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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50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탄생 | 이택선 _ 1945~1950 국가 건설 5년의 발자취 1945년에서 1950년까지,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지금까지 건국에 대한 논쟁은 주로 이승만에 대한 찬반으로 갈렸을 뿐, 대한민국 국가 건설 과정을 상세한 근거 자료를 동원해 되짚어보는 책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객관적 사료를 동원해서 대한민국이 '취약국가'로 출발했고 그 때 지닌 사회내부적 약점이 세계 경제 10위 대국에 오른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었는데요. 저자의 주장 중 눈에 띄는 대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큰 약점은 국가공동체 수립의 필수 조건인 민족주의라는 자원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입니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가장 강했던 중도파가 분단의 고착을 우려해서 단독수립 정부에.. 2021. 5. 9.
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 | 류종훈 _ 민족의 분열로 지워진 이름 '대장정' 하면 흔히 모택동과 중국공산당의 대장정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중국 대륙에서 그에 못지 않은 대장정을 한 조선인들이 있습니다. 조선의용군이지요. 이 책에서 KBS 피디인 저자는 조선의용군의 남은 흔적을 하나하나 쫓아가면서 일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그 대장정의 여정을 복원하는데요. 귀한 기록이고 읽으면서 숙연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조선의용군의 뿌리는 의열단입니다. 밀양 사람 김원봉과 윤세주가 주축이 되어 만든 의열단과 조선혁명군사정치학교는 일본의 탄압과 자금 문제로 여러 부침을 겪습니다. 그러다가 1938년에 장개석의 국민당의 지원으로 '조선의용대'로 태어나게 됩니다. 조선의용대는 사상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1941년에 두 부대로 나뉘어 하나는 김원봉이 있던 충칭에 남고 주력 부대.. 2021. 5. 5.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_ 1920~40년 조선 사람에 대한 귀중한 스케치 개인적 호기심에서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외부인의 눈으로 기록한 글을 모두 찾아 읽고 있다. 후대에 역사를 설명적으로 기술한 글보다, 그 시대에 조선을 방문하여 직접 목격한 일을 기록한 글이 그 시대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는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 는 글 반, 그림 반의 책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일본의 억압적 통치를 비판하지만, 명성황후를 좋게 보고 있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당대의 구체적 정치 상황은 속속들이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컬러 판화로 그려낸 조선 방방곡곡의 풍경과 풍습,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얼굴은 그 시대로 건너가는 듯한 생생한 표정을 전하고 있다. 그가 조선이란 나라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호기심과 강렬한 관심이 살아있는 그림들이다. 아마 화가여서 그럴 것이.. 2021. 5. 4.
앞으로 올 사랑 | 정혜윤 _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흑사병이 전유럽을 휩쓸던 14세기,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쓴다. 유쾌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2021년,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덮은 이때, 정혜윤 작가는 보카치오처럼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쓰는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이 자연과 세계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우리의 변신을 촉구하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한다면 우리는 변해야 한다고, 많은 소설속 인물들과 현실속 인물들의 사랑을 예로 들며 인간의 변신을 이야기하는 책. 그래서 '앞으로 올 사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재미나게 읽었지만 특히 인상 깊은 인물은 '레이첼 카슨'과 러시아의 식물학자 '바빌로프'다. ##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의 사랑 이야.. 2021. 4. 26.
민담형 인간 | 신동흔 구비문학 전공자 중에서 늘 좋은 책을 써내는 분이 신동흔 선생이다. 이분 책이 나오면 챙겨보는데 신간이 나왔다. 지난 번에 읽은 에서 민담의 캐릭터, 트릭스터의 특징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전세계의 다양한 민담을 소개하면서 트릭스터라는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요즘과 같이 한 개인이 맞서기엔 사회나 체제가 단단하다고 느껴지는 시대에 민담형 캐릭터, 겁없고 재기발랄하고 언제나 웃으면서 장벽을 거침없이 넘어가버리는 이 캐릭터가 더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교과서에는 신화나 전설이 자주 등장하고 민담은 잘 못 보았는데, 민담을 한 번 제대로 다루어보고 싶다. ## 글을 매개로 하지 않은 구비전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 그게 얼마나 가치 있고 믿을 만한가에 대.. 2021. 4. 26.
