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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다석 류영모가 본 예수와 기독교 - 류영모

by 릴라~ 2004. 11. 2.

예수의 참모습은?

말로만 듣던 류영모에 대한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대학 시절에 읽었다면 성서를 보는 내 눈을 확 열어 주었을 책이다. 전체를 바라보는 올곧은 시야를 제시해 주는 책이 가장 훌륭한 책이므로, 류영모 선생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그동안 류영모 선생이 훌륭한 사상가 정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깨달음의 일가를 이룬 분이었다. 그 시대에 그런 앞선 사고를 했음이 참으로 놀라웠고, 참된 실천으로 일관한 생애 역시 놀라웠다. 그에게서 한 숭고하고 고결한 인생을 본다.

책의 저자가 하느님을 '유한우주를 품은 무한우주'라고 한 게 흥미로웠다. 나는 하느님이 물질우주 자체가 아니라 우주를 초월한 자유로운 창조주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 말을 빌면 우주 밖에서 우주 안으로 개입하는 힘이다. 그 창조주를 '무한우주'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그 '무한우주'를 '공'이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우주는 하느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하느님은 우주 자체가 아니라 그 우주를 제어하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류영모 선생도 인격적인(신격적인) 신을 믿는다고 해서 반가웠다.

류영모 선생은 많은 면에서 간디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몇 년 전에 나는 간디에 반해서 그의 책을 모조리 읽었다. 하지만 간디의 신은, 진리 자체, 우주의 절대 법칙에 가까웠던 기억도 얼핏 난다.

류영모 선생의 금욕주의도 간디를 연상시킨다. 그 길이 고결하고비범한 길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그 안에 깃들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을 유혹자로 보는 시선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신이 이브의 창조를 기뻐했다는, 구원의 길 위에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장 기통의 견해를 나는 좋아한다.

류영모 선생은 여성의 정조를 굉장히 중요시했는데, 성을 상품화하는 모든 흐름에 나 역시 반대하지만, 여성해방운동과 성개방의 흐름은 역사에서 함께 맞물려 왔기 때문에,  구시대적 정조 관념에 나는 찬성할 수 없다.

내가 10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결혼하라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2004년이라는 시대가 주는 선물을 내가 충분히 누리고 있음을 생각하면 개방의 흐름은 역사의 필연이다. 물론 선생이 그렇게 말한 까닭은 사람들이 '동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라고 충분히 공감하고는 있지만.

류영모 선생께서 성서를 해석하신 부분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1981년에 돌아가신 분인데, 그분의 현대적인 시각에 놀랄 따름이다. 종교 간의 대화가 이제서야 사회적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모든 종교와 사상의 본질이 하나의 진리임을 꿰뚫어 본 그분의 혜안에 감탄했다.

말로는 예수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복 신앙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큰 진리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오류에 찬 좁은 개념으로 신과 성서를 이해하는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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