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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schooling

난이도 극강의 학교

by 릴라~ 2024. 6. 9.

세 달 지났지만 삼 년은 지난 듯한 학교가 울 학교다. 

아니, 지난 이십년 간 보지 못한 사건사고들을

세 달 새에 다 구경했네.

한 마디로 난이도 극강의 학교다. 

 

3월 첫날부터 울 교실 지나가며 행패 부리고 교실 발로 차고 욕하던

3학년 A군은 2주씩 외부기관에 위탁교육을 돌고 계신데

일 년 7주를 거의 다 채워 2학기는 교실에 머무실 것 같고... 

(위탁교육기관 담당자가 울면서 전화한다고... 못 맡겠다고...

S대학교는 울학교 학생은 절대 안 받겠다고 함)

 

딴 학교와 비교하면 이분도 최강 중 최강인데,

1학년에 더 극강인 분이 계셔서 관리자는 A군에 별 관심이 없는 듯... 

교사에게 반말은 기본에, 지 기분 나쁘면 교사든 학생이든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건드려 사건 일으키면서 학교를 들었다 놨다 했던

1학년 C군은 지금 소년원에 가 있다.

중1이 소년원 가는 것도 첨 보지만, 거기 딱 한 달 있기 때문에

나와서는 상태 더 안 좋아진다 하는데, 2학기는 우째 돌아갈지...

 

이 폭탄들만 문제인 게 아니다.

1학년 6개 반 중에서 멀쩡한 반이 하나도 없다.

다 각기 다른 이유로 문제를 안고 있다. 

다양한 병증을 안고 있는 환자가 넘넘 많다.

여기 와서 온갖 종류의 청소년 질환을 다 만나는 듯하다. 

나쁘게 말하면 종합병동이고 좋게 말하면 캐릭터의 향연이다. 

아주 다양한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수업만 들어오는 분들은

1학년은 예쁘다고 2학년은 가관이라 하니

대체 2학년은 어느 정도인겨? 

 

그 와중에 학교 새로 짓는다고 운동장은 없어,,

교실과 복도는 좁아터지고 애들은 미쳐 날뛰고,,,,

공사로 유독가스 진동하고, 땅 판다고 건물이 흔들리기까지...

아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3월엔 와, 이 학교 다니겠나 싶었는데,

어찌어찌 1학기를 한 달여 남겨둔 지금,, 

학교가 아~주 친숙하다.

보통 학교 옮기면 첫해는 새학교가 서먹서먹한데

여기는 하두 사건이 많아서 벌써 몇 년 살았던 학교 같아서.

 

그리고 많이 안타깝다. 예쁜 아이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아닌  이곳에서

3년 생활하고 3학년 때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생각하면...

난 내년에 자율연수(무급 안식년) 예정이라 

올해까지만 힘 닿는대로 버텨보려 하는데

솔직히 여기 몇 년 있다간 교사들이 병들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사회의 그늘이 잘 보이지 않듯이

나도 바로 옆동네가 이 정도로 슬럼화되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고작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그리고 이 그늘을 안타까워하기는커녕 

어떻게든 내 이익만 찾아서 승진해보겠다는 인간들은 징글징글하다. 

 

여기서 교장 퇴임식이 뭐가 중요한가...

교무가 4월부터 퇴임식 준비한다고 난리난리~

그러면 지 혼자 하든지, 기간제 미술쌤한테 부탁해서

교장 초상화 받아내고, 아휴,, 말을 말자. 

80년대도 아니고 요새도 이런다는 것에 더욱 문화충격..

수성구에선 민원 땜에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여기선 벌어진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그쪽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데

학급당 인원 수는 더 많아서 서른에 육박한다. 

종일 생활하면 내가 교사인지 무슨 보육원 원장인지 헛갈린다.

 

다만 십오년? 쯤 전 공고에서의 추억을 오랜만에 소환하면서

여기 머무는 동안은 밝게 지내다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여기 힘들어서 오래 머물진 못하겠지만

머무는 동안엔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봐야겠다고. 

 

삶의 그늘을 한 다리 건너서 듣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많이 다르다.

바로 옆 동네가 이토록 그늘이 짙은 줄 몰랐기에

개인적으로 내 삶에는 많은 깨우침을 주는 학교이기도 하다. 

일 년 쓸 에너지를 두세 달에 다 써버려서

여기에서의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이 그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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