최현배 | 이계형 _ 평생을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한 한글학자 "한글이 목숨" 외솔 최현배 선생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다. 조선어학회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주시경 선생이 어떤 분일까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가르침을 평생에 걸쳐 '목숨을 걸고' 실천하고자 한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삼십 몇 년을 살고 가셨는데,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런 제자를 길러낼 수 있었을까. 최현배 선생은 이극로, 김두봉 등과 함께 주시경 선생의 대표적인 제자이다. 죽어서 스승을 뵐 때 부끄럽지 않도록 살려고 하셨다는 말씀, 돌아가시고 나서 유훈에 따라 주시경 선생 곁에 묻힌 이야기를 다른 자료에서 본 적이 있다(지금은 국립현충원과 대전현충원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한다). 대체 주시경은 어떤 인물이었기에 한 청년의 가슴에 평생에 .. 2021. 4. 26.
한국의 레지스탕스 | 조한성 _ 우리의 오늘을 만든 사람들 1945년 광복을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갑작스럽게 맞이한 해방'이다. 35년간 독립투쟁은 계속되었지만 그것이 결실을 보지도 못한 채 외부에 의해 갑작기 찾아온 해방. 그래서 우리민족이 해방의 주체가 못 되고 이후 분단과 6.25 내전을 거치면서 내내 강대국의 입김에 휩쓸려가는 듯한 느낌. 이 책을 읽고 알았다. 태평양전쟁의 패배로 갑자기 해방이 찾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운동가들의 노력, 민중계몽운동과 교육운동, 무력투쟁, 임시정부, 조선건국동맹 등 그 모든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해방을 맞이해서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울 수 없었을 거란 사실이다. 그들의 노력이 민중들에게 서서히 스며들면서 새로운 국가를 위한 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모든 분들은 '우리의 오늘'을 만든 분들.. 2021. 4. 22.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 | 최중경 _ 조선은 첫단추를 잘못 꿴 나라 소소하게 조금씩 역사 공부를 하며 든 생각이 있다. "이게 나라냐" 내 의구심과 한탄의 대상은 대개 조선 왕조다. 아니, 그렇게 예를 중시한다고 하면서 남의 나라(청나라) 황제 생일날에 참석해서 절 안 하고 버티는 건 대체 무슨 예의란 말인가. 명나라는 청과의 전쟁도 불사할 만큼 지고지순으로 섬기면서 청은 왜 오랑캐라고 멸시하는가. 사실 만주족의 뿌리는 고구려와 닿아 있어서 청나라는 고구려의 후예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놓고는 오랫동안 오랑캐라고 멸시했던 일본은 왜 또 그렇게 갑작스럽게 섬기면서 나라를 갖다 바치나. 도무지 논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말이지. 힘 센 놈을 다 섬기는 것도 아니고. 이런 내 의구심을 해소해준 책이 있다. 외교관 출신의 저자가 쓴 .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2021. 4. 20.
몽실언니 | 권정생 _ 아동문학을 뛰어넘은 20세기 한국문학의 걸작 대체 나는 예전엔 이 이야기를 왜 그리 건성으로 읽은 것일까? 올해 안동의 권정생 선생 생가를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권정생님 작품을 몇 개 다시, 제대로 읽으려고 방학 때 사둔 책이 다. 이렇게 몰입할 줄은 몰랐다. 저녁 나절에 잠깐 훑어보려고 펴들었다가 끝까지 다 읽었다. 228쪽에 접어들 땐 나도 모르게 엉엉~ 눈물을 훔치면서. 그리고 알았다. 권정생님이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가를. 는 아동문학의 테두리에 가둘 수 없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문학사적 평가를 높게 받는 그 어떤 한국소설보다도(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 쫌 그렇지만) 못하지 않으며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해방 전후와 6.25 전쟁 시기의 삶을 너무 잘 그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시대 삶과 전쟁을 바라보는 작가의 윤리의식과 '몽.. 2021. 4. 19.
