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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교육학의 이해 - 밥 고윈

by 릴라~ 2005. 11. 21.

교육학의 이해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D.BOB GOWIN (공주대학교출판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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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위한 새로운 교육학

지난 두달 간 이 책을 공부하며 무척 행복했다. 단, 번역은 정말 개판이다. 내 경우 적어도 세 번 정도 읽고서야 맥락이 파악이 될 정도였으니. 차라리 원서를 보시길 권한다. 원제는 'Educating'이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새로웠는데 그 까닭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있는 질문과 답변의 참신성 때문이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대체 교육이란 무엇인지, 수업이란 무엇인지, 학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다시 분석해낸다.

저자가 'event'라고 표현한 교육현상은 매우 복잡한 장면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기술할 충분한 개념과 언어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그는 교육현상을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는 개념체계를 제안했고, 일단은 수업, 교육과정, 학습, 행정의 네 요소로 나누어 현상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수업이 무엇인지, 학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함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나는 교육 현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나는 교육 현상을 다루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힘을 소유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는 많이 있어 왔지만 실제 학교 교육 장면을 철학적으로 재개념화하는 시도는 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 책은 현장 중심의 새로운 교육학 이론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철학과 교육 현상 사이에 길을 놓으려고 시도했고, 그 결과 ‘교육 현상’은 우리 앞에 펄펄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교육에 대한 많은 훌륭한 이론들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에 그치기 쉬워서 현장에 충분히 스며들고 있지 못한다. 반면에 교육에 대한 실제적인 처방들은 지나치게 실용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어서 교육이 궁극적으로 함의하는 목적을 잊어버리는 수가 많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하고 학교교육을 위한 진정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은 철학적인 동시에 실제적이다. 나는 수업을 위한, 학습을 위한 교육학을 배웠고, 교육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교육에 대한 내 경험의 의미를 질적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저자는  먼저 교육이 결과가 아니라 현상 즉 과정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교수와 학습을 명확히 구분했다. 수업은 경험의 의미 변화를 위한 개입이며, 학습은 의미 파악 이후에 학생 개개인에게 일어나는 독특한 사건으로 의미 파악 자체가 학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교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저자는 사고와 느낌의 통합을 강조하며 학생이 진정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학습에는 반드시 느낌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많은 교사들이 놓치고 있는 학습의 본질을 잘 설명해 주었다. 느낌과 행위가 빠진 앎은 앎이 아니다.

과연 나는 학생들이 경험한 것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수업을 했던가? 나는 단순히 좋은 경험, 새로운 경험, 혹은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했던 것 같다. 학생들이 ‘이미’ 경험한 것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게 교수라는 시각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이제 어떤 경우에도 수업은 학생들이 이미 한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각자가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하는 일은 그러한 발견학습이 가능하도록 선택된 자료를 갖고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은 교육과정을 사이에 두고 만난다. 교육과정이란 원전 XYZ를 잘 이해하기 위해 선택된 ABC자료이며, 이 ABC는 의미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경험의 의미 변화이며, 교육의 종착점은 학습자 스스로 XYZ를 탐구할 태세를 갖추는 것, 즉 자기교육이다. 이 때 학생들은 교육 현상을 지배할 힘과 지식을 소유하게 되고 이는 자기 삶에 대한 지배력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 삶 역시 계속되는 경험과 그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으로 점철되는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교육 현상이기 때문이다. 삶 역시 끊임없는 자기교육이다. 삶도 교육과 마찬가지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교과를 지식의 구조 즉 5-Q로 분석하는 것, 개념지도로 내용에 접근하는 방식 등도 교육 현상을 바라보는 매우 유용한 해석의 틀을 제공했다. 저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정말 좋은 교육학 이론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론은 그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무엇이 교육 현상이며 무엇이 교육 현상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개념적 잣대를 제공함으로써 오늘날 학교교육이 과연 참된 교육적 사태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저자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배움을 되돌아보라고 권했다.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배웠던 경험을 반추해보고 그 때 우리가 어떻게 배웠는지를 탐구해봄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이는 단순히 어떤 분야에 대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배움이라는 긴 여정,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의미한다. 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사건, 의미 변화의 과정에 대한 탐구는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심오한 탐구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보다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대답이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Like loving, educating is a human good and where experienced it is valued.

Like loving, it gets corrupted into serving many other purposes.

Like loving, it can be absent for long periods of time but never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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