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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이야기/여행 단상

여수 묘도에서 이순신의 자취를 보다

by 릴라~ 2017. 1. 19.

 

 

여수에서 내 마음에 고이 남은 곳은

유명한 여수 밤바다도, 주차할 곳을 찾느라 애먹었던 돌산공원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길게 서서 올라갔던 오동도 전망대도 아니었다.

관광지 여수가 아닌, 여수가 본래 지닌 호젓한 정취를 가감 없이 느껴본 곳은

작은 섬, 묘도에서였다.

 

과거엔 배가 다녔겠지만 이제는 이순신대교가

묘도를 사이에 두고 여수와 광양을 잇고 있다.

이순신대교를 시원하게 달려서 묘도에 도착한 우리가 찾아간 곳은

묘도의 정상,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봉화산이었다.

 

봉화산은 산 중턱까지만 차가 갈 수 있어서

정상까지는 한적한 산길을 30분 정도 걸어올라가야 했다.

264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놀라웠다.

묘도의 오래된 다랭이논과 주변 다도해의 풍경도 절경이었지만

남으로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북으로는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보여

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한 컷의 그림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엔 또 한 사람의 자취가 있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올라가 정유재란 때의 이순신 장군이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논과 밭으로 변해버렸지만

묘도의 선장개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 모르게 배를 숨겨두었던 곳이다.

그가 마지막 해전을 치르고 전사했던 장소도 묘도에서 멀지 않다.

 

관광지의 북적임과 소란함에서 멀리 떨어진 묘도 봉화산 봉수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 또한 바로 이곳에서 이 바다와 섬들을 내려다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이 지역의 지형과 해안선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도주하는 왜적을 물리칠 길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묘도의 봉수대는 그의 깊은 고뇌를 한번쯤 헤아려보게 만드는,

과거를 재생하는 힘이 있는 장소였다.

 

머지 않아 묘도에 수조원이 투입되는 항만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미 너무 많은 곳이 개발되어 콘크리트로 채워진 여수지만

묘도의 봉화산만큼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

어떤 장소는 그곳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내게는 묘도가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여행한 때 : 2016년 9월

 

 

 

 

-> 조선 수군의 배가 정박했던 선장개.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논밭이 들어서 있다.

 

 

https://www.bookk.co.kr/book/view/4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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