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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49

태백산맥 3~4부(6~10권) 분단과 전쟁, 완독 소감 드디어 이 걸작을 다 읽었다. 3부와 4부는 6.25 전쟁에서 휴전, 그 사이 지리산 빨치산 투쟁과 소탕이 이야기의 줄기다. 스무 살에 읽었을 때는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른 채 그저 이야기의 흡입력에 정신없이 빨려들어가 읽었다면, 지금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건들을 대부분 알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보도연맹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거제 포로수용소 등 굵직한 사건들을 대부분 알고 있고, 지리산의 주요 골짜기, 백무동, 뱀사골, 피아골, 빗점골, 주요 봉우리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인근 화엄사, 의신마을 등을 모두 알고 있기에 더 생생하게 읽혔다. 지리산이 지금 올라가도 얼마나 돌투성이고 힘든 길인지, 지리산 겨울이 얼마나 매섭고 추운지 잘 알기에 그곳에서 버틴 빨치산들의 고초.. 2022. 7. 25.
태백산맥 2부 (4~5권) 민중의 불꽃 방학하고 아침으로 빵을 먹다가 오랜만에 흰 쌀밥을 지어 밥을 한 그릇 푸는데 문득 뭉클했다. 소설 태백산맥 때문이다. 이 밥 한 그릇에 얼마나 많은 한과 눈물이 담겼던가. 수천 년간 이 밥 한 그릇에 삶의 모든 고락이 달려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밥 한 그릇을 보며 그저 무량했다. 문학의 힘이 실로 대단하다. 태백산맥 2부 4~5권은 해방 후 토지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세세하게 다룬다. 국민의 8할 이상이 농민이었고, 그 농민의 다수가 또 소작인이었던 시절. 해방 후 사회갈등의 근본은 지주와 소작인의 대립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소작료로 다 징수되고 춘궁기, 추궁기엔 굶기가 여사였던 시절, 소작 부치던 그 토지마저 없으면 굶어 죽어야 했던 시절, 땅은 사람들에게 꿈과 한의 결정체였다... 2022. 7. 24.
태백산맥 1부 (1~3권) 한의 모닥불 스무 살 때 읽고 이십 년 넘는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다시 손에 잡은 소설 태백산맥. 벌교 여행을 다녀와서 이틀 만에 3권까지 읽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일단, 소설의 주요 장소인 벌교읍내, 현부자집, 술도가, 보성여관(옛 남도여관), 금융조합, 홍교, 중도방죽 등을 직접 보고 온 터라 읽으면서 장소가 환히 떠올라서 좋았고,, 주인공들이 오고가는 인근 선암사와 고흥, 순천 일대까지도 이번 여행을 통해 지리가 환히 그려져서 좋았다. 고흥 과역면은 3권에서 한 줄 나오는데 과역면에서 여행 중 가장 맛있는 밥을 먹어서 그것도 기억에 남았다. 가 진도가 잘 안 나가서 힘겹게 붙들고 있던 참이라 이 더 기대 이상인 듯도 하다. 조정래 씨 필력이 대단하다.스무 살 때만큼은 아니지만(그땐 밤새워가며 읽음).. 2022. 7. 22.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타는 국어수업 / 김명희 교사들이 쓴 책은 거의 다 읽었지만 영감을 준 분을 딱 한 분만 꼽으라면 이분이다. 이십대에 어느 연수에서 처음 뵈었는데 그분한테 배운 감정 어휘 수업을 지금도 시 수업에 응용해서 쓰고 있다. 지식이나 수업방법보단 말과 글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영감을 주신 분이다. 이 책은 예전에 읽었는데 참고할 게 있어서 도서관에서 새로 빌렸다. 이분의 문법 수업이 좋아서다. 시간이 없어 충분히 적용은 못했지만 다음엔 제대로 해볼 참. 가치 수업과 품사 수업 예시를 남겨둔다. 2022. 6. 19.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__ 황혼에 글을 쓴다는 것 황혼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작년에 눈에 띄는 글을 하나 보았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 이혼 후 생활고로 예순 넘은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분의 이야기인데 피와 땀이 깃든 글은 이런 묵직한 감동이 있구나 할 만큼 오랜만에 보는 에세이다운 에세이였다. 이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했다. 불과 일흔의 나이에. 남편의 폭력으로 재산분할을 포기하고 황혼이혼을 하고, 사이버대학 문창과에 등록한 뒤 늦깍이에 평생 꿈꾸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걸 알고는 너무 짧게 쓰고 가셨구나 안타까워했었다. 최근 이분의 시와 산문이 휴머니스트에서 유고집으로 엮어 나왔다. 지인이 선물로 보내줘서 알았다. 이분 글을 더 읽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1953년생, 우리 모친보다 세 살 아래. 그 세대가 젊음을,.. 2022. 5. 29.
