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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인도, 네팔

[인도] 바라나시 가는 길 '01

by 릴라~ 2001. 2. 27.

 

바라나시 가는 길은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어머니의 강 갠지스는 쉽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제는 붓다가야에서 기차가 아니라 버스를 택한데서 시작되었다.
관광 안내소에 문의하니 버스도 기차처럼 네 시간이면 간다고 했다. 그래서 여정에 지친 우리는 새벽 기차 대신 낮에 여유있게 버스 정류장으로 간 것이다. 정류장에서부터 황당한 일이 펼쳐졌다. 시골이라 아무도 영어를 못한다. 다들 우리를 에워싼 채 인도인 특유의 표정으로 재미었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서로 자기 버스에 타라고 난리였다.

우리는 바라나시만을 외쳤고 몇 번이나 맞다고 다짐을 받은 끝에 한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갔다.
버스엔 시골 사람들이 계속 오르고 내렸다. 영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사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웃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대책이 없었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가고 우리의 불안감도 한층 심해졌다.
이 차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버스는 먼지 풀풀 나는 길을 달리며 지도에도 없는 낯선 동네들만 거친다.

새로 버스에 타는 이들마다에게 바라나시를 물었다. 드디어 한 아주머니가 몸짓으로 여기서 내리면 바라나시에 가는 차가 있다고 했다.
믿고 내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작은 마을에는 호텔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벌써 해가 졌다. 매표소를 찾아 바라나시를 외쳤으나 역시 아무도 영어를 모른다. 다들 고민하는 표정이더니 바라나시는 오늘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어떤 이가 '트레인'이 있다고 했다. 귀가 번쩍 띄었다. 길의 오토릭샤를 가리키며 기차 역으로 가라고 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다소 걱정스런 마음으로 한 청년이 모는 오토릭샤를 탔다. 잠시 달리다가 자기 친구를 또 태우는게 아닌가.

둘이 히히덕거리며 신나게 노래까지 부른다. 우리는 점점 불안해졌다. 머리 속에는 온갖 가능한 상상들이 꿈틀거렸다. 2대 2, 여자인 우리 쪽이 불리하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오토릭샤는 점점 한적한 들판 속을 달린다.
여기에서 우리가 사라진다면 아무도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을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더해왔다. 트레인이 맞냐고 물었다. 저 너머에 기찻길이 있다고 했다.

기찻길이 나타나긴 했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렇게 한 시간 쯤 달린 길 끝에 갑자기 작은 시장 거리가 나타났고 오토릭샤는 멈췄다.
시장 뒤에 역이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을 의심한 것이 미안했다.

작은 역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영어를 아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바라나시행 막차가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표를 끊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우리를 둥글게 에워싸고는 동물원 원숭이마냥 구경했다. 마침내 열차가 왔다. 지금껏 침대칸만을 이용했기에 서민들이 타는 열차칸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머리 위 짐칸에까지 올라갔다. 우리도 자리가 없어 따라 올라갔다.

눈 앞엔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가 있었다. 혼자였으면 두려움을 이기기 어려웠으리라. 다행히 우리는 둘이었다. 온갖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이방인은 단 둘 우리뿐이었다.

가진 자의 두려움일 것이다. 여행객이란 신분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해치지 않을까 내내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밤 12시가 넘어 마침내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이 시각 거리에 나서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다행히 역 안에 숙소가 있어 하룻밤을 보냈다. 불안했던 하루를 마치고 차가운 방에서 잠을 청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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