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보통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잠깐 트는데
올해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튼 날이 2주는 되는 것 같다.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 너무 더워 어디 갈 엄두조차 안 났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스노클링 하러 바다를 다녔는데..
올해는 집에서만, 동네만 왔다갔다 보낸 여름이다.
계절만 뜨거운 게 아니었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더 뜨거운 분노의 목소리로 채운 선생님들.
방학하는 날 쯤 벌어진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로
방학 내내 주말에 집회가 열렸고 그 수는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서
어제는 20~30만의 선생님들이 국회 앞을 가득 채웠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주축이 된 행사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초등쌤들이 가장 능력 있고 사명감 있는 집단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르쳐본 학교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잠깐 시간강사)이고
초등학교는 사대부고 한 달 교생실습 전에 일주일 구경한 사대부초가 전부지만
페북에서 보면 초등쌤들 중에 능력자가 제일 많다.
내가 입을 떡 벌릴 만큼, 대체 못하는 게 없는, 수퍼맨, 수퍼우먼들이다.
교사들이 가장 별로인 곳은 고등학교였다.
좋은 분도 계시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시스템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우리나라 학교 중에서는
초등학교가 가장 교육적이고 본질에 맞게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그 훌륭한 선생님들이 지금 너무너무 아프다.
중등학교 같으면 내가 가르치는 네 반 중에서 한 반이 엉망이라도
다른 좋은 반이 있기 때문에 고통이 상쇄되는 면이 있다.
잠깐 숨 돌릴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한 반만 맡고 있으니
그 엉망인 한 반에서 하루종일 보내게 된다면
말 그대로 지옥에 떨어진 것과 같다.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 좌절감의 늪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돌아가신 서이초 선생님은 교대에서 미술 전공에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할 만큼 다재다능한 분이었다 한다.
그런 분이 그 지옥에서 어떻게 버텨내겠는가.
서울 집회에 참여할까 몇 번 생각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어서
감정이 너무 동요될까봐 망설였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딱 한 번의 나들이,
8월 19일 여름이 끝을 향해 갈 때 본 싸이 흠뻑쇼에서도
예년보다 덜 신이 났다.
4시간의 공연이 거의 끝나갈 때쯤에야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간 몸과 마음이 좀 얼어붙어 있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간다.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선생님들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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