패배의 신호 / 프랑수아즈 사강 __ 프랑스 부르주아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네 오랜만에 읽는 프랑스 소설. 처음엔 프랑스 소설에서 흔히 보는, 부르주아적 생활상에 대한 묘사가 썩 와닿지 않았는데.. 캐릭터가 워낙 흡입력이 있어서 끝까지 몰입해 읽었다. 책장을 덮으니 루실, 샤를, 앙투안, 디온, 이 네 사람을 직접 곁에서 만난 것 같았다. 그 집에서 같이 생활한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탁월하다. 과연 천재 작가라는 말을 들을 만하구나 싶었다. 내일에 대한 계획이 없는, 오늘의 따스한 햇빛에서 삶의 모든 행복을 얻는 서른의 루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는 능력 있고 사려 깊은 오십의 애인 샤를. 사교계의 여왕이자 세련되고 아름다운 마흔의 디온. 디온의 애인이자 그녀의 경제적 후원을 받는, 작가 지망생이면서 진.. 2022. 5. 21.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두 분의 편지를 읽고 알았다. 권정생 선생이 병고로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얼마나 낫고 싶어 하셨는지, 병 때문에 글 쓸 힘을 못 내는 것을 얼마나 안타까워하셨는지, 이오덕 선생이 얼마나 열심으로 권정생 선생의 책 출판을 위해 뛰어다니셨는지.. 아동문학이 정당한 문학적 평가를 받도록 얼마나 열렬히 애쓰셨는지... 두 분은 진짜, 아동문학이 하찮게 여겨지던 시대에 아동문학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 정말 존경하는 두 분, 그 분들의 순정한 마음과 부지런하고 고된 발걸음 하나하나를 확인할 수 있는 책. 책에 이현주 목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재밌다. 이 세 분이 절친인 듯. ## 건강한 사람은 병든 사람의 괴롬을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병든 사람 자신의 고통이며, 어디까지나 그 한 사람만의 불행인 것입니다.. 2022. 5. 17.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 류하윤, 최현우 D가 오후에 온대서 아침에 또 빵 ㅎㅎ 주말 아침과 함께 한 책은 유투브 채널 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쓴 책. 가볍게 잘 읽히지만, 그들의 삶의 실천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젊은 분들이 어쩜 이렇게 속이 여물고 알찬가 했더니 스무 살부터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했고 그래서 단단한 내공이 자리한 분들이다. 남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할 때 가장 힘든 건 가족과의 갈등. 단순한 진심의 하윤 씨도 꼭 같은 갈등을 겪었고 용기 있게 그 시간을 견디고 헤쳐나갔다. 참 아름다운 이들. 오십 다 되어가는 내가 이분들한테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삶에서 무엇에 진심일까? 나는,,, 아무튼 '위대한 작가'들에 진심이다.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백석을 너무너무 사랑함. ㅎㅎ 도스토옙스키와 빅토르 위고와 주제 사라마구도. .. 2022. 5. 14.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이문현 워낙 글을 쉽게 써서 잠깐 누워서 금방 읽었다. 사회부 기자의 버닝썬 취재기. 클럽 직원으로부터 갈비뼈가 세 대나 나갈 만큼 두드려 맞고도 경찰에 오히려 가해자로 몰린 손님. 그가 호소한 억울함에 응답해 취재를 시작하다가 양파 껍질처럼 실체가 밝혀지는 클럽 버닝썬의 실체. 약물과 성폭행, 탈세 등등 비리의 집합소, 그곳을 비호하는 경찰. 한 달 매출 24억이었다는 클럽 버닝썬이 돈을 버는 방법과 그곳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하룻밤 수천만 원, 심지어 만수르세트라는 1억의 돈을 뿌리는 사람들.. 그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멀쩡한 사람에게 약물 반응 음성이 나오는 약물을 주입해 성노리개로 만드는 업주. 이 시대 가장 추잡한 돈 잔치를 보여주는 곳. 그리고 한 기자의 용기에 의해 결국 드러나는 진실. 버닝.. 2022. 5. 5.
