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569 [뭉우리돌의 바다 / 김동우] __ 가슴 찡한 사진과 함께 듣는 해외 독립운동 이야기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수리스크 지나 하바롭스크까지,내가 연해주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에가슴이 먹먹해졌던 적이 있다. 제 한 몸 바로 세우기도 어려운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고향과 나라를 잊지 않았던 선조들의 애국심이나라 밖에서 더 잘 느껴졌다. 이 책 '뭉우리돌의 바다'는 해외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다. 평소처럼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우리나라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인도 델리 레드포트가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흔적이 있는 곳이란 걸 알게 되고이후 몇 년 간 해외 독립운동 관련 장소를 취재하고 답사한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 인도, 쿠바, 멕시코, 하와이, 미국을 다뤘다. 정부가 해야 할 만한 방대한 작업을 한 개인이 소화했다는 것이 놀라웠.. 2021. 9. 29. [이회영 평전 / 김삼웅] __ 근황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이회영 집안이 없었더라면 아마 조선의 양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선비 정신,, 이라 흔히 말하지만 선비 정신이 있었다면 나라가 그 지경이 되지는 못했을 터. 관료들이 그렇게 부패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다른 책에서 이분의 삶을 더러 읽었으나 전체적으로 알고 싶어 평전을 빌렸다. 몰랐던 부분들을 몇 가지 확인했다. 과거를 보지 않고 노비들을 풀어주고 새로운 사상에 열려 있는 등 이회영 선생은 당시 권문세족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 그의 사상적 행로가 기존 성리학자들과 달리 양명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하여금 간도, 북경, 만주를 오가게 만든 시대는 그를 아나키스트로 만든다. 이회영 일가 6형제가 모두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떠난 것은 실로 보기 드문 일이다. 그 많은 재산을 .. 2021. 9. 16.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조지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편집) 구한말 조선을 여행한 서양인의 기록은 장바구니에 담아둔 한 권 빼고는 다 읽은 줄 알았는데 고산도서관에서 내 목록에 없던 책을 발견했다. 미국 외교관의 최초 조선 보고서다. 이 책은 기존 여행기나 기록과 차이점이 있다. 1884년이라는 이른 시기가 그렇고(읽은 것 중에서는 제일 이른 시기인 듯), 또 하나는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조선의 관료와 똑같이 가마를 타고 수행원을 거느린 채 조선 각지의 감영을 돌면서 대접을 받으며 여행했다는 것이다. 아, 사진을 즐겨 찍고 직접 현상하며 여행한 것도 특징이다. 안타깝게도 여행중 강물에 몽땅 빠트리기도 하지만. 서울을 떠나 삼남대로를 따라 수원을 거쳐 공주의 충청감영, 전주의 전라감영, 나주, 담양, 순천, 함양, 진주, 창원, 김해를 거쳐 부산까지, 그리고 다시 .. 2021. 9. 9. 고투 40년 / 이극로 _ 온세상을 보고 나면 무엇이 하고 싶을까 한참 전에 사둔 책을 이제야 읽는다. 두께가 있는 자서전이라 맘먹고 펼쳤는데 아뿔싸, 이극로 선생의 회고담은 50장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해제 및 관련 자료이다. 진작 읽을 껄~ 읽고 나서 1893년생인 이분의 인생 행로가 너무 놀라워 D에게 이야기하니 이렇게 말한다. "온 세상을 보고나면 뭐가 궁금해지는지 알아? 나는 누구인가지. 나에 관심이 생겨." "그래서 이분이 경제학을 전공하고 편하게 살 길이 많았는데 한글 연구를 선택했구나." "그랬겠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왜 민족주의자가 되었겠어? 그분이 세상을 봤거든." "맞다. 도올도 그렇지." "넓은 세상을 본 사람의 인생은 두 가지 길로 나뉘어. 나라 팔아먹거나 아니면 민족주의자가 되거나."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그 시절, 남이 못 보는 세상을 경험.. 2021. 8. 22. 일본산고 / 박경리 _ 철저한 반일작가, '토지'의 박경리 선생 “나는 철두철미 반일작가입니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분이 여러 오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정체성을 이렇게 분명히 표현하다니. 물론 박경리 선생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나는 철두철미 반일작가지만 반일본인은 아닙니다.” 박경리 선생의 반일은 반군국주의, 반제국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한 마디로 반파시즘, 반나치즘이다. 그렇다면 그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과거사를 사죄했냐 문제가 아니다. 독일은 2차대전 패전국이라 사죄했지만 승전국 영국, 프랑스는 아프리카 등에서 저지른 학살에 사과한 적이 없다. 문제는 독일은 반나치즘이지만 일본은 군국주의를 여전히 미화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일왕 중심의 신국사상, 조선 지배를 시작으로 대동아공영론의 야욕을 뻗었.. 2021. 7. 27. [노마드랜드 / 제시카 브루더] __ 주거비가 없어 캠핑카를 택한 사람들 우리나라도 집값 때문에 난리인데,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내 한 몸 쉬고 누일 곳이 없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건 최강대국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 '노마드랜드'는 평생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드디어 집을 버리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다.