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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69

[새로운 창세기 / 에드워드 윌슨] __ 과학자가 설명하는 인간의 창조 동물행동학자로 우리 언론에 잘 알려진 분이 있다.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 펴낸 분이다. 이분이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분의 지도교수가 바로 에드워드 윌슨이다.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에드워드 윌슨의 책은 풍부한 과학적 사례를 담고 있어 늘 흥미진진하다. 그 사례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결론 또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가 과학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이분의 책은 챙겨보는 이유는 인문학 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간 문명에 대한 드넓은 비전 때문이다.  이 책 는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과 인간 사회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생명의 기원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언어의 기원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과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2023. 9. 5.
[학생이 질문하는 즐거운 수업 만들기(놀이 편) / 정혜승 외] __ 아이디어가 잔뜩 수업 준비를 할 때, 다룰 작품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서는 관련 주제의 책을 다 빌려보는 게 제일 확실하다. 시간이 부족해 꼼꼼하게 다 읽지는 못해도 발췌독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 작가나 주제에 대해 내가 무엇을 얼마나 다룰 수 있을 지 머릿속에서 대강의 아우트라인을 잡는 과정이다.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어느 수준에서 다룰 지 결정되었으면 그 다음 단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내용을 학생들에게 조금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찾는 데는 초등쌤들이 쓴 책이 상당히 유익하다.  내가 소화한 내용을 말로 그대로 전한다고 중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좀 아기자기한 방법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 책 에는 응용할 만한 아이디어가 잔뜩 들어 있다. 초등처럼 한 시간 내내 놀이 위주의 수업은 맞지 않지만 적.. 2023. 9. 4.
[망설임의 윤리학 / 우치다 타츠루] __ 망설임에 담긴 철학적 함의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종합적인 문예 비평서. 일본에서 출판된 책에 대한 비평이 많다. 보통 모르는 책에 대한 비평서는 재미있게 읽기가 어려운데 선생의 책은 그렇지 않다. 그 책을 몰라도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대한 선생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나 신세대의 변화 면에서 우리 사회와 비슷하게 가고 있어서(아니, 우리가 일본 비슷하게 가는 걸 꺼다)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 우리를 좀 더 잘 보여주기도 한다.   페미니즘 등의 사상이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이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선생의 견해도 흥미롭다. 새롭게 출현한 사상은 그 야생적인 면으로 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지배 이데올로기가 될 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모택동의 사상이나 히피 운동이 .. 2023. 9. 2.
[스몰 트라우마 / 멕 애럴] __ 디지털 트라우마가 넘치는 세상 '빅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대개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전쟁, 폭력, 이혼, 실직, 가족의 죽음 등 우리 생애를 뒤흔드는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다. 하지만 이런 큰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좀먹는 존재가 있으니 저자는 이를 '스몰 트라우마'라 부른다.  이 스몰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거나 별 것 아닌 일을 문제 삼는다고 생각해 타인에게 잘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댐에 작은 구멍이 나면 어느 순간 무너지듯이, 작은 상처는 시간에 따라 누적되면서 삶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이 책은 '스몰 트라우마'의 개념을 밝히면서 삶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할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것이 개념을 밝히는 부분이 소략하고 처방을 이야기하는 부분의 내용이 많다는.. 2023. 8. 28.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 홍소영] __ 싱글맘의 유쾌한 홀로서기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에 대해 가리워져 있던 속마음 한 가지씩을 보여준다. 이 작가가 그랬다.  두 번의 유산 끝에 결혼 7년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졌는데 출산 전에 남편은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다. 작가는 남편을 보내주고 홀로 아이를 기르기로 결심한다. 싱글맘이 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눈물 나는 일까지 당차게, 태생적인 유머 감각을 갖고 긍정 끝판왕으로 활기차게 풀어낸 글이 이 책이다.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고 있는 내 친구들은(대부분 공무원, 공기업, 전문직이다) 그닥 부럽지 않은데 난 홍소영 작가 같은 싱글맘이, 아니 싱글맘을 용감하게 택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부럽다. 