고 보지 못했던 저들의 악랄함에 통탄을 금할 길 없습니다. 봉하에서 보낸 마지막 일 년 동안 보여주셨던 농부의 소탈한 미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남기신 마지막 말씀, 죽음의 방식, 이 모든 것이 제 마음을 사무치게 합니다. 당신이 우리 가슴 속에 지펴준 불꽃,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 숭고한 의지, 따뜻한 인품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저의 어떤 애인보다도 당신을 더욱 사모했습니다. 우리 가슴 속에서, 삶 속에서, 역사 속에서, 늘 새롭게 부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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