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완전범죄>, 권력의 편집증적 욕망을 그려낸 영화

by 릴라~ 2007. 7. 8.

완전 범죄
감독 엘리오 페트리 (1970 / 이탈리아)
출연 지안 마리아 볼론테, 플로린다 볼컨, 지아니 산투치오, 오라지오 올란도
상세보기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EBS에서 만난 영화. 처음부터 보진 못했는데, 인간이 지닌 욕망, 특히 권력이 지닌 편집증적 속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배경은 1960년대 이탈리아 로마, 주인공은 사회주의자들, 혁명가들, 좌파들, 데모하는 학생들 등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인물로서 사회 질서를 잡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이자 변태성욕자이다.


그는 강력반에서 정치 지도부(우리 식으로는 과거 안기부 쯤 되겠다) 고위직에 오르는데, 자신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애인을 살해하고 일부러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흔적을 곳곳에 남긴다.


그러나 갖가지 증거에도 그의 범행을 아무도 믿지 않고 이러한 사건들 속에서 영화는 권력이 자신을 유지하는 도구인, 증거와 자백이 얼마나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백을 강요하는 법,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아버지, 가부장적 권력은 같은 것으로서 주인공은 타인을 고문하면서 자백을 강요하지만, 자신 역시 그러한 아버지 같은 권력 앞에 복종하고 자백하고 싶은 욕망을 지니게 되고, 그래서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동시에 그것을 실토하려는 이중적인 욕망에 시달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끔찍했던 것은, 불순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도청하고 사람들의 내밀한 모든 것을 알아야만 만족하고 평화를 느끼는,  주인공의 혹은 권력의 편집증적 욕망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개인적 문제를 사회적 문제와 혼동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를 불안케 하는 모든 것을 제거하려 함으로써 즉 사회를 질서화하려 함으로써, 자기 내면의 어떤 왜곡된 욕망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에 의해 그는 결코 자신과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고 또 사랑할 수 없다. 자기 손아귀에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주인공의 욕망은 살아 있는 모든 것,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질식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도 이런 인물 유형에 속한다. 모든 독재자는 편집증 환자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편집증적 욕망과 변태 성욕이 같은 맥락에 있음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극우파들은 좌파들을 일러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 변태성욕적인 인물들은 바로 주인공과 같이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야하고, 모든 것을 질서화해야 하는 극우파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권력 앞에 쩔쩔매지만  평소 권력자들의 정부 노릇을 해왔던 그의 애인은  그가 미성숙한 어린애에 불과하다고 비웃고 그 때문에 살해당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을 소유한 주인공조차 결국 더 큰 시스템에 종사하는 한 부품에 불과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 역시 더 큰 권력 앞에서 한갓 어린애에 불과한 것이다.

 

1960년대의 이태리의 혼란한 정치적 상황이 잘 드러나 있는, 의미심장한 영화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