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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대구 시내 성지 스탬프 찍기, 순례에 대하여

by 릴라~ 2023. 10. 31.

축복장 받으려고, 축복이란 말에 이끌려 시작한 서울 순례길. 순례를 마치고 우리 지역의 성지도 다 못 보았구나 싶어서 주말 이틀에 걸쳐 대구 시내 성지 9군데를 돌았다. 계산성당, 성모당 등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곳도 새로웠고, 새방골, 비산, 복자성당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함 둘러봐야지, 스탬프나 다 찍어봐야지 그렇게 시작한 걸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군데 두 군데... 아홉 군데 성당을 거치면서 뭔가 마음에 살랑살랑 다른 기운이 스며들었다. 신앙심이 없이 시작한 길이었는데 길의 풍경이 쌓이고 쌓이면서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새로 불어오는 기분이었다. 
 
대구 순례의 마지막은 복자성당이었다. 그 앞을 지나친 적은 있지만 들어가보긴 처음이었다. 울 엄마아빠가 결혼한 곳이고, 기억엔 없지만 내가 유아세례를 받은 곳. 내 존재의 시작과 맞물린 곳이라 조금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계속 나는 나에게 같은 이야기만 줄곧 반복해왔음을.. 내 이야기만 줄곧 하소연해왔음을.. "들어라" 이 말이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 나는 귀기울임을 잊고 있었다. 더 지혜로운 소리가 마음에서 들리도록 기다리지 못했다. 
 
여행과 순례가 다른 점은 순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적 지향이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순례길은 아니었지만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무언가 삶의 방향을 찾고 싶은 그런 마음이 무의식중에 있었던 것 같다. 재미보다는 의미에 초점이 있는 길이 순례가 아닐까 한다. 길을 걷다 보면 달라지는 것, 순례의 축복이다. 
 
관덕정에서 다음 순례에서 뭘 할 지가 정해졌다. 금요일 김탁환 작가가 올 때까지 <사랑과 혁명> 세 권을 읽기. 조선 후기 천주교 수난사를 다룬 소설이다. 말이 세 권이지 두께를 보니 5권 분량. 이 책을 다 끝내면 또 다음 여정이 이어지리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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