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교에 와서 확실히 알았다.
학교는 더이상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을 먹이고 시간을 때우며 돌봐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교사라는 직업은 이제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하는 일 자체가 그냥 돌봄전담사다.
입시는 완전히 사교육으로 넘어갔다.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는 쉬는 곳.
그리고 조금 열악한 지역은 자기 관리가 안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안은 학생들 수가 너무 많아서
교사 역할 자체가 돌봄전담사가 되었다.
수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지식을 익히고
지식을 통해 호기심 가득한 세계를 만나고
배우고 성장하는 가운데 지식과 문명과 역사의 가치를 느끼고...
삶이 존엄하다는 걸 깨닫고...
그런 것을 이제 아무도 학교와 교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부모도 사회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란다.
가르침을 위한 최소한의 훈육도 아동학대라는 누명을 쓴다.
그럼 이제 남은 선택은
이 돌봄전담사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한국은 안정된 직업이 많이 없기 때문에
하는 일이 돌봄전담사라 하더라도
이 일을 원하는 이들은 계속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해서 교사가 된 나 같은 사람은
수업이 재미 없다면 더이상 학교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부모와 사회가 다 교사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돌봄전담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공립학교가 놀고 쉬는 공간이 되고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면
사립학교로 보내고 싶은 욕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학교가 배우고 가르치고 성장하는 공간이라야
사회의 격차를 줄이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가능한데
우리 사회는 '수요자 중심'이라는 이상한 구호 아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교육이 무너지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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