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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인도, 네팔

[인도] 붓다가야, 부처님이 열반하신 곳 '01

by 릴라~ 2001. 2. 27.

 

인도의 안개, 오전 10시까지 짙게 내리깔리는 그 안개를 처음 본 게 붓다가야지 싶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게 하던 안개. 캘커타를 떠나 밤새도록 달린 기차는 어스름한 새벽녘, 가야에 닿았다.

가야 역에서 내려 붓다가야까지 오토 릭샤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안개 속에서 북인도의 농촌 풍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초가집들, 소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벽이며 담벼락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소똥, 그리고 아이들의 천진한 눈동자.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

안개 자욱한 아침의 표정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부처님이 도를 닦을 만한 곳이란 느낌도 얼핏 들었다. 마을 옆으로 강이 흐르며 몽실몽실한 산도 저 멀리 보인다.

한 시간 쯤 후 작은 마을 붓다가야에 도착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하신 곳이라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세계 각지의 절들이 모여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거리에 나섰다.

화려한 타이 절과 아담한 부탄 절을 둘러보고 한국 절인 '고려사'에 갔다.
중심가를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에 있었다. 주위로는 들판이 펼쳐졌으며 뜰이 넓었다. 번듯하게 세워진 다른 나라 절들과 달리
조그만 법당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을 뿐 아직 절의 짜임새는 갖추지 못했다.

스님은 마침 도시에 가고 안 계셨고 장기 여행자 둘이 절을 지키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 반가웠다. 우리는 저녁에 또 오기로 하고 메인 템플인 마하보디 사원으로 갔다.

마을 가운데 자리잡은 마하보디 사원은 그 장엄한 광경으로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거대한 불탑과 주변 건축물들이 성지의 위용을 과시하는 듯 했다.
중앙에 세워진 탑은 높고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주위로 각종 불탑이 있는 정원의 배치도 훌륭했다.

사원을 거니는 동안 쉴새없이 경을 읽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우리는 자연스레 그 엄숙한 분위기에 동화되었다.
세계 각처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사원 내 곳곳에서 절을 올리고 있었다. 모퉁이마다 '지구에 평화를' 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붉은 색 가사를 입은 티벳 승려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그 유명한 보리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의 바로 그 나무는 아니고 그 나무가 죽은 다음 새순이 돋아 자란 나무라고 했다.
그 앞에서 수많은 승려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다.

오후의 햇살이 눈부셨다.
사원을 나오니 구걸하는 무수히 많은 거지와 불구자들의 행렬이 보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참한 광경이다. 고타마 싯타르타는 왕궁 밖 비참한 현실을 접하고 삶에 무상함을 느껴 왕궁을 버리고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서 열반에 들었다.

안락한 삶을 버리고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서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고,
그 깨달음을 널리 펴서 중생을 구제하고자 한 부처님의 존재는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큰 축복이다.
그가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면 이 세상은 고통의 바다였을 것.

부처님은 인간이 어떻게 집착과 번뇌에서 해방될 수 있는지를 설파했다. 그러나 진리의 소리는 아직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지 못했다. 이천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고통에 허덕이는 삶을 도처에서 보지만
 깨달음을 찾아 길 떠나는 이는 소수이다.

저녁에 다시 고려사로 갔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 음식이 반가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장작불을 피웠다.
명상의 시간이라고 했다.

어둠이 깔렸다. 우리도 침묵 속에서 타오르는 불만 바라보았다.

밤이 깊었다.

다음 날,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로 떠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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