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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탄자니아

세렝게티 4 ㅡ 응고롱고로에서 만난 검은코뿔소

by 릴라~ 2019. 6. 26.

세렝게티를 떠난 우리는 저녁 나절이 되어 응고롱고로의 심바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은 분화구 높은 지대에 있었다. 분화구 일대의 전망은 없었지만 평평한 언덕 위로 저녁 햇살이 밝게 들이치는 멋진 장소였다. 비수기라 사파리 팀은 우리 말고 딱 한 팀이 더 있었다. 그래서 마치 캠핑장 전체를 우리가 전세낸 듯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캠핑장을 가로질러가는 코끼리 가족을 만났다. 어미와 새끼 두 마리, 총 세 마리였는데 그 중 한 녀석이 무척 겁이 많았다. 마침 출발하는 다른 팀의 사파리 차량 소음을 듣고 한 마리가 부리나케 숲으로 숨었다. 어미가 아무리 부르고 기다려도 그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어미와 새끼 한 마리는 총총이 건너편 숲으로 갈 길을 갔고, 5분이 지나서야 숲에 숨은 새끼코끼리 한 마리가 어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총총히 따라갔다. 평소에 다니던 길인 모양이었다. 
 
캠핑장에서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데는 한 시간 좀 넘게 걸렸다. 마사이말로 '커다란 구멍'이라는 뜻을 지닌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250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지구에서 가장 큰 분화구이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칼데라 지형인데 천지보다 약 30배 크다고 한다. 하지만 천지와 달리 호수는 아주 조금 남아 있다. 그래서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면 마치 달에 온 듯 황량하고 고적한 평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분화구 아래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산다. 여행 전 자료를 찾을 때는 세렝게티보다 응고롱고로에서 동물을 더 많이 보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세렝게티에서 수많은 동물의 대이동을 본 우리에겐 응고롱고로는 정말 한적한 분위기였다. 또 세렝게티와 달리 평생 이동을 하지 않고 여기서만 살고 있어서일까, 동물들은 더 느릿느릿 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세렝게티보다 훨씬 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응고롱고로에서도 임팔라, 와일드비스트, 하마, 버팔로, 사자, 하이에나 등 세렝게티에서 본 동물이 많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생태계로는 호숫가를 가득 메운 홍학 무리가 있다. 정말로 많은 새들이 호숫가에서 먹이를 먹거나 날아다니는데 이 장관을 가까이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파리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있어 새들의 무리를 다만 쌍안경으로만 지켜보았다. 쌍안경이 썩 좋은 게 아니어서 아쉬움만 삼켰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보면 홍학 무리가 날아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사파리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국에서 좋은 걸로 가져와도 괜찮을 것 같다. 
 
응고롱고로의 명물, 검은코뿔소를 육안으로 보이는 지점에서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세렝게티에도 살지만 그곳은 너무 넓어 마주치기가 어렵다. 탄자니아에 단 80마리, 아프리카 전역에 세 나라에 15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 위기 중의 위기종이다. 코뿔소는 모든 종이 멸종 위기로 북부 흰코뿔소는 이미 작년에 멸종되었다. 이 모두 60~70년대에 코뿔소 뿔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밀렵으로 희생되었다. 남부 흰코뿔소는 멸종된 줄 알다가 어디에서 약 100마리 정도의 개체가 남은 것을 발견하여 보호한 끝에 2만 마리 정도로 수가 늘었다고 한다. 
 
1만년 전 지구엔 야생동물 99퍼센트, 인류 1퍼센트가 살았지만, 지금은 인간과 그들이 키우는 가축이 98퍼센트다. 학자들은 이삼십 년 안에 지구 생물종의 30퍼센트가 영원히 사라질 거라고 경고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교적/윤리적 요청은 생물종을 멸종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이다. 성서, 코란, 불경의 첫 구절을 '지키고 구하고 살리라'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았다. 이천 년 전 예수님과 부처님은 인류가 지구를 이 정도로 작살낼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므로.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종교를 가톨릭에서 '애니미즘'으로 바꿔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다시 고대로 돌아가 동물을 경배하는 그런 마음으로 지구를 대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검은코뿔소를 마음 한 켠에 소중히 담고 분화구를 떠났다. 날이 점점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분화구 아래로 점점 내려앉았다. 
 
 
**2019년 4월 여행

https://youtu.be/NdUptTr3vfg

 
 

멸종 위기종인 검은 코뿔소

 

https://sheshe.tistory.com/m/1037

 

세렝게티 5. 전통을 고수하는 아프리카의 마지막 부족, 마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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