사생활의 천재들 | 정혜윤 _ '다시' 세상을 사랑하고픈 이가 읽어야 할 책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분 좀 천재 같은 느낌이다,, 라는 작가는 처음이다. 그만큼 생각이나 문장이 톡톡 튀면서도 표현력이 풍부하고 그만의 시각을 잘 녹여내었다. 다만, 몇몇 책은 감정이 과잉되거나 현란한 수사가 많아서 내용을 좀 건너뛰면서 덤벙덤벙 읽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담백한 문장을 좋아하는 편인 듯. 이 책은 덤벙덤벙 읽지 않았고 잘 읽힌 편이다. 제목이 "사생활의 천재들"이지만 실은 우리 시대 작가와 예술가, 영화감독, 학자 중에서 저자를 감동시킨 '천재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읽으면서 '천재적인' 작업 결과물을 내는 이들은 그 분야에 '천재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생활의 천재들'일 게다. 모든 꼭지를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특히 윤태호 작.. 2021. 4. 14.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엥겔스 __ 그들은 세계를 가질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유명한 첫문장,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은 기억나지만, 그 사이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 맑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대학 시절에나 얼핏 읽어본 이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어요. 최근 '노동'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십대 때만 해도 '노동'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는 게 꽤 힘들었지만, 나 자신 임금을 받는 노동자였지만, 그럼에도 제가 '노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인식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일한 지 몇 년 안 되던 때라 그때그때 눈앞의 일에 적응하느라 바빴을 뿐 '노동'이라는 것이 내 삶의 시간을 얼마만큼 잡아먹고 그 시간의 성격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는지는 생각지 못했던 시절이지요. 결혼도 매우 늦게.. 2021. 4. 7.
도시로 보는 유럽사 | 백승종 _ 유럽사를 보는 시야를 터주는 책 유홍준 선생이 예전에 연대기 중심의 역사 공부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어요. 연대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필요하지만,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추상적 사건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유물'이나 '유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역사를 훨씬 생동감 있게 공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지만 여행기의 느낌은 한 20퍼센트? 나머지는 역사 이야기예요. 저자가 유럽사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차지하는 1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그 도시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면서, 각 나라마다 두터운 역사가 있는 유럽사를 그 본질만 간추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장점이 많은 책이죠. 저자는 유럽사를 각각의 도시와 그 도시를 만든 시민.. 2021. 4. 2.
공감의 뿌리 | 메리 고든 _ 타인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게 되는 것들 경력이 좀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학생들의 감정 조절 능력, 대인 관계 능력,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초임 교사 때만 해도 학교 생활에서 '사회성'을 강조한 적이 별로 없었다. 독립성, 주체성 등이 중요했지. 그런데 요새는 교사들끼리 만나기만 하면 '사회성' 타령이다. 아이들의 전반적인 '사회성'이 떨어져서 학급에서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문제들과 씨름하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 '공감의 뿌리'는 저자가 캐나다에서 진행한 교육프로그램 이름이다. 생후 몇 달쯤 된 아기와 엄마를 한 달에 한 번 유치원이나 학교에 초대해서 일 년 동안 아기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아기들이 상황에 반응하고 행동하고 움직이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2021. 4. 1.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 __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광기의 인식 추천 받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명상과 인간 의식의 변화를 다룬 책인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앞부분을 보고는 읽기로 했다. 인간 존재의 핵심에 존재하는 집단적 광기가 가져오는 사건들이 인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광기의 역사이다. 만약 이것이 한 개인의 병력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만성적 피해망상증. 적이라고 굳게 믿는, 사실 적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무의식의 투영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병적인 살인 충동과 극도의 폭력과 잔인성. 가끔씩 잠깐 동안 제정신이 돌아올 뿐인 범죄광.'p37 이 책이 가장 정성들여 파헤치고 있는 부분은 에고의 작동 원리 중 동일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을 .. 2021. 2. 24.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 ㅡ 불완전함이 완전함보다 더 완성된 경지 영화를 통해 상처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영화평론가의 영화 분석보다 훨씬 재미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영화 문법에 의거한 전문적인 영화 비평보다는 우리의 다친 마음을 보듬고 살리는 일이기에. 아는 영화가 등장하는 부분은 더욱 재미있게 읽었고 모르는 영화도 심리에 대한 내용이라 잘 읽힌 편이다. 라캉의 이론,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관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저자는 연구자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간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문장이 다 좋다. 자신이 소화한 내용을 쓸 때는 문장이 이렇게 쉬우면서도 품격과 깊이가 있다. ##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보다 더욱 완성된 경지이며, 부족한 것이 완..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