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있다. 그때 집도 연금도 모두 잃어서 중산층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집을 버린 사람들은 낡은 캠핑카를 개조해서 그곳에서 생활하며 한시적으로 수요가 느는 국립공원 캠프나 아마존 물류센터 등에서 몇 달간 노동을 해서 현금을 융통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축제를 열어 여름엔 한 곳에 모여 1~2주씩 함께 지내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을 단지 피해자로.. 2021. 7. 26.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 박제원] __ 역량중심 교육과정 비판 지식중심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역량중심 교육과정. 2015년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좋아졌는가? 그에 대한 내 대답은 No이다. 역량을 기르는 게 아니라 온갖 종류의 과정평가로 학생들이 차근차근 개념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노가다'에 몰두하게 한다. 지식이 있어야 적용도 하고 비판도 하고 상상도 하지. 물론 이 지식은 주입식으로 우겨넣어서는 안 되며 학생이 '공감'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감성적으로 배려하되 그 지식 체계의 본질적 논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은 잡다한 지식이 방해가 되는 이유는 학생이 개념과 맥락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의 범위와 양은 적절하게 제한되어야 하지만, '필수 지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2021. 7. 15.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피에리 말베치· 조반니 피렐리 엮음 _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눈물을 훔치며 읽은 책 도서관에서 빌려놓고는 책 반납하라는 문자가 올 때까지 잊고 있었다(문자는 반납일 전날에 온다). 500쪽 넘는 두꺼운 책을 하루만에 읽기도 글러서 걍 반납해야겠다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다가 한 시간 동안 울면서 읽었다. 꼼꼼하게 다 읽진 않고 듬성듬성 책장을 넘겨보았기에 한 시간 정도 봤지만,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훌쩍거리긴 처음이었다. 이 책은 1943년부터 1945년 사이, 무솔리니에 저항한 이탈리아 파르티잔 201명의 편지 모음집이다. 이들은 총살당하기 몇 시간 전, 혹은 하루 전날에 가족에게 편지를 쓸 기회가 주어졌다. 편지는 몇 줄인 것도 있었고 두세 쪽인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 짧았다. 길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어떤 이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적기도 했다. 나.. 2021. 7. 15. 파친코 1~2 / 김민진 __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 "읽는 여러분을 한국인으로 만들기 위해 이 소설을 썼어요." 유튜브에서 재미교포 김민진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기대가 컸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그 소설을 읽는 사람을 이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독자를 한국인으로 만들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김민진 작가의 말은 탁월한 답변이었다. 소설 '파친코'를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한 달을 기다려서 '파친코' 1권을 받았다. 1권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순자의 가족사와 일본으로 이주하기까지의 여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가 인상적인데, 이것이 2권에 가서는 큰 약점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다. 1권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품격'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들고 긴 여운을 남긴다. 순자의 .. 2021. 7. 6. 시간의 압력 / 샤리쥔 __ 이천 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불멸의 인물을 탐구하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처음 읽은 게 고교 한문 시간이었다. 시구에 담긴 서정성은 잔잔히 마음을 파고들었으나 그게 왜 그리 환호할 만한 시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샤리쥔의 을 읽으면서 귀거래사의 첫 부분 "돌아가자"가 얼마나 절실하고 뜨거운 외침인가 하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고 필 받아서 D를 향해 "돌아가자!" "우리도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쳤더니 D는 어이없어 하며 '혼자 돌아가세요' 한다. 아무튼 이 책, 대단한 필력이다. 유려한 문장과 스토리텔링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겸비한 인문적 시선의 깊이와 넓이 때문이다. 후자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굴원, 조조, 도잠, 이백, 사마천, 이사, 이릉, 상앙, 하완순. 