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말은 본질적 요소다.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나와 세상을 연결짓기 때문이다.
느낌을 언어로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 의지의 표현이고
우리 존재를 더욱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행위이다.
비록 우리에게서 나온 말이 소음과 잡담으로 점철될 때도
말이 그 말을 내뱉은 사람과 분리되어 저 혼자 따로 놀 때도
그럴 때조차 말은 그가 그로써 존재하려는 어떤 의지의 표상이 된다.
세계와 연결되고 싶은 우리 욕망의 발로인 것이다.
우리에게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입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는 아니지만
내적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바깥 세상으로 향한 창문을 닫아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안의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그리고 침묵에서 막 솟아오른, 침묵으로부터 깨어난 말은
우리 존재의 생생한 울림이 된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대학원에서 나는 언어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늘 목격한다.
진리를 탐구한다는 사람들이, 학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의 미덕을 지키는 건 일종의 코메디다.
주관적인 말을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나는 말할 수 있다.
아무 데나 적용하는 객관화야말로 우리를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함정이라고.
소위 객관성(?)을 인정받은 최신 이론들이 말하고 있듯이
우리들 자아의 산물인 언어가 상호주관성을 통해 인정되는 과정이
진리를 향한 우리들의 여정이다.
언어를 두려워해서는 진리의 벗이 될 수 없다.
언어를 무기로 쓸 수 있을 만큼 용감해야 한다. (어떨 땐 그다지 썩 좋은 무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자신의 껍질을 신나게 부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낳은 언어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다들 벗어나기를.
언어를 맘껏 누리고 사용하고 즐김으로써
결국 언어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기를.
그 때에 비로소 침묵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고
우리 존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으리라.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언어를 두려워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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