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떨 때 괴물이 되는가.
최근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은
대중의 광기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다.
손군 친구의 대처가 아쉬운 부분은 있을 수 있으나
그 학생도 필름 끊길 만큼 마신데다가 기껏 이십대 초반인데 뭘 제대로 알았겠으며
상식적으로 많은 사람 오가는 한강가에서 친구가 손군을 왜 죽이겠는가?
살해 동기가 전혀 없는 사건인데 음모에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
그저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넣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손군 부친도 처음엔 매우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분이었으나
극심한 고통이 그를 돌게 만들어 지금은 남의 아들을 죽이려는 괴물이 되어가는 중.
즉 평범한 사람도 어떤 막다른 궁지에 몰렸을 때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자지가 저지른 일들을 수습하지 못해
더욱 자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게도 된다.
전쟁이 보통 사람들을 괴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그 처절한 상황에서 한 명의 천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전쟁통도 아니고 이 평화 시기에 일어나는
새로운 종류의 광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태극기 할아버지들이야 평균 초졸도 못 되는 학력이라 사리분별을 못 하거나
돈 때문에, 동년배끼리 모이고 싶어서, 혹은 일부 개신교계의 영향력 때문에 그런다 쳐도
멀쩡한 이삼십대 젊은이들이 이러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 주 대구 시내에서 본 풍경이다.
민주당이 코로나 공포정치를 한다? --> 그러면 이런 집회도 못 한다.
게다가 미국도 한국도 모두 중국의 개입으로 부정선거다? --> 소설을 써도 어찌 이런 소설을?
아무리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라지만
미국이 부정선거로 바이든이 당선됐다는 걸 버젓이 믿다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데 유관순, 윤봉길 의사를 내세우는 건 또 뭐람!
가장 압권은 트럼프 사진이다. 이들은 트럼프 추종자들인가?
트럼프 사진이 문재인 반대 집회에 왜 등장하지?
개사된 가요를 계속 틀어놓고 상당히 조직적으로 집회를 하고 있었다.
배후가 궁금해서 어디서 나오셨나 물으니 평범한 시민들이란다.
전광훈류의 개신교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도 드디어 유럽처럼 젊은 '극우'가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했다.
과거엔 젊은이 하면 대개 진보적인 쪽이었는데, 시대가 변한 거다.
이런 움직임이 소수로 끝나면 별 문제 없지만
확산되면 사회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빨리 움직이고 있다.
십 년 뒤, 이십 년 뒤, 나는 어떤 사회를 목격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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