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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불협화음론자 비고츠키 | 박동섭 ㅡ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by 릴라~ 201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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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친과 많은 부분에서 공명하는 관점으로, 개체 혹은 개인의 머릿속에만 관심을 갖는 전통적인 주류 인지심리학에 반기를 들며, 인간의 마음 형성 혹은 행위에 있어서 상황과 만남 그리고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로운 심리학을 창시한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인간의 정신기능 혹은 마음이 단독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역사적, 제도적, 문화적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구성되어 가는가를 밝히려고 하였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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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는 인간정신을 행위와 실천적 활동으로서 본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주체 측의 실천적 행위는 연구대상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심리학에서는 상식으로 생각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근대이성주의의 발상에 터해서 대상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주력하고--->문장 이상해서 내가 첨가), 대상과는 실천적 관계를 맺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상에서는 언제나 개인은 사회, 문화와 분리된 혹은 떨어져 있는 것, 그러한 것들과의 관계의 망 속에서 함께 있지 않은 존재로 다루어지게 된다. 혹은 개인은 세계 또는 대상을 지적으로 저 멀리 상공에서 내려다보고 지배하는(=이해하는) 존재로서 등장한다. 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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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는 개체의 중심에 그 개체의 행동방식을 컨트롤하는 장치가 있다고 가정하는 주류심리학 및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지 모르는 강고한 상식과 같은 전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이러한 이른바 개체주의 혹은 개체에 모든 것을 환원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심리주의를 비판하면서 특정한 사회.역사적 인공물을 갖고 특정한 실천 속에 혹은 특정한 사회라는 공간과 역사라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을 심리학의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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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아이(historical child) 혹은 순간 순간을 사는 아이(transitory child), 도구(tool), 그리고 세포(cell)는 새로운 심리학을 구축하기 위한 비고츠키의 대표적인 메타포이다. 이러한 메타포들은 각각 비고츠키의 핵심적인 사상을 형성하는 역사(history), 매개(mediation), 단위(unit)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카테고리에 대응한다. 이 셋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느냐에 대한 비고츠키의 물음이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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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심리학자상이라는 렌즈를 들이대보면 심리학자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구매자인 아동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경로와 어떤 과정(process)으로 특정한 커피를 구입하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심리학자가 바라는 물건을 구매할 때 구매자가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사용했느냐(product)의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는 '학교에서 수학을 배웠기 때문에 그 수학에서 사용하는 문제해결능력(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어떻게 아동에게 나타나는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또 한 가지 여기서의 교육심리학자는 문재헤결 당사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학습전이라는 심리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론적인 틀에 기초해서 그 틀에 맞추어 개인의 마음상태를 엿보고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실은 국내산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과학에서 일구어낸 이른바 과학적인 사고가 일상의 사고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는, 혹은 이론이 실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는 서구발 주류 심라학자들의 관점이 그 기원이다. p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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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인지과학과 발달.학습심리학에서 인지는 개인의 머릿속 정보처리 과정이며, 학습과 발달은 개인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지식구조와 틀이 생긴다는 전제에 기초하여 연구를 수행해왔다. 즉, 인지적 프로세스와 그 변화는 주로 개인의 마음 혹은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한편 사회, 문화, 환경 같은 것은 오로지 개인의 인지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혹은 '환경요인'으로서 개인의 머릿속 인지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이차적.부가적인 변수(예컨대 독립변수)로서 다루어져 왔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주된 테마는 개인의 머릿속 인지시스템의 구조와 틀을 밝히고 그러한 구조와 틀의 변화 프로세스와 요인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심리학자는 상황과 타인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홀로 완결된 개인의 마음에 들어가서 개인의 마음이 어떤 형태와 구조를 하고 있는지를 밝힌다고 하는 통속적인 탐정으로서의 심리학자 이해와 일맥상통한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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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심리의 특징은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자극이 함께 존재한다. 인간이 스스로 심리적 상황에 가져온 만들어낸 자극, 인위적 수단자극을 비고츠키는 기호라고 부른다. 즉 이 인공.보조적인 자극이 기호이다. 인간은 도구를 매개로 해서 자연을 지배하는데 그것과 똑같이 기호를 매개로 해서 인간 자신의 심리과정을 지배하고 행동의 자기결정을 수행한다. 비고츠키에 의하면 인간의 심리발달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기호는 인간 자신이 역사.사회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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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는 우리의 마음 활동이 기호에 의매 매개된다고 본다. 우리의 대상 혹은 타인과의 만남은 기호(예컨대 언어 및 도구)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진다. 도구와 기호의 사용은 단지 한 명의 개인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동작업을 필요로 한다. 즉 도구와 기호의 사용과정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마음의 활동은 개인의 '내부과정'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사람들의 협동적인 작업으로 나타난다.

'사회.문화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이러한 매개활동을 눈여겨보면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가 '있는 그대로' 바로 우리 눈앞에 있는, 즉 객관적인 실체라고 여길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역사와 사회라는 혹은 커뮤니티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 주에 봐요"라고 말할 때 시간의 흐름이 7일을 단위로 순환하는 사이클이라는 것이 당연한 전제로 깔려 있다. 이 땅에 달력이라는 인공물(도구, 기호)이 들어온 것은 6세기경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그리고 타인과 마주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이해를 세계 속에서 공유함으로써 지금의 우리는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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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는 주체 -> 대상이라는 일방통행의 인식에 인공물에 의한 '매개'를 추가해서 우리의 행위를 문화적으로 매개된 것으로 다루는 관점을 제공하였다.

