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만에 시집을 선물 받다.
500쪽 가까이 되는 두툼한 시집에서
아무 쪽이나 펼쳐드니 이 시가 나온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음미하며 일어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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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관한 기고문 / 쉼보르스카
백 명의 사람들 가우네
모든 것을 더 잘 아는 사람
-쉰둘
매번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확신이 없는 사람
-나머지 전부 다
비록 오래가진 못할지라도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최대한 많이 잡아 마흔아홉
다른 성향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
늘 착하기만 한 사람
-넷, 아니, 어쩌면 다섯
시기심 없이 순수하게 찬사를 보낼 줄 아는 사람
-열여덟
누군가에 대한, 혹은 무언가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일흔일곱
진정으로 행복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
-최대한 스물 하고 몇 명
혼자 있을 땐 전혀 위협적이지 않지만
군중 속에서는 사나워지는 사람
-틀림없이 절반 이상
주변이 강압에 몰리면
잔인하게 돌변하는 사람
-이 경우는 근사치조차 모르는 편이 나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
-소 읽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사람보다
단지 몇 명 더 많을 뿐
인생에서 몇 가지 물건들 맑도는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사람
-마흔
(내가 틀렸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불빛도 없는 깜깜한 암흑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
-여든겟
(지금이건, 나중이건)
연민을 느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
-아흔아홉
죽게 마련인 사람
-백 명 중에 백 명 모두
이 수치는 지금껏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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