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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해외142

[인도] 바라나시 가는 길 '01 바라나시 가는 길은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어머니의 강 갠지스는 쉽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제는 붓다가야에서 기차가 아니라 버스를 택한데서 시작되었다. 관광 안내소에 문의하니 버스도 기차처럼 네 시간이면 간다고 했다. 그래서 여정에 지친 우리는 새벽 기차 대신 낮에 여유있게 버스 정류장으로 간 것이다. 정류장에서부터 황당한 일이 펼쳐졌다. 시골이라 아무도 영어를 못한다. 다들 우리를 에워싼 채 인도인 특유의 표정으로 재미었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서로 자기 버스에 타라고 난리였다. 우리는 바라나시만을 외쳤고 몇 번이나 맞다고 다짐을 받은 끝에 한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갔다. 버스엔 시골 사람들이 계속 오르고 내렸다. 영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사에게 .. 2001. 2. 27.
[인도] 붓다가야, 부처님이 열반하신 곳 '01 인도의 안개, 오전 10시까지 짙게 내리깔리는 그 안개를 처음 본 게 붓다가야지 싶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게 하던 안개. 캘커타를 떠나 밤새도록 달린 기차는 어스름한 새벽녘, 가야에 닿았다. 가야 역에서 내려 붓다가야까지 오토 릭샤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안개 속에서 북인도의 농촌 풍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초가집들, 소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벽이며 담벼락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소똥, 그리고 아이들의 천진한 눈동자.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 안개 자욱한 아침의 표정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부처님이 도를 닦을 만한 곳이란 느낌도 얼핏 들었다. 마을 옆으로 강이 흐르며 몽실몽실한 산도 저 멀리 보인다. 한 시간 쯤 후 작은 마을 붓다가야에 도.. 2001. 2. 27.
[인도] 캘커타, 마더 하우스를 찾아가다 '01 내게 인도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첫인상을 심어 준 캘커타의 첫 모습은 무척 낯설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만난 가느다란 다리의 남루한 택시 운전사들, 시내로 진입하면서 본 거리의 풍경들, 그토록 많은 거지들, 그들의 무섭도록 슬픈 검은 눈동자들.... 캘커타에서의 사흘은 우리의 눈이 그 모습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배낭 여행자들이 몰리는 서더스트리트는 많은 여행자들과 상인들로 활기에 넘쳤기에 우리 마음을 다소나마 안정시켜 주었다.  여장을 풀고 거리에 나서자 맨발의 인력거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물펌프질을 하며 몸을 씻는 아이들도.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장면 그대로다. 캘커타가 바로 그 영화의 무대였다.영화도 감동적이지만 원작 소설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나라엔 '목마른 사람들'이란 .. 2001. 2. 26.
올드 퀘벡의 축제 / 캐나다 퀘벡 '00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 여행 루트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토록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도시만 헤매게 되다니.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시골 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겨웠던 오타와 말고는 나를 만족시켜 줄 것이 전혀 없었다. 캐나다쪽 록키 산맥을 보거나 피오르드 해안, 혹은 대서양과 마주한 노바스코샤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퀘벡 시티 안의 올드 퀘벡은 잊을 수 없는 멋진 장소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오래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예스러운 도시가 나타난다. 그 성곽 안 지역이 올드 퀘벡이다. 거리며 건물은 이삼백년 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올드 퀘벡은 업 타운과 로우 타운 두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2000. 10. 3.
파리에서 만난 그림들 '97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빠리는 천국이다. 볼거리들이 도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빠리 거리를 하루 종일 누비면서 하나씩 차례로 들를 수 있다. 빠리에서 보낸 나흘은 과 만나는 시간이었다.박물관을 순례하느라 에펠탑에도, 베르사이유에도 가지 못했다.에펠탑은 멀리서 본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루브르에서는 중세를, 오르쎄에서는 근대를, 퐁피두에서는 현대를 만날 수 있다.루브르 박물관은 그 중 가장 지루한 곳이었다.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중세 인물화들은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러나 모나리자와 니케(나이키)를 본 것으로도 충분히 들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루브르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안 때문에 유리 너머로 보아야 했지만그 살아있는 듯한 표정, 묘한 눈길과 마주치면 정말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1997. 10. 12.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프랑스 떼제 마을 '97 떼제공동체에서 보낸 며칠은 내 이십대의 가장 빛나는 시간 중 하나다. 그곳에서 전세계 사람들과의 우정, 웃음, 친교, 삶에 대한 빛나는 축복을 선물로 받았다. 만 서른이 되면 내 삼십대를 새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떼제에 꼭 다시 가리라 늘 생각했는데, 올해 서른을 넘겨버렸다. 조만간 다시 가보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이 글을 보니, 어릴 때 쓴 것이라서 떼제가 지닌 풍부한 의미를 제대로 표현해내진 못했지만, 내가 무엇에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때 기록을 남겨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로제 수사와 떼제 공동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리스도여, 나로 하여금 하느님과 함께 매 순간을 경축하게 하시고, 화해한 마음으로 투쟁하게 하시며, 소박한 생활로 주님과 함께 걷게 하소서. (떼.. 1997. 8. 30.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 이스라엘 성지순례 '96 이스라엘은 네팔 안나푸르나와 함께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의 하나다.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고 그곳의 풍광과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갈릴래아 호수의 푸른 물결과 가파르나움... 사마리아의 건조한 사막과 베드윈족... 거대한 바위산과 죽음의 바다 사해... 하얗게 빛나던 고대 도시 예루살렘... 그리고 엠마오... 그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학생 때 쓴 글이라 좀 어설프지만...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진정한 여행이란 순례임을 깨달은 시간이어서... 이후의 모든 여행이 이 순례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첫 글로 남겨 둔다. 1996 이스라엘 성지순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1. 인생은 순례인가? - 나자렛에서 누군가가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나자.. 1996.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