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525

장미의 계절은 지금 계절의 여왕, 5월도 아닌데 우리 집엔 겨우내 장미가 피었다. D가 작년 생일 때 보내온 네 개의 장미 화분에서. 장미꽃은 비싸기 때문에 가성비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이게 은근 손이 많이 간다. 하얀 곰팡이가 잎끝에 자꾸 생겨서 퐁퐁을 연하게 탄 물을 분무기로 때때로 뿌려줘야 하고, 물 조절도 잘해야 하고. 장미 화분이 물을 많이 먹는다. 걸핏 하면 식물을 잘 죽였기에 이 장미들은 살리려고 겨우내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그간 왜 식물을 그토록 죽였는지를. 식물도 매일매일 지켜봐야 한다. 며칠 까먹고 일주일 까먹으면 시들시들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다. 큰 화분에 담긴 나무가 아니라면. 매일매일 지켜보는 것, 매일매일 관찰하는 것, 식물 가꾸기의 기본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2025. 2. 18.
선배 선생님의 퇴임 직장 생활에서 만나는 분들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특히 요새는 더 그렇다. 나이스 시스템 등장 전에는 쌤들끼리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뭐 요새는 말 한 마디 할 시간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일 년간 매일 학년실에서 만나도 각자의 컴퓨터만 정신없이 들여다보게 되니…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몇몇 분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곳이 학교다. 특히 나이를 초월해서 친분이 생기는 점이 좋다. 교육이라는 공통의 화두가 있고, 담임 등 하는 일이 대등하고, 또 사업적인 이해 관계가 없기에 순수한 동료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분들 중 한 분이 올해 정년퇴임하셨다. 정년퇴임 5년을 남기고 경북으로 시도간교류를 써서 가셔서 교직 마지막 5년을 전교생 몇 십 명인 오지에서 보내셨다. 자기 인생에서 그게 .. 2025. 2. 18.
물신의 시대에 댓글 보고 뭉클~ 유툽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김누리 교수였던가. 철학적 맥락에서 보통 중세 신 중심 사회가 근대 이후 인간 중심 사회로 옮겨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틀렸다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이 아니라 ‘물신’을 섬기는 사회라고. 자본이 새로운 신으로 등극한 사회라고. 맞는 말이다.그리고 문득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또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생각해보니. 영혼인가, 돈인가. 물론 생활인이 우리에게 그 둘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것은 아니지만. 종교는 ‘생사관’과 떼놓을 수 없다.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은 그 부분에서 근본적인 방향이 결정된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 시간만을 내 삶으로 여기는가. 내 삶 이전과 이후의 시간까지, 죽음 이후까지 포함하여 내.. 2025. 2. 17.
대화 __ 니체의 독창성과 고통에 대한 관점 무료 버전인데도 이렇게 정성껏 길게 대답해주어 감동. 부분적 오류는 있겠지만.다시 보고 싶어서 복사해둔다.##Q) 니체의 독창성을 그가 창안한 개념으로 설명해줘.A) 니체의 독창성은 그가 철학사에서 전례 없는 새로운 개념과 사유 방식을 창안했다는 점에서 빛납니다. 그는 전통적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고정된 진리나 도덕을 의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려 했습니다. 그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1. 영원회귀 (Ewige Wiederkunft)니체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통해 시간과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이는 모든 사건과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사상으로, 단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아모르 파티, Amor Fati)을 넘어, 동일한 삶을 다시 살기를 원할 수 있느냐.. 2025. 1. 17.
챗지피티의 격려 디킨스 작품 세 편을 연달아 읽고 나니 런던이란 도시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모두에 런던 거리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은 현대가 아니라 19세기 런던이지만, 주인공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곳이라 런던이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낯설지 않다. 소설을 통해 그 도시와의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설을 오래 기억하려고 세 권에 대한 서평을 다 썼다. 챗지피티한테 보여주니 이런 소감을 말해준다. 챗지피티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앞으로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당신의 글을 계속 읽으면서 느낀 점은, 깊이 있는 통찰과 진정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문학.. 2025. 1. 12.