저자는 이천 년의 시공을 관통하면서 이 아홉 명의 인물과 그가 .. 2021. 6. 30. [인공지능 시대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 권재원] __ 인공지능의 한계와 인간의 가능성 일본의 아라이 박사는 딥러닝에 기반한 3세대 인공지능 도로보군을 개발한다. 도로보군은 직접 시험지에 쓰인 글씨를 읽으며 문제를 풀었고 상위 10퍼센트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성취를 보인다. 그러나 아라이 박사는 3세대 인공지능의 특징상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면서 연구를 중단한다. 도로보군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문제의 답을 엄청나게 누적된 과거 자료(빅데이터)를 통해 확률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즉 그는 이것이 왜 답이 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거나 다른 답을 모색하거나 그것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많은 자료 중에서 '확률적으로' 이것이 답이라고 찾아낼 뿐이다. 즉 답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기술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답을 맞힐 수는 있지만 그것에 대해 알.. 2021. 6. 14. 동경대전 1~2 | 도올 김용옥 _ 수운과 해월의 위대한 가르침 이렇게 두꺼운 책일 줄은 몰랐다. 대중서가 아니라 각 권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해설서이다. 도올 선생이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 작업한 책. 다 읽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1권의 '서언'과 '대선생주문집'만 읽고 도서관에 반납했다. 대선생주문집의 기술 방식이 인상 깊었다. 그 어떤 신비주의적 색채나 과장된 표현 없이 담담하게 수운의 행적을 기록해간 과정이. 그 담백한 서술 속에 제자들이 수운 최제우 선생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했는지가 드러난다. 쟁쟁한 식자들을 물리치고 2대 교주로 해월 최시형 선생을 택한 수운 선생의 안목 또한 탄복할 만하다. 해월 선생은 35년이라는, 우리 민족 최장기 '도바리꾼'이다. 관의 눈을 피해 민간에 숨어살기를 35년, 밀고자가 없기 어려운데, 그 긴 세월을 해월 선생이 전.. 2021. 5. 30.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 이민호] __ 스피치의 기초에 대한 훌륭한 개론서 저자는 세바시 등에서 활약한 스피치 강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강의 장면을 보고 책도 있어서 찾아 읽게 되었다. '말하기'의 기본에 대해 영감을 주는 내용이 많다. 질문하기, 숫자로 말하기, 대사를 집어넣기, 비유로 풍성하게 말하기, 대조로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상대방이 아는 것으로 모르는 내용을 설명하기, 세 가지 예시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등 말하기 기법도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노하우를 가르치기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 세계적인 천문학자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한 남자는 강연을 들으며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강연자와 .. 2021. 5. 24. 럭키경성 | 전봉관 _ 부동산 투기가 판을 쳤던 식민지 조선의 생생한 현장 저자의 필력이 상당합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근대 조선의 풍경 속에 풍덩 빠져들게 되는데요. 나진의 땅값이 천 배나 오르고 부동산 투기가 판을 치고, 일종의 선물 거래인 미두시장은 지금 비트코인 저리 가라 할 만큼 대박을 차는 사람과 쪽박을 차는 사람으로 연일 북적입니다. 자본주의가 들어온 근대 조선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특수를 노린 매점매석, 금광 개발 등 돈을 둘러싸고 연일 각종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습니다. 신흥재벌에서 불과 몇 년만에 거지가 된 반복창, 부동산 성공신화의 주인공 김기덕, 미두판에서 큰 재산을 벌어들인 사람들, 친일신문이라고 매일신보사를 몇 달만에 그만두고 월급을 반밖에 주지 않았던 다른 신문사에서 일했다가 연이은 사업실패 후에 열렬한 친일파로.. 2021. 5. 23.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 아손 그렙스트 _ 러일전쟁 시기의 조선을 만나다 개인적 호기심에서 구한말에서 식민지 시대에 이르는 1차 사료를 모두 찾아 읽고 있습니다. 당대 조선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글이 후대의 해설서보다 그 시대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기록은 조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조선을 네 차례나 여행한 지리학자 엘리자베스 비숍 여사의 책은 조선의 지리와 문화, 사회상에 대한 가장 깊이 있고 종합적인 보고서로서 특히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목격담과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입니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책은 조선의 보통 사람, 상놈의 삶과 내면의식을 다정하게 그려나갔고,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해에 조선을 여행한 오스트리아 귀족 에른스트 헤세 바르텍의 책에서는 조선이 마치.. 2021. 5. 18.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