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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노화의 증거 _ 세제가 아니라 샴푸였어

by 릴라~ 2021. 5. 16.

싱크대 아래에 있는 서랍장을 정리하다가 설거지 세제에 눈길이 갔다. 그 자리에 꽤 오래 놓여있던 것이고 몇 번이나 보았던 것인데, 그 세제통에 쓰인 글씨를 읽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샴푸 린스 겸용, 허걱 이게 뭐지?

 

세제통을 집어들고 앞뒤로 살펴보았다. 뒷면 설명을 보니 두 번 머리를 감으세요. 샴푸가 맞다. 허거거거걱!

 

자연드림 설거지 세제통이랑 샴푸 세제통이 모양이 똑같아서 잘못 산 것 같았다. 아니, 언제부터 샴푸로 설거지를 했지? 

 

우리집 싱크대에는 붙박이 세제통이 있어서 덜어서 쓰는데, 세제를 덜어넣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D여서 언제부터 샴푸를 썼는지 모르겠다. D에게 물어보려니 그동안 샴푸로 그릇 씼었어요,,, 하면 충격 먹을까봐 말 안 하는게 낫다 싶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연드림 세제통에 세제가 꽤 많이 남아 있다는 것. 덜어 쓴 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친환경 세제라 설거지 꼼꼼이 안 하고 대강대강 했는데, 샴푸를 좀 먹었을 것 같다. ㅠㅠㅠㅠㅠ

 

수명이 몇 년 단축되었을 거라고 내가 하소연하자 후배가 치약도 다들 먹고 산다고 괜찮다고 위로를. 또 한 지인은 얼른 안경점에 가서 돋보기 사서 끼라고 놀리고. 매직 사서 '샴푸', '세제'라고 큰 글씨로 써 놓으라고 놀리고. 난 여태 근시이고 가까이 있는 것 잘 보이는데 우째 이런 일이..... 벌써 이런데 60~70대 되면 어케 될라나....

 

이걸로 머리를 감아보니 잘 감겼다. 역시 샴푸가 맞았다. 

 

이 일이 주는 교훈은,,, 습관대로 살지 말고 "작은 글씨를 잘 읽어보자."   

 

 

덧붙임) 며칠 뒤 결국 D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샤워하러 가더니 왜 세제가 화장실에 있냐고 묻는다. 사실대로 말했더니 "그게 샴푸라고오오?" 믿을 수 없어한다. 세제는 상호가 '천연샘'이고 샴푸는 '샘이랑'이라서 헛갈렸다고 말하니 자기 기억에 우리집 세제는 계속 '샘이랑'이었다고. 지난번에 쓰던 것도 '샘이랑'이었다고.... 내가 계속 잘못 산 것 같다고.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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