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래 천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로 끌려갔다(당시 지구 인구를 고려하면 더욱 어마어마한 수치다). 아프리카인들은 수십 세대에 걸쳐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에 와서 가장 불운한 쪽은 아프리카계 흑인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이 되었다.
현재 미국엔 아메리카인디언보다 아프리카계 흑인이 훨씬 많다. 아프리카계 흑인은 인권운동을 활발히 전개했지만 원주민의 처지는 그보다 못하다. 캐나다에선 이제야 이뉴잇을 대상으로 한 학살과 인종차별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는 형편이다. 쿠바 등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 원주민은 사실상 멸족되었다. 유럽인이 옮긴 전염병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이 지역엔 원주민보다 끌려온 흑인노예의 후손이 더 많다.
아프리카가 빈곤과 내전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들을 단순히 불쌍하거나 가련한 시선으로 보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조금 천천히, 문명화의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역사를 긴 호흡에서 바라본다면 최후까지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남을 이들은 어쩌면 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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