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떠나면서 운전사가 마사이 마을을 볼 거냐고 물었다. 여행 전 자료조사를 할 때 마사이마을 투어가 별로라는 평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처음엔 방문 계획이 없었는데, 길 옆에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보니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일대에서 방문 가능한 마을은 두 군데라고 했다. 한 곳은 이미 지나쳐서 우리는 그 다음 마을을 방문했다. 사파리 차량 한 대당 50불이 관람료였다.
원래 마사이족은 케냐와 탄자니아 전역에 살았다. 19세기 말 영국군의 진격으로 안햐 비옥한 땅을 잃고 세렝게티 일대에 모이게 되었다. 세렝게티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안에 살던 마사이족은 응고롱고로 보존지구로 이주했다. 세렝게티엔 사람이 거주할 수 없고, 응고롱고로 보존지구에는 마사이족만 거주를 허락 받았다. 이들은 아프리카 수많은 부족 가운데서도 수쳔 년 내려온 전통적 삶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유일한' 부족이다. 야생동물을 사냥하지 않고 목촉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일부다처제 사회로 몇 가족이 모여 흙집을 짓고 산다. 현재 케냐와 탄자니아에 사십 만 정도 살아갅다고 한다.
사파리 차가 다니는 길 옆의 마사이마을은 관광상품이 된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의 노래도 춤도 형식적이고 성의가 없었다. 기념품을 파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인 듯했다. 작은 구슬을 꿰어 만드는 생필품은 이곳 사람들의 특산품인 듯했지만, 다른 데서 파는 상품도 더러 있었다. 일반 상점보다 몇 배나 비싼 값을 불렀다. 사려다가 포기하니 돌아갈 무렵, 내가 원하는 가격을 주겠다고 한다.
마을 주변 풍광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지만 관광객에게 팔 목걸이를 만드는 여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최소한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언제까지 전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통을 지키는 것과 문명사회에 들어가는 것, 어느 쪽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일까. 마시이족 중 부유한 일부는 탄자니아 사회에 편입된 이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의 마사이 사람들에게 문명화라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지 않은 한 도시의 최하층에 편입되는 걸 의미할 수도 있다.
노예무역이 성행하던 시기, 마사이족은 목숨을 걸고 끝까지 저항하여 아무도 이들을 노예로 삼을 수 없었다고 한다(마사이족은 유목민이라 그들 집단 내부에 원래 노예가 없었고,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남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한때 그렇게 용맹했던 이들이 시대 변화 앞에서 본연의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2019년 4월 여행
https://sheshe.tistory.com/m/103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