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 모두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꽃에게도 풀잎에게도 물방울에게도
내 기쁨을 두 배로 해주고
내 슬픔을 반으로 줄여주는
친구에게도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너에게도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왜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아픈 것일까
이름 부르는 일이 그립다는 말보다
왜 이렇게 더 간절한 것일까
천양희 /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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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른다. 간절하게, 아프게, 뜨겁게.
인간이 이름을 명명하는 행위는 존재론적 행위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상대의 존재를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를 이용 가치가 있는 하나의 사물로 보는 게 아니라
존재의 근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가 살아 있는 존재로 내 인식의 경계 안으로 들어올 때
나는 전율한다.
그가 연인이건, 작은 이슬 방울이건 간에.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 관계는 사랑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이름 부르지 말기를.
이름을 부를 때 그의 존재를 가득 느끼기를.
세상 작은 것들 모두에게도 이름을 지어 불러주기를.
간절히 불러보는 이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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