유럽 문학기행 1차 계획 2024년, 1학기 때 건강 문제로 얼마나 고생했던지 휴직 중, 시간이 널널해도 해외여행은 엄두가 안 났다.  D 보러 간신히 아프리카 다녀온 후 그것도 무리였는지 계속 골골했고... 그렇게 지나간 가을, 겨울이었다. 이 시간이 아까워 내년 봄엔 그래도 나서보자, 유럽 15개 도시 50일 대장정을 기획했는데... 계엄, 탄핵 정국에 여행 의욕 저하. 거기다 제주항공 사고 터져 여행 의욕 완전 상실… 유럽 여기저기 돌려면 저가항공 이용을 안 할 수가 없기에... 또 정신 차려보니 한편으로는 마음만 젊지 아무리 봐도 저 계획은 20대 때나 가능할 듯도 싶었고.. 그래도 12월 31일 오늘까지 어디든 발권은 해야 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올해로 끝인 게 상당히 많아서.  먼 길은 엄두가 .. 2024. 12. 31.
챗지피티가 글을 평가하다 챗지피티한테 내 블로그 아무 글이나 긁어서수준을 평가해달라고 했는데ㅋㅋㅋ너무 높이 평가해주네ㅋㅋㅋ##이 글을 쓴 사람은 높은 수준의 영화 감상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1.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접근   •   영화의 주제와 감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완벽한 날들”과 “완전한 날들”의 의미 차이를 고찰하면서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잘 전달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줍니다.2.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와 감독의 의도 이해   •   빔 벤더스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야쿠쇼 코지의 연기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 2024. 12. 1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교정에서 1. 11월 말에 오랜만에 Y대에 갔었다. 아는 교수님 부탁으로 특강이 있어서. 사진엔 일부만 찍혀서 그리 넓어보이지 않지만, 꽤 넓은 소강당이었다. 포인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다소 당황했다. 구석에 위치한 컴퓨터가 놓인 단상에서 PPT를 넘기다보니 학생들 반응이 잘 안 보여서 헤맸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이라 장악이 쉽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강의해본 적은 있어도 강당은 처음이라 처음부터 공간에 쫄았던 면도 있다. 미리 공간을 둘러보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했고.  11월 말, 계절은 겨울로 옮겨가고 있지만 교정엔 단풍이 있었다. 여태 남아있는 가을의 자취가 뭉클했다. 강의는 완전 말아먹었지만 이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봐서일까, 마치고 돌아와 일상을 사는데, 자꾸 옛기억이 하나씩 솟았다. 방.. 2024. 12. 13.
대통령(내란수괴)의 가장 큰 문제는 상상력의 빈곤이다.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체포, 구금, 고문, 언론 자유 박탈…그런 것을 꿈꾸고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그의 내면엔 전쟁 대신 평화, 품격 있고 아름다운 문화, 합리적 분배에 바탕을 둔 국가의 번영…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단 말인가..성장 환경도 교수 부친 아래 엘리트 상류층인데어쩜 저리 천박하고 척박한 정신세계를 지녔을까..지금 들리는 증언으로는 원래 성정이매우 포악하다고 한다.지난 대선이 생각난다. 짜증나서 티비는 전혀 안 보다가그래도 어떤 인물인지 확인은 해야지 싶어3차 토론회 때 비로소 후보를 보았다.와… 그가 구사하는 문장과 단어들이 너무 무식하여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훤씬 충격적이라곧 채널을 돌려버린 적이 있다.역사를 모르고 문학을 모르고 예술을 모르면저렇게 된다.상상.. 2024. 12. 11.
인연, 의붓어머니 같은 수녀님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이가 부모인 건 틀림 없다. 내게 무슨 일이 닥칠 때 가장 진심으로 염려하고 목숨을 걸고나를 구할 이도 부모나 남편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은 많은 부분 걱정으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만큼 걱정을 표현하고 그것이 자녀의 성장을 방해할 때도 많다.불안은 쉽게 전염되니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다른,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걱정이 포함되지 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스승이리라. 그런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때론사려 깊은 친구가 그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레아 언니를 만났다. 대학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언니,지금은 수도자의 길을 걸은 지 오래다. 이분들이 세속의 사람들과 다른 지점은 딱 하나다. 걱정.. 2024. 11. 20.
논산 씨튼 영성의 집, 개인 피정 1. 한 번 다녀가라는 친구의 초대에 신청했던 일박이일 개인 피정. 동대구역에서 오송역, 오송역에서 공주역 도착. 역사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서울서 보고 근 일년 만. 20여 분 차를 달려 공주와 논산의 경계를 살짝 넘어간 곳에 씨튼 영성의 집이 있었다.  계룡산 자락이 환히 보이지만 산과 거리가 있어 햇살이 아늑하게 스며드는 자리, 지금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안온한 공간으로 가꾸어져 있지만 주변에 워낙 굿당이 많아 처음엔 좀 심란했다고 한다. 계룡산이 무속의 본산인 줄 이제 알았다. 수녀원 주변에 단군성전을 비롯 굿당 간판이 여럿 보였고, 바로 근처에 신원사가 있는데 신원사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가 산신각이 있다 한다. 조선시대 국가 산신각은 북쪽(북악)에 묘향산, 중앙(중악)에 계룡산, 남.. 2024. 11. 20.
