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549 [책]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네이딘 버크 해리스 &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 도나 잭슨 나카자와 두 권을 같이 읽다보니 어느 내용을 어떤 책에서 봤는지 헛갈린다. 아동기의 불행이 생애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학적 임상 사례와 논문 등 구체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책이다. 전자는 정신과 의사가, 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썼는데 같은 주제임에도 사례가 저마다 달라서 내용이 겹쳐지지 않았다. 둘 다 잘 읽혔는데 만약 한 권만 고른다면 의사의 개인적 경험담이 흥미있게 서술된 전자를 고를 것 같다. ACE 척도라는 게 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알아보는 척도인데 주로 가족의 죽음, 자살, 폭력, 성폭행, 학대, 부모의 실업 등 재난에 가까운 경험 여부를 다룬다. 15가지인가 척도를 보았는데 보통 사람은 대부분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경험들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온몸에서 유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아이들이.. 2023. 7. 21. [책] 선생님도 아프다 / 양곤성 상담을 전공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썼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겪는, 반복되면서도 다루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적절한 처방 및 조언을 통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김현수 박사의 가 정치사회적인 맥락을 폭넓게 다루면서 교사 노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교사 개개인이 겪는 감정, 심리학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권 나란히 읽었는데 의외로 겹치는 내용이 많지 않고 두 권 다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책 내용 중에서 기억할 만한 몇 가지를 메모해두도록 하자. 첫째, 인정불안. 대상관계이론은 나-양육자 사이의 관계 패턴이 그 후 접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되풀이된다고 주장한다. 나-엄마와의 관계가 상대만 바뀌어 일생 동안 재현된다는 의미이다. 동료와의 관계를 엄마와의 관계와 동일시하여 .. 2023. 7. 11. [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 김현수 정신과 의사 선생님 중에 이분만큼 학교와 교실 상황을 잘 이해하는 분도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아이들과 선생님 대상으로 많은 책을 썼으며 대안학교 '별'을 직접 운영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김현수 선생님의 최신작??(2021 출판)으로 교사 소진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삼은 책이다. 개념은 현상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안경 역할을 한다. '감정 노동'이란 말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서비스직 관련 노동자들이 왜 힘든지 상황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들의 노동 중 많은 부분이 '감정 노동'임도 알게 되었고. 이 책에는 감정 노동, 우울증 등 흔히 알려진 개념 말고도 여러 개념이 등장한다. 소진 만성 피로 행동화 공감 피로 대리 외상 적응 장애 외상 후 울분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023. 7. 10. [책] 슬픔의 방문 / 장일호 단 한 편도 버릴 게 없는 내용이 꽉찬 에세이집. 저자의 필력에 놀랐다. 짧고 경쾌하고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막힘 없이 주르륵 읽게 만드는, 그 깊고 막막한 슬픔을 그 폐부까지 느끼게 만들면서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문장들. 이렇게 글 잘 쓰는 기자가 있구나 했다. 시사인 기자 장일호의 에세이다. 소설처럼 한 번 집어들면 그녀의 문장에서 그녀의 삶의 이야기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 삶의 이야기들을 그녀가 사랑한 책들과 나란히 병치시키는 솜씨도 놀랍다. 그녀가 책에서 고른 모든 말들은 그저 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삶을 통해 다시금 생생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삶과 책을 함께 읽어나가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싶다. 물론 저자의 모든.. 2023. 6. 29.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경이로운 작품이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힘은 개성 있는 시공간, 캐릭터의 매력, 튼튼한 서사, 그리고 주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평생을 생물학 연구로 보낸 저자가 70세에 쓴 이 소설은 놀랍게도 이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꽉 채워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뉴올리안스의 광활한 습지를 배경으로 버림받아 홀로 살아야하는 여주인공 카야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정신적 성장 과정은 물론 가정폭력, 인종차별, 여성 인권, 사회적 편견, 자연보호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짜올린 작품. 특히 묘사의 힘이 대단하다. 작가는 습지의 생태계와 소녀의 내면의 고독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듯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 2023. 6. 25. [책] 한 문장으로 말하라 / 나쓰요 립슈츠 23년차 교사로 날마다 말하고 있지만 말하기는 배워도 끝이 없다. 개인적 말하기를 총체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책은 어디에도 없으며 각종 책마다 약간의 영감을 얻을 뿐이다. 이 책 에서도 몇 가지 배울 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만 요약해둔다. 첫째, 글을 쓰기 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는 점. 아래의 성공적인 광고 카피는 모두 20자 내외의 한 문장이다. 둘째, 듣는 사람의 관점에서 말하기를 바라볼 것. 아래의 예는 시사점이 많다. 말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논리, 감정, 신뢰의 3박자를 갖추어야 한다. 