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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schooling

이오덕 선생의 교육론 _ 일, 자연, 가난

by 릴라~ 2020. 7. 22.

수업 자료를 찾다 발견한 이오덕 선생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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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이 있다. 그 첫째는 일하기인데, 사람은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사람의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 말고는 없다.

일이 즐겁고 그 일이 공부가 되려면, 그 일이 자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보다 더 큰 스승은 없었다. 사람이 자연을 배우고 자연을 따라 살면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된다.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아름답고 참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을 배반하고 거역하면 사람은 병들고 스스로 망한다. 자연이 없는 교육은 죽음의 교육이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죽음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난의 체험이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게을러지고, 창조력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 버린다. 가난은 어렸을 때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 가난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가난하게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리 책을 통해 읽어도 자기 스스로 굶어 보지 않고는 굶주린 사람의 마음을 몸으로 알 수는 없다. 텔레비전으로 어떤 사람들의 가난을 보았다고 해도 그것은 가난을 구경한 것밖에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육에는 일과 자연과 가난이 사라졌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그 어느 한 가지만 없어도 참된 사람 교육은 될 수 없는데, 이 세 가지가 죄다 없으니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지금 우리 교육은 이 세 가지를 싹 쓸어 없앤 자리에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그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 놓고는 책만 읽고 쓰고 외우고 아귀다툼을 하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무슨 사람다운 교육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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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 말과 외국 말법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살리는 일이다. 민주고 통일이고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을 하루라도 빨리 이루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3년 뒤에 이루어질 것이 20년 뒤에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 민주와 통일의 바탕이 아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 아주 변질되면 그것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한번 잘못 병들어 굳어진 말은 정치로도 바로잡지 못하고 혁명도 할 수 없다. 그것으로 우리는 끝장이다. 또 이 땅의 민주주의는 남의 말과 남의 글로써 창조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써 창조하고 우리말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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