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여행기는 사실 그다지 재미가 없다. 의미 있는 부분은 책의 서문 격인,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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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마음이 있고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프리카의 정글이나, 남극여행도 즐길 수가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래서 여행을 더나는 데 있어, 설사 아무리 멀고 아무리 외진 산간벽지라고 해도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먼저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계획이나 지나친 의욕 같은 것은 삼가고, '말하자면 어느 정도 비일상적인 일상'으로 여행을 생각하는 점에서부터 이 시대의 여행기는 시작해야만 한다. p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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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여행을 하는 행위의 본질이 여행자의 의식이 바뀌게끔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런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행기라는 것이 가지는 본래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갔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했습니다' 하고 재미와 신기함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 하는 것을 복합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정말 신선한 감동은 그런 지점에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 pp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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