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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스토리텔링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 우리말 어휘의 섬세한 ‘말맛’을 전하는 책

by 릴라~ 2020. 9. 9.


서문에서부터 혹했다. 우리는 말하면서 어떤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건망증인가 한다. 어떤 이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 복장 터지거나 누군가를 눈치 없다고 타박할 때도 종종 있다. 저자는 단언한다. 이 모든 경우는 건망증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도,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휘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 많나 놀랐고, 과연 내가 국어 선생이 맞나 부끄러웠다. 그리고 저자가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맛있는 음식을 먹듯 꼭꼭 씹어 먹었다. 나는 '샅샅이'는 아는데, '손샅'과 '발샅'은 몰랐다. 손가락 사이의 살을 '손샅', 발가락 사이의 살을 '발샅'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그런 작은 틈새까지 다 살피는 것을 '샅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해낙낙하다, 잠포록하다, 어둑발, 새물내, 얕은맛... 이 말들은 또 어찌나 섬세하고 정감 있고 핵심을 딱 찌르는지. 책을 몇 번 읽고 외워야겠다 싶다. 선조들의 삶에서 태어난 이 숱한 풍성한 어휘들이 '산말'이 아니라 '죽은 말', 사어가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어 단어로 급하게 만든 신조어가 패스트푸드라면 고유어 어휘는 어머니, 할머니의 깊은 손맛이 담긴 잘 차려진 밥상일 것이다. 오래된 우리말 어휘는 함부로 급하게 지어낸 말과 '말맛'이 다르고 우러나는 깊은 향이 다르다.

 

‘인적 자원’, ‘몸값’, ‘물건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이런 말들은 천박하다. 저자 말대로 ‘몸값’보다는 ‘이적료’가 낫다. 사람에게 쓰는 말과 사물에 쓰는 말은 구분되어야 옳다. 사람을 물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사람다운 세상, 좋은 사회, 섬세한 감정은 말에서 시작됨을, 말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실례를 통해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이제 3분의 1 정도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 이 서평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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