청소기를 판매한다면 기능만 나열하면 안 되며, 청소기를 손에 넣었을 때 얼마나 생활이 편해지고 좋아지는지 미래.. 2023. 6. 5. [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조국 저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매우 잘 쓴 책이다. 이 정도면 명저라고 할 만하다. 450쪽이 넘는 책을 술술,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사상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넘 좋아하는 사상가들이 있다. 루소와 몽테스키외 등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그들의 불온한 사상 덕분에 우리는 중세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가 그들의 빛나는 이상과 고귀한 신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루소와 몽테스키외로부터 시작하여 법의 정신에 영향을 준 열 다섯 명의 사상가들을 다룬다. 한 명 한 명 두께가 만만치 않은 사상가들인데, 저자는 그들의 사상을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과 개인적 생애사를 통해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2023. 6. 5. 그 여름의 끝, 우리는 / 권재원 주말 오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난 후, 여운이 종일 간다. 무언가 찡하고 뭉클하다. 아마도 이 책이 와니와 써니, 두 여교사의 성장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리라. 두 인물들의 경험 세계가 나와 겹쳐지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들의 고군분투가 내 젊은 날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지닌 와니와 써니, 중학교 같은 반 친구인 둘은 교직에서 서로 만난다. 유복했던 와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교사가 되었고, 형편이 어려웠던 써니는 기간제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몇 년 늦게 발령을 받는다. 그렇게 교단에서 만난 둘은 서로를 보듬으며 학교와 교실에서 맞닥뜨린 현실을 헤쳐나간다. 각각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이들의 중학생 때의 이야기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이.. 2023. 5. 21.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첫 장면이 강렬하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자신이 수집한 모든 물고기 표본들이 잔해로 돌아가려는 그때, 침착하게 그 잔해들 틈에서 남아있는 것들을 추려서 다시 자기 일을 시작했던 과학자. 이 첫 챕터를 읽었을 때는 한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다루는가 했었다.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의 팀과 함께 전세계 물고기의 5분의 1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주변 세계와 자연의 경이에 매혹되었던 소년이 꿈꾸었던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었고 놀라운 인내심과 열정으로 드넓은 세계를 탐험하며 자신의 업적을 쌓아올려가지만 그가 말년에 몰두했던 것이 '우생학'이라니. 그의 스승 아가시와 마찬가지로 "모든 종 하나하나가 신의 생각이며 그 생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분류학이 창조주의 .. 2023. 5. 6. [책] 핵심 질문 / 제이 맥타이 외 - 인상주의 미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 예술가는 전통을 왜, 그리고 어떻게 깨는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위 두 질문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내용 질문이며 후자는 핵심 질문이다. 전자는 일련의 특징에 대해 예상되는 답이 존재하는 유도 질문이며, 후자는 예술 경향에 대한 조사와 학습자의 일반화를 요구하는 탐구 질문이다. 이해교육과정이 현장의 대세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질문' 자체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채 그냥 막 쓰이고 있다. 핵심 질문은 핵심 내용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핵심 질문은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이며 탐구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핵심 질문은 객관식 평가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인데 우리나라는 항상 그렇듯이 좋아 보이면 마구잡이로 수입하여 아무데나 갖다붙이고 있다. 이 책.. 2023. 4. 18. [책] 정거장에서의 충고 / 박해현 외 기형도 시인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을 모은 책이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책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사실 매우 듬성듬성 읽었지만) 여러 책 중에서 기형도 시인에 대해 대략적인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던 유일한 책이다. 책장을 덮으며 한 청년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노래 부르기와 음악을 좋아했던 활달하고 유쾌한 청년, 그의 마음에서 끊임없이 속삭여오는 아픈 유년의 그림자, 가난과 가족의 병고로 인해 외로움으로 점철됐던 어린 날,,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아무도 알아줄 이 없어 종이배로 접어서 개천에 띄워버릴 만큼.. 중풍으로 드러누운 아버지, 비극적 사고로 죽은 누이, 여공으로 일한 다른 누이들과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던 채소장수 어머니... 그는 인생이 주는 실존적 물음에 그 자신이 해답을 찾는 .. 2023. 3. 19. [책] 시인을 만나다 / 이운진 내일 반납인데 다 읽을 시간이 없다. 기형도 시인 수업을 해야 해서 이 부분만 캡처해둠.. 2023. 3. 13. [책] 어른의 말공부 / 사이토 다카시 가볍게 훑어볼 만한 책. 수업에 활용할 예시 몇 개만 캡처해두자. 2023. 3. 13. [책] 국어교과서 작품 읽기 (중3 시) / 김규중 외 엮음 2023. 3. 8. [책]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드립니다 / 복주환 생각정리 전문가답게 책 내용을 표로 다 정리해줘서 기억하기 좋음. 개인적으로 비주얼씽킹 관련 책보다 이 책이 훨씬 명료하다. 2023. 3. 5. 이전 1 2 3 4 5 6 7 8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