가족 관계, 흐름과 고착 사이 집에 들르니 모친이 고민이 있다 하신다. 감 수확은 다 끝났지만 가지치기 등 밭 정리가 남아 있었다. 뒷정리도 일이 꽤 많다고 한다. 근처 농사짓는 노부부가 오셔서 해주셨는데 당연히 일당 드릴려고 도움 받은 건데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일당 못 드리고.. 뭘 선물해야 하나 고민중.. 떡 할까? 당뇨 있으면 안 드실텐데? 홍삼엑기스 어때? 그거 안 먹는 사람은 안 먹을텐데, 블라블라.. 올해 감 농사는 풍작이었다. 시월엔 매주 감을 땄다. 내가 일손을 거들지 않았다면 모친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게다. 일을 쉬어서 올해만큼 감따기에 열중한 해가 없었는데 와, 몸살 날만큼 힘들더라. 아파트 대단지 바로 옆 그린밸트 이 양지바른 좋은 땅을 사놓고 아빠는 다음 해 돌아가셨다. 이 땅에 씨 한 번 못 뿌린 채.... 2024. 11. 17.
자기를 안다는 것 자기를 아는 건 타인을 아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나의 많은 부분은 나 자신에게 마치 타인처럼 겹겹의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생각을 아는 건 접근이 좀 더 수월하다. 생각은 객관적으로 검토 가능하니까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비록 그 물러남이 순간 그치고 우리는 금세 예전의 생각으로 돌아가버리지만. 생각도 그럴진데 감정을 아는 건 더 어렵다. 사실 감정이 진짜 생각인데 감정은 생각보다 더 밀착되게 내 존재와 딱 들러붙어 있어서 나에게서 떼놓기가 더 어렵다. 감정은 진짜 나 같아 보여서 객관화가 어렵다 다시 말해 나의 견해들보다 나와의 동일시가 더 강력하다. 감정도 의견처럼 변화무쌍한 것으로 불교에선 그러한 성질을 무상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 2024. 11. 13.
어린왕자와 장미 꽃 선물을 그리 반기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며칠 안 가면 시들시들 결국 버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활짝 피는 건 잠시, 시들어가는 과정이 더 길고 지루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20~30대엔 그랬다. 잠깐 기쁨을 주고 시들어가는 꽃보다는무언가 영원한 것들이 좋았다. 젊음 너머도 상상하지 못했다.살아온 시간이 길지 않기에 '시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형성되고 무르익지 못한 시절이었다. 물론 때로 지난 날을 추억하고, 아 왜 이렇게 한 해가 빨리 가지 투덜대곤 했지만그래도 그땐 시간이 '계속되는 현재'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아니라열대에서 여름이 계속되는 것처럼. D가 결혼기념일에 맞춰 세 종류의 장미를 보냈다. 장미 꽃다발과 장미 장식품과 장미 화분들... 내 선물은 .. 2024. 10. 28.
한숨 쉬며 적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후기 평소 관현악은 좋아하지만 오페라는 즐기지 않는다. 아주 옛날, 유명한 프라하 팀 공연의 기억, 가수들이 다 훌륭했음에도 3시간이 너무 길고 스토리 또한 공감이 안 갔기 때문이다. 진짜 오랜만에, 한 이십 년만?? 대구 오페라축제를 보러 감. 아마 휴직해서 여유가 있어서인 듯하다. 오랜만에 한 번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편은 비발디 작품에다가 카스트라토 어쩌고 다양한 소리의 어울림이 있다는 광고에 속아서 티케팅, 또 한 편은 창작 오페라인데 '이육사 시인'에 관한 것이라 어떻게 내용을 구성했을지 궁금해서 선택했다. 결론. 두 편 다 대실망. 먼저 비발디의 . 하아... 광란의 오를란도가 아니라 좀이 쑤심의 오를란도다. 관현악 연주는 참 좋았다. 바로크 음악이라 더 차분하고 성가곡 느낌? 하지만 마.. 2024.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