비고츠키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문화심리학'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디자인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려내는 관점이다. 그 접근은 공기와 같이 당연하고, 확실히 바로 거기에 있다고 여겨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실은 인간의 끊임없는 생성과 유지의 과정 덕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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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슨은 심리학조로서의 활동 당시 주류 인지심리학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머리와 바깥이라는 대국, 나아가서는 개인, 주체, 자기에 대해서 상황, 사회를 대치시키는 데카르트주의적인 이원론 입장을 취하지 않은 아주 드문 심리학자였다. 또한 그 당시부터 급진적인 주류 인지심리학의 비판자였다.

깁슨의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개념은 인지심리학이 인식론으로 삼고 있는 개인과 상황을 대치시키는 이원론적 입장을 비판하기 위한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개념은 동물생태학으로부터 유래한 '생태학적 적소(echcological niche)'라는 관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적소'라는 말은 본래 교회건축 용어로 조각상 등을 두는 벽의 움푹 들어간 곳을 뜻한다. 그러나 생태학에서 '적소'는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즉 생태학적 적소는 생태계의 각각의 종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물의 삶의 방식 혹은 지위 그 자체이다. 예를 들면 늑대는 먹이를 구하거나 새끼를 키우기 위해 같은 장소에 생식하는 동종의 늑대나 다른 생물과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한 활동이 늑대의 생태학적 적소 혹은 생태학적 지위이다. 또한 생태학적 지위, 즉 각각의 생물의 활동 양상에 따른 환경의 차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늑대가 생활하기 위한 먹이, 숨을 장소,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과 같은 것을 기술할 수 있다. 깁슨이 말하는 어포던스는 조각상을 벽의 움푹 팬 곳에 끼워 넣을 수 있는 것처럼 어떤 동물의 생활에 있어 적합한 환경의 특징의 총체이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이 갖는 특징의 총체를 기술한다는 것은 생물체의 활동, 생활에 대한 기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혹은 어포던스라고 하는 것은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에게 있어서 환경과 거기에 있는 다양한 대상의 가치와 의미로 확장해서 개념 정의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포던스는 게스탈트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 같은 대상에 관한 어떤 주체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의미'와 '가치'로 환원될 수 없다. 또한 객관적으로 환경과 대상르 기술한 것도 아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인 어떤 동물과 사람들의 활동 양상을 보지 않은 채, 즉 그 환경이 동물과 사람들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탐구 없이 연구자가 그 환경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역으로 어떤 환경의 특징을 기술하지 않은 채 그 환경에 살고 있는 동물과 사람들의 활동 또한 기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포던스에 대한 깁슨의 이러한 관점은 철학자 하이데거가 주장하는 인간이 평균적인 일상성 속에 '던져져 있다는 것', 즉 말을 바꾸면 인간은 세계에 던져지는 '피투'의 존재로서 태어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도 그 '던져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즉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것으로부터 분리된 '객관적 인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데거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세계 속에 던져진 채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세계전체를 객관적인 사물로서 본다는 것은 원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식이 주관적인 것으로 환원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이데거는 원래 '주관'과 '객관'의 이분법 자체를 부정한다. 그러한 이분법은 어딘가에 세계로부터 독립된 홀로 존재하는 인식자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그러한 이분법 대신에 우리가 자신의 존재에 있어서 세계의 의미를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끊임없이 '해석'한다고 본 이른바 철저한 '관계주의'의 관점에 서 있다.

어포던스가 주관적인 가치와 의미가 아니고 객관적인 실재물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어포던스라는 것은 어떤 생활, 활동을 영위하는 데 있어 여러 관계, 다양한 상호행위를 그려내려고 한 것이다. 혹은 어포던스는 어떤 사람들이나 동물의 생활 양상, 활동 같은 것을 기술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주의적인 관점으로부터 보면 실재라는 것은 생체의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객관적인 환경 속에 있는 것도 아닌, 여러 관계, 다양한 상호행위, 말을 바꾸면 어떤 사람들 혹은 동물의 생활 양상, 활동의 양상 속에 있는 것이다. p27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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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진술한 것과 같이 지금까지의 심리학에서는 인지와 학습이 머릿속에 지식구조가 생겨나는 것 혹은 머릿속에 지식이 축적되는 것이라는 관점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그리고 장면, 상황, 맥락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인지와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상황인지론'에 의해서 도전을 받게 된다. 필자도 장면과 상황과 맥락을 주어진 환경요인 혹은 조건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실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보는 상황인지론의 입장에 서 있다.

이 입장에서는 인지와 학습을 사람들이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또한 그러한 것들을 재배치, 재편성하면서 상황을 계속 만들어내는 인지적 행위를 조직하는 것으로서 생각한다. 말을 바꾸면 장면, 상황, 맥락을 만들어내는 것과 인지적 행위를 실현시키는 것은 하나가 다른 하나의 하위 요인이라는 관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내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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