그러고보니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항상 싱글맘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그 이유가 뭘까 곰곰 생.. 2023. 8. 27.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아라이 유키] __ 살아있다는 감각에 대하여 어떤 책은 단 한 챕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한 부분에 꽂혔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말,그런 일과 말을 생각한다. 수업시간에도 응용할 만한 질문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그건 가슴 벅찬 감동 그런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일상에서 소소하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일,그런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뭐가 있을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화장하기. 3분만에 끝내는 간단한 화장이지만. 자기 전에 누워서 좋아하는 음악 듣기. 산에 오르기. 언제나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 책을 읽다 문득 멈추고 좋은 구절을 음미하기.D랑 포옹하거나 곤히 자다가 깨서 이야기하기.식탁에서 마주하는 맛있는.. 2023. 8. 26.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 우치다 타츠루] __ 가장 중요한 건 읽는 쾌락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이분은 '선생'이란 호칭을 들을 만하다. 아무리 가벼운 글에도 이분만의 혜안이 번득이고 재미나게 읽을 거리가 꼭 들어있다.  우치다 선생의 책은 다 읽어보는 편인데 이 책은 개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책이었다. 선생이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 내가 모르는 책도 많지만 그게 독서에 전혀 방해가 되진 않는다. 모든 이야기가 우치다 선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훑어보았다.  요 말은 넘 반가웠다. "글을 쓰는 쾌락, 읽는 쾌락을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 이외의 것은 쾌락을 증진시키는 데 얼만큼 효과적인가와 같은 척도에 기초해서 계량되어야 한다."  내가 수업시간에 중시하는 것과 꼭 같다.    ###################### 2023. 8. 25.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 대니얼 월링햄] __ 읽기 전략에 대한 안내 제목을 넘 잘 붙인 책이다. 400쪽 두꺼운 분량에 비해서는 참고할 내용이 많지 않았다. 대학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을 위주로 한 내용이라 그런 면도 있고.  돌이켜보면 참 많은 강의를 들었지만 그냥 쓱 흘려지나간 게 많다. 대부분 교수들이 이 강의의 목적, 여기서 다룰 주요 개념, 이해를 위한 예시 등 강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그냥 내용을 죽 이어 말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많다. 이 책의 초반에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수업 체계를 학생들에게 분명히 안내할 것을 권하는데 내가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업할 때 나는 오늘 어느 부분을 어디까지 다룰 것인지 그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고 수업을 한다. 우리가 다룰 내용의 의의를 충분히 알려주면 확실히 집중도가 올라간다.  읽기 전략은 이.. 2023. 8. 24.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__ 우뇌형의 약점과 강점 결혼 전 D와 긴 연애 중일 때 여행할 때마다 한 번씩 말썽이 있었다. 숙소 문제인데, 소리에 민감한 나는 에어컨이든 뭐든 소음이 들리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항상 방을 배정받으면  꼭 한 번씩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러면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다시 방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한두 번 그런 뒤부터는 아예 방을 배정받자마자 꼼꼼히 체크해서 바로 방을 옮기곤 했다.  방을 두 번이나 바꾼 일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D는 나의 예민함에 대해 조금도 짜증내거나 힘겨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우리가 계속 만났던 이유에는 그러한 점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패션과 외모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다만 소리엔 매우 민감해서 목소리가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전화.. 2023. 8. 23.
[문학이 필요한 시간 / 정여울] __ 더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권리 마음에 남는 몇몇 문장과..읽고 싶은 한 권의 책, 니콜 크라우스 ..다시 찬찬히 뜯어보고 싶은 책, 미하엘 엔데의 ... ## 우리에게는 더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햇살이나 공기처럼 저절로 흡수할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문학이나 음악이나 그림처럼 반드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찾아다녀야 할 세상의 아름다움도 있다. 무언가를 사랑할 권리를 회복하자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마저 즐기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기갈 들린 사람처럼 출간 첫날에 책을 사서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다가 다 읽고 나면 벌써 다음 책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마음. 이 소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빨리 다음 소설을 .. 2023. 8. 22.
