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감을 땄다.
모친 소유의 밭인데 감나무가 많다.
집에서도 가깝고 양지 바른 반듯한 땅이다.
시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에 있는
이 땅을 사자마자 아빠가 병 나서 돌아가셨었다.
여기서 한 번도 농사를 못 지으셨고
모친이 졸지에 땅을 떠맡게 되었다.
농사 지은 지 7년 넘어야 팔 수 있어(세금 문제)
감나무를 좍 심었었다.
상품성이 있는 큰 거부터 골라서 따고
그 다음에 중간 사이즈를 땄다.
작은 건 더 크라고 남겨뒀고.
감 한 알 한 일을 다 손으로 따야한다.
이런 건 AI가 못한다.
딱 몇 센티 기계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른 것과 상대적 비교에 의해
순간순간 감으로 하므로.
우리가 먹는 모든 과일이 이렇게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친 것들이다.
앞으로도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
감을 따다가 나무에서 발갛게 익은 홍시를
하나 따서 먹었다. 여름과 가을내
내리쬔 햇살이 단맛을 키웠다.
홍시 하나에 하늘맛이 담겨 있다.
태양과 비의 선물이다.
우리는 감을 먹지만 실은
일년내 내리쬔 햇살과 빗줄기를 먹는 것이다.
지구와 우주를 먹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이 하늘을
하느님을 먹는 것이라 하셨던
동학의 최시형 선생 말씀을 떠올린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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