에세이 만드는 법 / 이연실 톡톡 튀면서 꼭 필요한 분야의 책을 솜씨 있게 묶는 유유 출판사의 문고판 책. 얇아서 금방 읽지만 책에 담긴 노하우는 범상치 않다. 15년차 에세이 편집자 이연실이 그간 만든 책 이야기. 특히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한 내용들은 많은 영감을 준다. 푸른 화두를 마시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라면을 끓이며 (김훈) 연필로 쓰기 (김훈)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세월호 유족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 실어증, 일하기 싫어증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등등의 책 제목을 발굴하게 된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다. 서명숙의 , 최규석 작가, 연상호 감독의 만화 , 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을 편집한 이도 그다. 제목은 이지만, '책 제목 잘 짓는 법'에 더 많은 영감을 주는.. 2022. 5. 5.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 조병영 책에서 의미 있었던 지점 1. 디지털 시대, 읽기에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은 정보의 출처. 대부분 정보가 원천 정보가 아니고 가공에 가공을 거듭한 것이며 정보는 원출처에서 멀어질수록 오염도 증가함. 2. 가짜뉴스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영국 브렉시트. 수업 예시로 좋음. 3. 사람들이 시험에 매몰되는 이유는 교실에서의 가르침과 배움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 4. 학습의 책임은 학생에게 있음. 학습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는 잘못된 관념이 시키는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사교육을 불러옴. 배움은 자신의 배움을 책임지는 과정. 읽기는 책임을 지는 과정. 그래서 전문가가 최고의 책임을 짐. 5. 정신의 관료화를 경계하라. 읽기는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 6. 이 말 좋다. 칼 세이건의 말이라네. 2022. 3. 19.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황윤) __ 내겐 최고의 가이드북 이런 가이드북 좋다. 이런저런 정보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검색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제주의 전모. 제주가 고려 때 거의 원나라 자치주 성격의 장소였고 그래서 몽골인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고 원이 힘이 약해졌을 때 공민왕이 제주를 고려에 복속시키려 애썼고, 몇 차례나 몽골 거주민들에 의한 반란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다. 그걸 정벌하러 최영 장군이 내려가는 바람에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ㅠ 저자는 최영 장군이 제주에 내려갔던 루트를 따라가면서 제주의 역사를 맛깔나게 소개한다. 책 마지막에 붙은, 목호의 난을 소재로 한 짧은 역사소설은 이 책의 덤. 생각 이상으로 재밌다. 이 책 읽고 제주박물관을 방문했고, 목포해양박물관도 꼭 가야지 했다. 다음에 제.. 2022. 2. 28.
쓰는 사람, 이은정 (이은정) __ 넘 좋은 책 내가 잘 읽지 않는 장르가 시인, 소설가들의 에세이다. 그들의 일상 이야기는 그들의 시나 소설보다 재미가 없어서. 사진작가나 예술가, 법조인, 의사, 정치인들, 과학자, 철학자들의 에세이는 다르다. 그 직업 세계의 애환을 엿봄은 물론, 그 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롭고 드넓은 시야가 있어 영감을 준다. 이 책은 예외다. 평범한 일상에 그만의 따스하고도 너른 통찰을 얹어서 맛있게 요리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넘 좋다. 과연 쓰는 사람이구나. 쓰기 위해 잘 나가던 학원강사를 때려치고 가난하게, 글만 고집해온 작가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 친구들에게 기꺼이 선물하고픈 책. 2022. 2. 23.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__ 커피가 문제로세 대출해놓고 읽지도 못하고 2주 지나 반납 날짜 넘김. ㅠㅠ 카페인 관련 부분만 급하게 읽고 자료로 남겨둔다. 카페인 반감기가 7시간이라 한다. 몸에 남은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자그마치 7시간. 그럼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2022. 2. 22.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내가 대학 시절 참 좋아한 시인이다. "가장 큰 하늘은 그대 등 뒤에 있다" 그 시구를 외우며 다녔다. 진짜 시적 감수성이 탁월한 분인데, 이 시인이 너무 힘겹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언론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분의 에세이집이 베스트셀러에 떠서 읽어봤다. 최근 글은 몇 편이고 전에 출판된 것을 재발매한 책. 그래도 반가웠다. 시인은 정신분열증을 오래 앓았다고 했다. 첫 글이 가장 강렬했다. 제목은 '다시 젊음이라는 차를' 시인이 1976년에 쓴 글. 글이 정말 젊다. 이게 젊음이다. ##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거대한 타의--오로지 물욕만을 따라 외곬로 뻗어가는 광기,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돌진하는 무서운 능력, 그 아래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삭과 야곱의 모든 살붙.. 2022.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