[운이 좋다고 말해야 운이 좋아진다 / 하시가이 고지] __ 언어야말로 마법이다 내 독서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떤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가 쓴 다른 책을 죄다 검색해서 보는 방법. 그러면 한 사람의 시대인식, 문제인식, 사유의 테두리를 대강 가늠할 수 있다.두 번째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책을 죄다 대출해서 발췌독 하는 방법. 예컨대 윤동주에 관심이 있으면 윤동주에 관해 다양한 사람들이 쓴 책을 다 빌려와서 훑어보는 방법이다. 전자는 저자 위주의 섭렵이고 후자는 주제 위주의 섭렵이다. '섭렵'의 사전적 의미는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책을 널리 읽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음을 이르는 말"이라 한다. 섭렵하게 되면 오독의 위험을 줄이고 좀 더 공정한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공부한다는 것은 섭렵한다는 것인데 학교 공부에서는 섭렵의 기회가 매우 .. 2023. 8. 21.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 지나영] __ 자신에 대한 핵심 신념은 무엇인가 “OO이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존재야.별에는 분화구도 갈라진 부분도 있어.그런 걸 다 합한 것이 별이야.사람은 누구나 더 잘하는 면도 있고 더 못하는 면도 있고더 강한 면도 있고 약한 면도 있어.그걸 다 포함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별이야.보석도 안을 잘 들여다보면  조금씩 흠이 있지만그것까지 합해서 보석인 거야.” 유튜브에서 지나영 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유튜브의 순기능 중 하나라면 이렇게 유명 저자를 가깝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시류에 왔다갔다 하지 않는, 분명한 철학과 가치관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본질육아'일 것이다. 제목을 참 잘 붙였다 생각했다. 본질은 언제나 심플하다. 변명이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 말에 이리저리 흔들.. 2023. 8. 15.
[아직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산다 / 하시가이 고지] __ 뇌 속의 프로그램이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의지나 노력일까?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우리 뇌 속에 깔린 프로그램, 생각의 틀이라고.  주체 행동형, 반영 분석형문제 해결형, 문제 회피형타인 기준형, 자기 기준형과거 기준형, 미래 기준형절차 중시형, 선택 중시형감각 중시형, 결과 중시형목적 지향형, 경험 지향형비관형, 낙관형내부 분리형, 내부 중시형의무형, 욕구형한정적 자아, 절대적 자아결과 대기형, 결과 행동형 저자는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열두 가지 생각의 틀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틀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이어서 이야기한다. 우리 생각의 틀을 가장 강력하게 형성하는 것은 바로 부모의 목소리다. 저자는 이를 '머릿속 부모'라고 부른다. 이 ‘머릿속 부모.. 2023. 8. 14.
[전봉준, 혁명의 기록 / 이이화] 2018년 서울 종로구 옛 전옥서 터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 들어선다. 123년만에 전봉준 장군이 당신이 사형당한 그 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작고한 역사가 이이화 선생(1937-2020)이 필생의 작업으로 추진한 일이었다. 돌아가시기 전 선생께서 그 결실을 볼 수 있어서  당시 뉴스를 보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친일사관이 판을 치던 때에 역사의 반역자로 치부되던 이들을 진정한 혁명가로 제대로 조명하며 민중사관을 정립한 분이 이이화 선생이다. 그래서 그분은 백성이 뜻을 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였던 동학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이화 선생이 동학에 대해 지녔던 애정의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에도 못 미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또한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유는 우리 역사에서 동.. 2023. 8. 6.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정희원] __ 자본주의의 편안함이 노화를 앞당긴다 50을 지척에 두고 만 나이 사용 덕에 40대가 조금 더 연장되었다. 40 후반이 되니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이제 노화가, 그리고 죽음이 조금씩 두렵게 다가온다고.  본인의 신체적, 정신적 노화가 감지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부모님들이 슬슬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고 그런 주변의 변화가 자신의 갱년기 증상과 맞물려 삶에 대해 좀 더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40 초반은 아직 30대의 분위기가 이어지므로 40 후반과는 생각하고 느끼는 게 하늘과 땅 차이다. 불과 십 년 가까이 더 흘렀는데도 삶의 변화는 마치 수십 년 더 흐른 것 같다. 내 경우 사십 초반에 갑작스런 부친의 죽음을 맞이했기에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렇지 .. 2023.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